[내 질문을 부탁해 영상] '기록의 퀸' 황연주, "예전에는 꽃사슴, 지금은 걸 크러시"

조영준 기자 2017. 12. 18.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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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취재 조영준 기자, 영상 정찬 기자, 질문 정리 김미란] 한국 여자 배구 V리그를 이야기할 때 황연주(31, 현대건설)란 이름 석 자를 빼놓을 수 없다. '기록의 여왕'이라 불리는 그는 14년이란 세월 간 숱한 기록을 세웠다.

황연주는 지난 5일 IBK기업은행과 경기에서 10점을 올렸다. 이 경기를 앞둔 그는 4990점을 기록 중이었다. 4세트까지 9점을 올린 그는 마지막 5세트에서 블로킹 득점을 올리며 5000점 고지를 밟았다. V리그 남녀부를 통틀어 5000점 고지에 깃발을 꽂은 이는 황연주가 처음이었다.

대기록을 달성한 뒤 황연주의 표정은 한결 가벼워 보였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현대건설체육관에서 만난 그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지난날을 회고했다. 5000 득점 기록을 세운 뒤 홀가분해졌다고 밝힌 황연주는 "이제부터는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 황연주 ⓒ 현대건설 체육관, 스포티비뉴스

다시 중학교 시절로 돌아간다면? 배구는 안 했을 거 같아요.

명성을 떨친 배구 선수 상당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볼 운동을 몸에 익히면 기본기가 탄탄해진다. 반면 황연주는 중학교 때부터 배구의 길을 걸었다. 체격 조건이 좋았던 황연주는 늘 주변인들에게 운동을 권유받았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것은 배구였다.

"어릴 때부터 운동하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어요. 특별히 배구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고 그냥 운동이 하고 싶었어요."

황연주는 원곡중학교 시절부터 코트에서 뛰었다. 원곡중학교는 '배구 여제' 김연경(29, 상하이)의 출신 중학교이기도 하다. 배구를 뒤늦게 시작했지만 타고난 운동 능력과 점프력이 좋았던 그는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로 성장한다. 왼손잡이라는 장점도 있었던 그는 일신여자중학교 소속이었던 나혜원(31)과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한일전산여자고등학교(현 수원전산여자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황연주는 무럭무럭 성장했다. 2005년 신인드래프트에서는 1라운드 2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했다. 프로 시절 그는 '코트 위의 꽃사슴'이란 명칭을 얻었다. 당시 그는 "꽃사슴은 어딘지 연약해 보인다"며 이 명칭을 달갑지 않게 여겼고 '꽃사자'라는 새로운 별명도 붙었다.

"어릴 때는 그 명칭(꽃사슴)이 싫었는데 지금은 괜찮아요.(웃음) 그때는 쑥스럽고 그랬는데 지금은 조금 민망하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대기록을 세운 현재 황연주는 배구를 처음 시작한 지난날을 회고했다. 만약 중학교 시절로 돌아간다면 다시 배구를 할거냐는 질문을 받은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제가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 배구를 힘들게 했는데 이런 사실은 안 상태로 다시 돌아간다면 안 할 거 같아요.(웃음) 정말 힘들었거든요. 몸도 힘들었지만 어린 나이에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알고 돌아간다면 절대 안 할거 같습니다.

그래도 황연주는 배구 선수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만약 미래의 자녀에게 배구를 시킬 생각은 있냐는 질문을 받은 그는 "본인이 원하면 시킬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 팬들이 보낸 질문을 읽어보는 황연주 ⓒ 현대건설 체육관, 스포티비뉴스

베테랑 선수들과 어린 선수들이 조화를 이룬 팀 분위기 '배리 굿'

황연주는 뜻깊은 순간도 많았지만 우여곡절도 많은 길을 걸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은 늘 그의 발목을 잡았다. 또한 국내 V에서 아포짓 스파이커로 뛰는 선수들은 대부분 외국인이다. 이들과 오랫동안 경쟁을 하며 팀 승리를 위해 뛰는 일도 쉽지 않았다. 힘들고 어려울 때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버팀목이 되어준 이는 부모님이었다.

"저는 부모님 때문에 계속 버틴 거 같아요. 일년만 더해보자라며 격려해주셨는데 그게 지금까지 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많은 세터와 호흡을 맞췄는데 특정하게 한 선수만 기억에 남는 세터로 꼽기는 힘들거 같아요. 모두 도와주셨고 호흡을 맞췄기에 다 기억에 남아요."

황연주는 어느새 서른을 넘었지만 현대건설에서는 '왕언니'들이 있다. 19번째 시즌을 뛰고 있는 한유미(37, 현대건설)와 '주부 미들 블로커' 김세영(36)이 버티고 있다. 이들의 존재감은 황연주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저에게 장난을 가장 많이 칠 것 같은 선수는 의외로 김세영 선수입니다.(웃음) 전혀 안 그럴 거 같은데 진짜 장난을 많이 치세요.(웃음) 그만큼 편하니까 이런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팀의 주전 세터이자 분위기 메이커인 이다영(21)도 황연주가 대기록을 세울 때 든든한 조력자였다. 올 시즌 명 세터 출신인 이도희(49) 감독이 부임하며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과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다.

3라운드가 끝나가는 현재 현대건설은 8승 5패 승점 24점으로 2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건설에서 8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는 황연주는 팀 동료들과 우승을 향해 진군하고 있다.

황연주는 흥국생명 시절부터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스타'였다. 여전히 팬들의 인기를 받는 "20대 시절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팬 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신다"며 활짝 웃었다. 황연주는 "오히려 여자 팬 분들이 더 많은 데 남자 팬들은 많이 쑥쓰러워 하시는 거 같다. 선물이나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시는 팬 분들도 여자 분들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최근 여자 배구의 인기는 과거와 비교해 매우 높아졌다.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올해 각종 국제 대회에서 여자 대표 팀이 선전하며 여자 배구의 관심은 한층 높아졌다. 이런 열기는 김연경에 대한 인기는 물론 국내 V리그 흥행까지 이어졌다.

"우선 여자 배구 인기가 올라간 점은 선수들에게 매우 좋은 영향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한참 했을 때보다 지금이 인기가 더 높아졌어요. 한때는 이런 열기가 없을 때도 있었는데 그런 점은 배구 발전을 위해 확실하게 좋은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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