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없는 평창 개막식장..영하 20도 칼바람 어쩌나

박소영.김지한 입력 2017. 12. 18. 01:21 수정 2017. 12. 1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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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 방송사 NBC서 요구해 늦춰
개·폐회식장 지붕 없어 칼바람 노출
관람객들 5시간 넘게 혹한 견뎌야
조직위, 방풍막·히터 등 대책 안간힘
우의·핫팩 등 방한 5종 세트도 준비
내년 2월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평창올림픽플라자 개·폐회식장 전경. 개막식 당일엔 섭씨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강추위가 예상된다. 지붕도 없어서 관중은 강풍을 견뎌야 한다. [평창=연합뉴스]

━ 체감 영하 20도와 싸워야 할 '시베리아 평창 개막식’

내년 2월 9일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을 직접 관람하려면 추위와의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 영하 10도의 기온 아래 야외에서 적어도 다섯 시간 동안은 칼바람을 맞아야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기간(2월 9~25일) 강원도 평창군의 평균기온은 영하 4.8도다. 평균 최저기온은 영하 9.8도로 내려간다. 평균 풍속은 초당 4.6m다. 바람이 센 편이라 체감온도는 영하 15~17도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최근 5년간 2월 9일 이 지역 평균기온은 영하 4도~영하 11.7도였다. 최저기온은 영하 6.8도~영하 20.3도에 달했다. 체감온도가 영하 12도~영하 25도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폐회식이 열리는 내년 2월 25일은 그래도 조금 낫다. 초봄 날씨로 변하면서 기온이 다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5년간 2월 25일 평균기온은 영하 0.2도~영상 5.7도, 최저기온은 영하 5.8도~영상 0.6도였다.

최근 5년간 2월 9일 평창·대관령 기온
윤기한 기상청 대변인은 “개회식이 열리는 내년 2월 9일 날씨는 현재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평창군의 평균기온을 따져보면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한파주의보가 발효됐던 지난 11일 정도의 추위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 11일엔 전국적으로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면서 한파주의보가 발효됐고, 일주일 내내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71년 만에 가장 일찍 한강이 결빙됐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8일 “평창올림픽은 최근 가장 춥다고 여겨졌던 1994년 릴레함메르 겨울올림픽(평균기온 영하 11도)만큼이나 추운 올림픽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은 특히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장은 지붕이 없어 3만5000명에 달하는 관람객이 강풍을 고스란히 맞아야 한다”고 전했다.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리는 평창올림픽 플라자 개·폐회식장은 635억원을 들여 건설했지만 지붕은 설치하지 않았다. 올림픽이 끝나면 부분 철거할 예정이라 지붕을 만들지 않은 것이다. 임시로 지붕을 만들려면 추가로 374억원이 필요한데, 평창조직위는 예산을 줄이기 위해 지붕이 없는 개·폐회식장을 건설했다.

30년간 겨울올림픽 개최지 평균 기온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은 기온이 떨어지는 밤 8시에 시작된다.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미국 NBC가 이 시간대에 개최를 요구했다. 낮에 열리면 미국 동부시각으로 이른 새벽이 돼 시청률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은 미국 동부시각으로 오전 6시에 시작된다.

일반 관중은 오후 4시30분부터 입장할 수 있는데, 행사는 대략 밤 10시에 끝난다. 많게는 5시간30분 동안 야외에서 칼바람을 맞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달 4일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장에서 열린 드림콘서트에선 기온이 영상 3.4도(풍속 초속 8m)였는데도 저체온증 환자가 6명이나 발생했다.

지난달 4일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드림콘서트에서는 저체온증 환자 6명이 발생했다. [뉴스1]
오현진(내과 전문의) 국립암센터 의사는 “추위에 장시간 노출되면 저체온증 외에도 심근경색·뇌졸중·뇌출혈 질환이 증가한다. 건장한 운동선수들도 영하의 추위 속에 2~3시간 서 있는다면 몸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90여 개국의 선수단은 이날 강추위를 뚫고 차례로 입장해 두 시간여 동안 서 있어야 한다. 캐나다의 글로벌뉴스는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캐나다올림픽위원회는 단열이 잘 되는 방한복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드림콘서트에서 추위로 인한 환자가 발생하자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는 혹한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지붕을 덮지 않는 한 준비할 수 있는 대책은 제한적이다. 우선 북서풍을 차단하기 위해 방풍막을 설치하고, 일반 관람객 좌석 주변에는 LPG 히터 40대를 배치하기로 했다. 방한용품 5종 세트(우의·무릎담요·핫팩 방석·손 핫팩·발 핫팩)와 더불어 뜨거운 음료도 나눠주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은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각국의 VIP를 초대할 예정인데, 그들에겐 일반 관람객보다는 좀 더 크고 두꺼운 담요가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일반관람객 좌석주변으로 LPG 히터 40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사진 평창조직위]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오는 일반 관람객 3만5000여명에게 나눠줄 방한용품 5종세트. [사진 평창조직위]
김덕수 평창조직위 문화행사국 개·폐회식팀장은 “추위를 막기 위해 더 좋은 아이디어를 찾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결국 개인적으로 추위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한 대책 캠페인 영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현진 의사도 “체온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내복을 입고, 핫팩을 중심 체온 부위에 붙이거나 가지고 다녀야 한다. 모자도 반드시 써야 한다. 손끝, 발끝의 작은 혈관들은 괴사(동상)할 수 있기 때문에 장갑과 양말도 따뜻한 것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22만~150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개회식 입장권 예매율은 55%다. 폐회식 티켓 가격은 22만~95만원으로 예매율 35%를 기록하고 있다.

박소영·김지한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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