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e스토리] 롤 올스타전에서 빛난 신성, '지수' 박진철

2017. 12. 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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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라이엇 게임즈는 리그 오브 레전드는 공식 국제 대회를 네 번 개최했다. 스프링 시즌 최강팀을 모은 MSI, 각 지역의 자존심 대결인 리프트 라이벌즈, 그리고 축구의 월드컵 격인 월드 챔피언십에 이어 한 해를 마무리하는 팬 서비스 격 대회인 올스타전을 마지막으로 치른다.

올스타전이 팬 투표로 선발된 선수를 모은 이벤트 격 대회이지만 올해부터는 더 진지해진 분위기로 진행됐다. 기존의 다양한 모드 게임을 제외한 대신 지역대항전과 1대 1 매치에 무게를 실어준 것. 지역마다 최고의 선수들로 한 팀을 만들어 대결하는, 그야말로 '꿈의 매치'가 이뤄진 것이다.

올 한해를 주름잡은 쟁쟁한 선수들이 참여한 올스타전에도 이변은 있었다. 동남아시아 지역 대표 올스타팀이 4강에 오른 것. 지역 대항전뿐만 아니라 동남아 올스타팀의 한국인 탑 라이너인 '지수' 박진철은 1대 1 대결에서도 '파워 오브 이블'과 '메이코'를 잡고 4강까지 오르며 전 세계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1대 1 대결에서는 누굴 상대하든,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절대 변하지 않는 표정을 보였다. 그런 박진철의 매력을 통해 그에게 관심도 늘어났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눈 박진철은 달랐다. 올스타전을 마치고 휴식을 위해 귀국한 박진철을 만나 이번 올스타전까지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이야기하면서도 잘 웃고, 아재 개그까지 즐기는 평범한 20대였다.

인터뷰에 앞서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그리고 '지수'라는 소환사명은 어떻게 정한 건가요.

안녕하세요. 올해 태국 어센션 게이밍에서 활동한 '지수' 박진철입니다. 이번 여름 태국 리그에서 다른 한국인 선수와 같이 우승하고 올스타전을 마친 후 한국에서 휴식 중입니다. 원래 '제이'라는 소환사명을 썼는데 유럽에서 활동하려고 할 때 소환사를 지수로 바꿨죠. 카드캡터 체리에 나오는 그 지수에요.
 

얼마 전 미국에서 열린 올스타전의 활약으로 많은 팬이 기억하는데, 대회에 참가하기 전까지 여러 일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동남아시아 지역은 올스타전을 하기 전 해당 지역팀끼리 올스타전 참가 팀을 가리는 예선전을 한 번 더 합니다. 저는 태국 대표로 뽑혀서 동남아 올스타전에 출전했는데, 아쉽게 베트남 대표팀에게 4강에서 패배해서 원래 올스타에 가지 못할 상황이었죠. 그런데 대회 우승을 차지한 베트남 팀의 '리바이' 두이 칸 도 선수를 제외하고 모두 비자 이슈가 생겨 올스타전 출전이 무산됐고, 그래서 제가 기회를 잡을 수 있었죠. 만약 제가 베트남 팀에게 무기력하게 경기를 내줬다면 조금 부끄러울 수도 있는 기회였는데, 베트남에 유일하게 좋은 경기로 한 세트를 따낸 팀이 태국이라 동남아를 대표해 올스타에 나갈 자격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좋은 기회를 잡아서 올스타전에 나섰는데, 지역 대항전이나 1대 1 토너먼트 모두 4강에 오르며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죠.

저희 출전이 늦게 결정되면서 다른 지역 올스타보다 시간이 부족했어요. 대회 전날에야 미국에 도착해서 스크림을 할 시간조차 없었거든요. 그래서 첫날 경기에서 허무하게 패배했어요. 시간만 충분했다면 더 좋은 경기를 보일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이렇게 온 이상 좋은 경기를 하고 싶어서 경기에 진 이후에도 계속 연습 경기를 잡았죠. 중국전에서 저하고 '패트릭' 임진혁의 경기력이 좋지 못했는데, 그래도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잘했고요. 

중국하고 해도 이 정도였는데 북미와 경기는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어서 이후에 좋은 결과를 냈다고 봅니다. 이번에 같이 간 동남아 코치님이 정말 열심히 상대를 분석했고, 거기에 상대의 실수까지 겹쳐서 북미와 브라질을 연달아 잡고 4강에 갈 수 있었죠. 4강에서 만난 LMS팀이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초반에 집중했는데 그게 안 통해서 결국 경기를 내줬습니다.

박진철 선수는 이번에 1대 1 토너먼트에서도 리바이와 함께 지역 대표로 나섰는데, 어떻게 출전자로 뽑혔나요.

리바이는 일단 득표수에서 알 수 있을 정도로 베트남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어요. 실력도 엄청나고요. 그래서 1대 1 토너먼트에는 무조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원래 후보가 베트남 팀 미드 선수였는데 올스타에 나오지 못해서 제가 1대 1 토너먼트에 나가게 됐죠. 제가 태국 리그에서 활약한 걸 보고 다들 믿어준 거 같아요.
 

이번 올스타전 1대 1 토너먼트를 통해 본인이 많은 팬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었는데, 예상 밖의 챔피언 픽과 함께 이기고도 좋아하지 않는 포커페이스 때문이었습니다. 판테온이나 올라프, 그리고 드레이븐과 탐 켄치를 사용했는데 단순히 쇼맨십으로 설명하기 힘들고 경기 후에도 진지한 모습을 보이면서 '빛지수'라는 별명까지 얻었는데, 이러한 플레이를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저는 탑 라이너니까 제가 제일 잘하는 챔피언을 꺼내는 게 맞는 일이죠. 그래야 자신감도 생기고 승리했을 때 성취감도 더 높았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괜히 평범한 원거리 딜러를 꺼내면 손에도 안 맞고, 이겨도 제 실력이 아닌 챔피언 성능으로 이겼다는 생각이 들었을 거예요.

그리고 경기에 이기고도 웃지 않은 이유는 상대에 대한 예의 때문이었습니다. 직접 현장에서 경기하는데 마이크로 채팅도 가능한 데다가 상대 선수와 거리가 가깝다 보니 이긴 후에 너무 좋아하는 건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1대 1 토너먼트는 정말 제 실력이 나오는 대회이다 보니 긴장도 많이 했어요. 이기고 나서 다행이라는 생각만 들었지 웃을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했어요.

하지만 4강에서 만난 비역슨은 확실히 달랐어요. 미드 라이너에 피지컬도 좋아서 힘든 상대가 될 거라고 예상했고요. 1세트 드레이븐은 팀원들과 연습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와서 가져갔는데 조이 생각을 못 했어요. 그리고 1점을 내줬지만 제가 준비해온 걸 보여주고 싶어서 탐 켄치로 멋지게 싸우고 싶었어요. 제가 할 걸 다 하고 져서 후회는 없습니다.

지역 대항전과 1대 1 토너먼트 모두 4강에 올랐는데, 대회 자체가 투표로 뽑히긴 했지만 각 지역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대회가 올스타전이었기에 동남아 올스타의 성적이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올스타전 결과에 대한 박진철 선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이번 대회로 동남아시아 지역 선수들도 잘한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 지역은 한 번의 예선을 더 거쳐야 해서 정말 잘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그걸 보이기 쉽지 않았거든요. 다만 제 성적만을 떼놓고 말하자면 만족할 수는 없어요. 경기력이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우리 팀원들이 잘 해서 얻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에서도 저에 대해 알게 된 분들이 많다고 해서 그 부분에서는 의미 있던 대회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한 대로 박진철 선수에 대한 관심이 이번 올스타전 이후 높아졌는데, 본인에 대한 정보를 찾기 쉽지 않거든요. 리그 오브 레전드를 시작한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롤을 했어요. 취미 유저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티어가 높게 잡히더라고요. 원래 목표로 잡은 티어까지만 하고 그만둘 생각이었는데 그 이상으로 실력이 나와서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바로 프로 선수가 되는 걸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어떻게든 고등학교를 마치시길 원해서 수능까지 보고 그 이후로는 학교를 잘 안 나갔어요. 그리고 합류한 팀이 큐빅 게이밍이었습니다. 다들 아시는 스베누 팀의 전신이었고, 그 팀의 선수들과 같이 활동했죠. 그리고는 2016년 에버 8 위너스에서 한 해를 보내고 올해 초 유럽 2부 리그 팀으로 갔습니다.

미스핏츠 아카데미였는데 1부 리그 승격은 성공했어요. 하지만 서머 시즌 1부 리그 팀들과 경기하기에는 제 실력이 한참 부족했고, 그래서 결국 팀에서 나오게 됐습니다. 당시 제 실력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고, 그러기에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쉬는 와중 태국 팀에서 플레이오프부터 참가해달라는 요청을 받아서 태국 생활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좋은 성적이 나왔고, 그게 발판이 되서 올스타전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태국에서 생활이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합니다.

한국보다 많이 더운 거로 생각하시는데, 실제 생활하면 추울 때가 많아요. 더운 나라다 보니 건물 안에 에어컨을 항상 틀어놓는데, 겉옷이 없으면 추위를 느낄 정도입니다. 그리고 먹는 게 저하고는 좀 안 맞아서 패스트푸드를 먹는 일이 많았죠.

그래도 숙소 환경은 좋았어요. 주변 공기도 경치도 좋았죠. 시골 안에 있는 주택가가 게이밍 하우스다보니 연습하다 잘 안되면 밖에 나가서 강이 흐르는 걸 보며 마음 정리할 수 있는 게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휴식 시간에는 방에 누워서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보곤 했어요.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챙겨 볼 정도면 좋아하는 선수도 있을 거 같은데, 어떻게 보기 시작했고 좋아하는 선수가 있나요.

초등학교 시절부터 게임을 좋아해서 스타크래프트 경기는 거의 생방송으로 봤어요. 제가 경기를 보느라 부모님까지 같이 스타크래프트 방송을 보셨죠. 그중에서도 이영호 선수를 정말 좋아했어요. 실력도 좋았고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도 티 없을 정도로 프로 같은 모습이 멋있었거든요. 그런 면에서 같은 종목 선수이지만 '페이커' 이상혁 선수도 좋아합니다.

이제 내년 시즌을 준비해야 할 시기인데,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 같은 게 있다면.

아직까지 팀을 찾는 중이라 어느 팀이나 리그에서 활동할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올해 태국 리그에서 롤드컵 진출까지 노릴 수 있었는데 마지막 경기에서 승승패패패를 당하면서 좌절했거든요. 이게 아직도 아쉬워요. 그래서 내년에는 꼭 롤드컵에 나가는 게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롱주 탑 라이너인 '칸' 김동하 같은 공격적이고 캐리력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기 전에 이번 롤드컵을 통해 많은 분이 본인을 차갑고 날카로운 선수로 알고 있는데 아재 개그를 즐기는 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실인가요?

가끔 커뮤니티를 하면서 제가 생각하기에 재미있는 개그를 올렸는데 누가 그걸 다 정리해서 올리셨더라고요. 정말 저는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가장 손을 많이 타는 챔피언은 뭘까요? 바로 브랜드입니다. 항상 활활 타니까. 이런 거죠.

네... 이미지가 더 깨지기 전에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인터뷰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올스타전을 통해 시청자, 혹은 커뮤니티 분들이 저를 알아주시고 좋게 봐주신 점 감사합니다. 저도 재미있고 언제나 노력하는 모습으로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겠습니다.
 

박상진 기자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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