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 사망]같은 병실, 같은 구역서 심정지..심폐소생술도 소용 없었다

선명수·김찬호 기자 2017. 12. 17.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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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오후 9시31분~10시53분 사이 ‘순차적 사망’
ㆍ병원 “가장 위중했던 조산아들…이례적인 일” 말만 되풀이
ㆍ보건당국 “같은 병실에 괴사성 장염 환아, 감염 가능성 낮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진 다음날인 17일 병원 의료진이 사고가 발생한 신생아 중환자실에 들어가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16일 오후 5시44분, ㄱ환아 심정지로 첫 번째 심폐소생술(CPR). 오후 7시23분 ㄴ환아 CPR, 오후 8시12분 ㄱ환아 두 번째 CPR….

같은 병실, 같은 구역에 입원해 있던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이 발생한 이대목동병원이 17일 공개한 사망 환아에 대한 ‘실시간 CPR 기록’에는 급박했던 당시 신생아 중환자실의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불과 80분 사이 신생아 4명이 비슷한 증상으로 갑작스럽게 숨진 사건임에도 병원 측은 “아직 사망 원인을 파악할 수 없다”며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 병실 중간 인큐베이터에서 발생

이날 경찰과 이대목동병원의 설명을 종합하면, 사망한 아기들은 10~12월 중 태어난 생후 2개월 미만의 신생아들이었다. 모두 임신 25~34주 사이에 태어난 조산아들로, 이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의 가운데 부분에 자리 잡은 인큐베이터에 나란히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관계자는 “22개 병상을 중증도에 따라 배치하는데, 사망한 4명 모두 같은 구역에 있었다”면서 “모두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조산아들로 상태가 가장 위중했던 환아들”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 심정지는 입원한 지 한 달 반쯤 된 환아에게서 오후 5시44분쯤 발생했다. 의료진이 약 20분간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자 정상으로 회복되는 징후를 보였지만 약 2시간 후인 오후 8시12분에 재차 심정지가 발생하면서 끝내 사망했다.

이후 신생아 중환자실은 아비규환이었다. 같은 구역에 입원해 있던 3명의 환아에게서 각각 오후 7시23분, 오후 9시, 오후 9시8분쯤 연이어 심정지가 발생했다. 4명의 아기는 결국 이날 오후 9시31분부터 10시53분 사이 순차적으로 사망했다. 병원 관계자는 “모두 심박수가 떨어져서 CPR을 했지만 소생하지 않았다. 보통 CPR을 하면 상태가 어느 정도 호전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면서 “그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 당국 “감염 아닌 듯”…18일 부검

경찰에 따르면 유족들은 전날 밤 늦게까지 이뤄진 경찰 조사에서 사망 전 신생아들이 배에 가스가 찬 것처럼 볼록하게 나와 있었으며, 호흡 곤란 증세를 보였다고 증언했다. 같은 병실에 있던 신생아 2명이 최근 괴사성 장염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복부 팽만은 괴사성 장염의 한 증상으로, 조산아들에게 주로 발견되는 장 질환이다. 다만 병원 관계자는 “괴사성 장염 수술을 받은 2명은 숨진 환아와는 다른 아이들”이라며 “환아별로 배가 나와 있는 정도도 조금씩 달랐고, 사망자 중 괴사성 장염에 걸린 아이는 없었다”고 말했다. 숨진 영아들 4명 중 2명은 상태가 위중했지만, 나머지 2명은 크게 이상 징후를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는 병원과 보건당국 모두 감염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이날 중환자실 역학조사를 진행한 양천구보건소 관계자는 “병원도 감염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고, 정확한 사인은 부검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지만 현재까지 감염병은 아니라 보고 있다”면서 “다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일부 유족은 경찰 조사에서 “16일 낮 아이 상태가 좋지 않아 담당 의사와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병원 측은 “환자면담 시간이라 담당 의사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뿐, 면담을 거부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사건 발생 당시 중환자실에는 당직 전공의 2명과 간호사 4명, 간호조무사 1명 등 총 7명이 근무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교수 및 전문의들은 응급 상황이 벌어졌다는 연락을 받고 중환자실로 투입됐다. 병원 관계자는 “응급상황이 벌어졌다고 하니 교수님들도 긴급 투입된 것”이라며 “당직 전공의 배치 등도 병원 규정대로 했다”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신생아들에게 투여된 약품을 모두 수거해 감식에 들어갔다. 사고 당시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환아는 사망자를 포함해 총 16명으로, 병원은 보호자가 없는 환아 2명을 포함해 12명에 대한 퇴원(4명) 및 전원(8명) 조치를 완료했다.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환아들은 현재까지 특별한 이상 소견은 없는 것으로 병원 측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4명에 대한 부검을 18일 오전 실시해 사망 원인을 밝히고,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사고전담팀에서 의료진의 과실 가능성, 기기 오작동, 감염 여부를 모두 살필 계획이다.

■ 병원, 경찰·보건당국 신고 안해

신생아들의 사망 사실을 경찰에 최초 신고한 사람은 병원 측이 아닌 유족으로 확인됐다. 신고 시간은 16일 오후 11시7분쯤이다. 병원 관계자는 “(경찰 신고는) 보호자가 했다. 심정지는 일반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새벽 1시쯤 보건당국에는 신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병원은 주무관청인 보건소에도 자발적으로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로부터 소식을 전달받은 양천구 보건소가 먼저 병원 측에 확인전화를 걸었고, 이때 병원 측이 사고 소식을 확인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유족들은 병원 측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고 분개했다. 숨진 한 신생아의 아버지는 이날 병원의 언론 브리핑 현장을 찾아 “왜 유가족에게는 아무 연락도 하지 않고 언론 브리핑부터 하느냐”면서 “앞으로 몇 달, 몇 년이 될지 모르겠지만, 한 번만 더 병원이 유가족을 우선순위에서 밀어놓고 대응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항의했다. 병원 측은 “머리 숙여 사과한다”며 “언론 브리핑이라 유가족에게 연락이 안 간 것이고, 유가족을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선명수·김찬호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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