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탄 연기에 쓰러져간다..○○건설" 119 신고 발음 부정확, 결국 주검으로

박준철 기자 2017. 12. 17.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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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건설 하청 노동자 2명, 알뜰폰이라 추적 어려워 발견 지연

경기 김포시의 한 빌라 신축 공사장에서 콘트리트 양생(굳히기)작업을 하기 위해 피워 놓았던 갈탄 연기에 건설업체 노동자 2명이 질식해 숨졌다. 노동자 중 한 명은 숨지기 전 “갈탄을 피우다 쓰러졌다”며 119에 신고했지만 4시간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김포경찰서는 17일 오전 1시16분쯤 김포시 운양동 빌라 신축 공사장 지하 1층에서 모 건설업체 노동자 ㄱ씨(50)와 ㄴ씨(53)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노동자들은 60여㎡의 좁은 지하시설에서 콘크리트 양생을 하기 위해 지난 16일 오후 3시 피워놓았던 갈탄을 6시간 후인 오후 9시에 숯 교체를 하러 들어갔다가 일산화탄소에 질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숨진 노동자 중 한 명은 지난 16일 오후 9시36분쯤 “갈탄을 태우다가 동료가 쓰러졌다. ○○건설이다”라며 119에 신고했다. 경기소방본부는 신고자의 발음이 정확하지 않자 수차례 건설사 이름을 묻고, 김포시 등에 확인했지만 신고자의 위치를 특정하지 못한 채 5분 만에 통화는 종료됐다.

경기소방본부 관계자는 “신고자가 위치 설명을 잘못해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숨진 노동자와 다시 통화하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안돼 신고자가 있는 기지국 중심으로 구조대 출동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휴대폰 기지국을 통해 신고자가 김포 운양동 인근 한 아파트 500m 이내에서 신고한 것으로 보고 이 일대를 수색했다. 그러나 이곳에는 공사장이 많은 데다 신고자가 별정통신사(알뜰폰)에 가입해 휴일이나 야간에는 위치 추적이 안됐다.

경찰은 결국 신고자의 카카오톡에 친구로 등록한 뒤 인적사항을 알아내 신고자의 교통단속 실적을 파악해 차량번호를 찾아 17일 0시28분쯤 빌라 신축 공사장에서 차량을 발견했다. 경찰은 이 일대를 48분간 수색해 지하실에서 ㄱ씨 등을 발견했지만 이미 숨져 있었다.

ㄱ씨 등은 운양동에서 빌라 14개동을 짓는모 건설업체의하청업체 직원이다. 고용노동부 부천지청은 ㄱ씨 등이 숨진 공사장에 전면 작업중지를 명령하고 긴급 안전진단을 할 방침이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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