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간선도로 지하화 구상]탄소 배출 줄이고 홍수 잡고..터키·말레이시아서 본 '+α'
[경향신문] ㆍ유라시아해저터널·스마트터널 직접 가보니
지난 8월 말부터 9월 초 사이 방문한 터키 이스탄불의 유라시아해저터널과 말레이시아의 스마트터널은 지하도로의 성공 가능성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사례였다.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기본적 기능은 물론 홍수 조절과 상부공간 활용 등의 기능은 국내의 도로 지하화 사업에서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이스탄불 유라시아해저터널은 유럽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터널이 위층,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터널이 아래층으로 나뉘어 있었다. 5.4㎞ 길이의 이 터널은 세계 최초의 자동차 전용 복층 터널로서 양방향을 위아래 층으로 나누어 건설됐다. 유라시아해저터널은 이스탄불을 가로지르는 보스포루스해협을 건너는 유일한 터널이다. 터널이 생기기 전에는 이스탄불 인구 1500만명이 유럽 대륙과 아시아 대륙을 오갈 수 있는 도로가 3개의 대교밖에 없었기 때문에 극심한 교통정체가 만성화돼 있었다. 터키 정부는 도로 부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국책사업으로 터널 건설을 추진했고, SK건설이 현지 업체와 공사를 공동으로 수주해 2013년 1월 착공했다. 총사업비 12억4500만달러 규모의 터널 공사는 지난해 12월 완료됐다. 지난 9월 말까지 유라시아해저터널을 이용한 차량은 약 1200만대에 달한다. SK건설에 따르면 터널 개통으로 이스탄불 전역의 차량 운행시간이 연간 5200만시간 줄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약 8만2000t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라시아해저터널은 한국의 기술력이 보스포루스해협의 해저 지반에도 터널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SK건설은 이 공사에 지름이 13.7m에 달하는 터널굴착기(TBM)를 투입했다. 최고 수심 106m 해저의 높은 수압과 무른 해저 지반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극복하고, 규모 7.5 이상의 지진을 견딜 수 있는 안정적인 터널을 조성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터키는 지진이 잦은 나라다.
유라시아해저터널에 이어 둘러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스마트터널은 교통과 치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도심 내의 차량 소통을 원활하게 만드는 동시에 잦은 홍수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총 9.7㎞ 길이의 복층터널을 만들었다.
인근 크랑(Klang)강에 홍수가 나서 수용 가능치를 넘어서는 빗물이 유입될 경우 물의 흐름을 지체시키는 저류지를 이용해 홍수 피해를 줄이는 개념이다.
일반적인 강우 때는 빗물이 최하부 수로터널로 흘러가며 차로 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강우량이 많을 경우 차량 통행을 막고 터널까지 수로로 활용한다. 비가 그치면 48시간 이내에 차로를 정리하고 다시 차량 통행을 재개시킨다.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기후변화로 인해 여름철에 홍수 수준의 많은 비가 내리는 경우가 많은 만큼 경부간선도로 터널에 일시적으로 빗물을 저장했다가 배수하는 방식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서울 서초구에서 추진 중인 경부간선도로 입체화 계획에서도 터널 하부에 저류터널을 설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서울시립대 이희정 교수는 “강남역 등 주변의 빗물을 담수할 수 있도록 저류터널을 조성하면 상습 침수를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담수된 물을 도로 물청소, 가로수 물 공급 등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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