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2017 세계]①미국 우선주의 - '미국을 위대하게' 구호 '미국이 고립되게' 역풍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입력 2017. 12. 17.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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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NAFTA·TPP 등 흔들고 기후협정·유네스코 탈퇴
ㆍDACA 폐지 등 반이민 강화…트럼프, 민족·보호주의 집중

“이 순간부터 새로운 비전이 우리 땅을 지배한다. 오직 미국이 우선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은 지난 1월20일 취임사에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국정운영의 핵심 기조로 제시했다. 대선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방향이 미국 우선주의다.

올해 트럼프 정부의 대외 정책과 경제 정책은 미국 우선주의에 철저히 맞춰졌다. 경제 정책은 보호주의 강화와 다자무역협정 탈퇴 및 재협상으로 정리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 주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선언했고, 이튿날 12개 나라가 추진하던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자무역협정을 미국에 대한 ‘잠재적 재앙’이라고 평가하고 미국에 유리한 양자협정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미 FTA 폐기까지 검토했으나 미 의회와 업계 반대가 이어지면서 재협상이 진행 중이다.

미국 우선주의는 보호무역 강화로 이어졌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의 반덤핑 조사 개시 건수는 3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증가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이익을 이유로 고립주의 대외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세계 195개국이 가입한 파리 기후변화협정 불이행을 선언했다. 10월에는 반이스라엘 편견을 이유로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도 탈퇴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소속 유럽 국가들과 한국·일본 등 동맹국을 향해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첫 유엔총회 연설에서 “여러분이 여러분 국가를 가장 우선시하는 것처럼 나도 항상 미국을 최우선으로 두겠다”고 했다.

미국 우선주의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이민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입국을 90일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조치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자 세 번에 걸친 행정명령 수정과 법정 싸움 끝에 지난 4일 대법원으로부터 반이민 정책 시행을 허락받았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9월에는 부모가 불법 체류자인 만 16세 미만 청년들의 추방을 유예해주는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 제도(DACA)’ 폐지를 결정했다. 의회가 6개월 안에 이들의 체류를 합법화할 법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청년 80만명이 추방될 위기다.

미국 우선주의가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대로 “미국 노동자와 가정의 이익 증진”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불확실하다. AP와 여론조사기관 NORC의 최근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2%로 역대 취임 1년차 대통령 중 최저였다.

트럼프 정부의 민족주의, 고립주의, 보호주의 정책들은 국제사회로부터 미국의 불신과 고립을 강화할 것이란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아시아 순방에서도 미국 우선주의 행보를 보이자 “미국 우선주의 슬로건은 이제 여러 방면에서 미국 고립주의(America Alone)에 가까운 무엇인가로 번역되기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최근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 국익에 해롭고, 세계를 안정시키기 위한 능력의 결핍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의 국익은 물론 국제사회의 공익과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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