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재미에 갈수록 더 끌리는 '다이어리북'

글·사진 김유진 기자 입력 2017. 12. 17.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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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매일 다른 질문에 답 적는 즐거움…형식·내용 다채로워져 인기몰이

지난 15일 오후 교보문고 광화문점. 에세이, 실용, 자기계발 등 여러 분야의 서가 한쪽에 ‘2018 다이어리’(사진)라는 작은 안내판이 눈에 띄었다. 문구류가 아닌 출판사에서 정식 발간한 ‘다이어리북’을 진열한 공간이다. 이곳을 유심히 살펴보던 김연수씨(21)는 “중학생 때부터 십 년 가까이 꾸준히 써 왔다”며 “특히 여행을 기록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어리와 책의 합성어인 다이어리북이 연말을 맞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다이어리북은 주간이나 월간 단위로 일정을 관리하는 기존의 다이어리와 달리 형식과 내용이 다채로운 점이 특징이다. 날마다 주어진 질문에 답변하도록 되어 있거나 문학이나 자기계발 분야 유명 저자들의 책을 토대로 만든 것, 외국어 공부나 육아 등 뚜렷한 콘셉트를 지향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가격도 1만5000~2만원대로 일반적인 도서 가격과 비슷하다.

새로 나오는 다이어리북의 종류나 판매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17일 온라인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올 한 해 출간된 다이어리북은 모두 32종으로 지난해 30종, 2015년 8종에 비해 증가했다. 올해 11월 한 달간의 다이어리북 판매량도 8748권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999권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다이어리 대목 시즌인 12월 판매량을 보면 2015년 1만2851권에서 2016년 1만3679권으로 늘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이어리북 열풍에 불을 붙인 것은 2015년 말 나온 <5년 후 나에게>(토네이도)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판매량 1위를 기록 중인 이 다이어리북은 ‘나는 오늘 실존주의자인가, 초현실주의자인가?’ ‘머리를 감지 않고 며칠까지 버틸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 365개에 대해 5년에 걸쳐 답하도록 짜여져 있다. 예스24 자료를 보면 구매자의 절반가량이 20~30대 여성이다. 이 다이어리북이 뜨거운 화제를 모으면서 유사한 다이어리북들이 쏟아져 나왔다.

서점에서 만난 이재량씨(19)는 1000일 동안 질문에 답하는 형식의 다이어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이씨는 “질문이 있으면 나 자신을 좀 더 잘 표현하고 체계적으로 일상을 기록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동안 일반적인 다이어리를 써 왔지만 이번에는 바꿔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예스24 자기계발 MD 김현주 대리는 “올해는 <트렌드 코리아 다이어리> <끌리는 사람의 다이어리> 등 이미 출간된 책의 실천편 개념으로 저자의 확고한 팬층을 겨냥한 다이어리북이 출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이어리북이 확고한 트렌드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디지털시대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각광받고 있는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다이어리에 손으로 일상을 기록하거나 스티커, 마스킹테이프 등을 활용해 꾸미는 일이 젊은층 사이에서는 독특하면서도 ‘힙’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메모나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쓰는 행위’의 중요성과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하는 <인생이 두근거리는 노트의 마법>(라이팅하우스)과 같은 책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교보문고 진영균 브랜드관리팀 대리는 “책에서 텍스트의 양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데다 책 자체도 독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며 “몇 년 전 필사나 컬러링북이 유행했던 것의 연장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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