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박카스 마시고..중남미선 국산백신 맞고

김혜순 2017. 12. 1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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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한류, 내수정체 돌파구로 두자릿수 성장 파머징 공략
캄보디아 국민음료 박카스, 레드불 제치고 연매출 7백억
겔포스, 中 제산제 시장 1위..혈압제 카나브 멕시코서 인기
중남미·중동 백신 1천억수출
내수시장 성장률이 연평균 3%대로 뚝 떨어지면서 국내 제약사들이 중남미와 중동, 동남아시아 등 파머징시장에서 성장 돌파구를 찾고 있다. 파머징(Pharmerging)은 제약(Pharmacy)과 신흥(Emerging)을 합친 신조어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 시장과 대비되는 신흥 제약시장을 말한다.

동아제약은 올해 들어 9월 말 현재 캄보디아에서 박카스로만 49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연내에만 7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2010년 42억원 규모였던 캄보디아 내 박카스 매출은 지난해 632억원으로 급증해 6년 만에 15배 늘어난 바 있다.

우리나라가 음료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가 중국 미국에 이어 캄보디아인데 이는 박카스 영향이 크다. 현지에서 박카스 한 캔은 한국 돈으로 700원에 팔린다. 캄보디아 도시 근로자 한 달 월급이 30만~40만원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비싼 가격임에도 '국민 음료'로 자리 잡을 만큼 많이 팔리고 있다.

동아제약은 캄보디아를 동남아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옥외·TV 광고를 대폭 늘리는 등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왔다. 동아제약은 "현재 캄보디아는 막 산업화가 시작되던 우리나라 1960년대와 사회적 분위기가 비슷하다"며 "일과 피로에 찌든 샐러리맨에게 박카스를 건네는 콘셉트를 잡은 게 박카스 판매 돌풍으로 연결됐다"며 "기존 1위였던 '레드불'을 제친 후 에너지드링크시장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녹십자는 지난해 중남미와 중동 지역에 혈액제제와 백신을 각각 1000억원어치 수출했다. 올해도 백신과 혈액제제 수출액이 지난해 대비 각각 20%, 10%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백신 수출은 지난 5년 새 100% 이상 급성장했다. 녹십자는 "다국적 제약사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는 국내 제약사가 만든 혈액제제나 백신으로 경쟁하기가 쉽지 않지만 최근 뜨고 있는 파머징시장은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며 "자국 제약사가 많지 않은 데다 특히 고급 기술을 요하는 혈액제제나 백신을 만들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어 국내 제약사가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령제약이 개발한 고혈압 신약 '카나브'는 멕시코 고혈압제시장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음식을 짜고 맵게 먹는 남미 지역에서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환자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보령제약은 "고혈압 약은 한 번 먹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리를 위해 장기 복용해야 한다"며 "최근 남미 지역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고혈압 시장의 추가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보령제약이 중국에서 '포스겔'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는 겔포스는 지난해 매출 500억원을 넘어서며 위산 작용을 억제하는 제산제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의 '글로벌 제약산업 현황 및 전망' 보고에 따르면 파머징시장은 매년 7~10%씩 성장해 2021년에는 시장 규모가 345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2010~2015년 파머징시장은 매년 11.9%씩 성장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시장 성장률 4.8%에 비해 월등히 높고, 전 세계 제약시장 평균 성장률 6.2%도 훌쩍 넘어선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가 선점한 선진시장에 진입하려면 까다로운 임상 과정을 거쳐야할 뿐만 아니라 현지 영업과 마케팅에도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반면 신흥 제약시장은 절대 인구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인구증가율, 경제성장 및 소득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고 의료 인프라도 이제 막 구축되고 있다. 특히 의약품과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틈새를 노릴 여지가 많다는 게 제약사들 진단이다.

■ <용어 설명>

▷ 파머징(Pharmerging) : 제약(Pharmacy)과 신흥(Emerging)을 합친 신조어로 중동 중남미 동남아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신흥 제약시장을 뜻한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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