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훈의 트루패스] '4-4-2' 신태용호는 어떻게 '도쿄 대첩' 완성했나

정지훈 기자 2017. 12. 1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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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도쿄(일본)] 정지훈 기자= 이런 반전 드라마가 또 있을까? 일부러 각본을 이렇게 쓰라고 해도 쉽지 않다. 숙명의 라이벌전, 엄청난 비난, 7년 7개월간 이어진 무승. 신태용호가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며 역대급 반전 드라마를 연출했고, 완벽한 승리와 함께 2017년판 도쿄 대첩을 완성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오는 16일 오후 7시 15분 일본 도쿄에 위치한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 3차전에서 김신욱의 2골, 정우영의 1골, 염기훈의 1골에 힘입어 4-1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동아시안컵 2회 연속 우승과 함께 통산 4회 우승으로 최다 우승국의 자리를 지켰다. 여기에 7년 7개월 만에 일본전에서 승리했고, 38년 만에 4-1이라는 대승을 거뒀다.

[매치 포인트] 결과 선언한 신태용 감독, 왜 4-4-2를 재가동 했을까?

경기 전 신태용 감독은 무조건 결과를 외쳤다. 자신을 향한 맹비난, 일본전이라는 특수성 그리고 2016 리우 올림픽 아시아 예선 결승전에서의 역전패. 이 모든 상황들이 신태용 감독을 압박했고, 결과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였다. 이에 신태용 감독은 "과정과 내용도 중요하지만 결과가 가장 중요한 경기가 있다. 일본전이 그렇다. 일본의 안방이지만 잘 할 수 있는 것을 주문하겠다. 멋진 경기를 하면서 승리를 가져오겠다"며 무조건 결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두의 예상이 빗나갔다. 수비 안정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북한전에 이어 3백을 가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신태용 감독은 과감하게 4-4-2 포메이션으로 공격적으로 나섰다. 조금은 의아한 선택이었지만 경기 전 신태용 감독이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는 말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었고, 신태용호는 월드컵 무대에서 사용할 플랜A인 4-4-2 포메이션을 사용하며 일본전을 맞이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일본이 중원에서 세밀한 패스플레이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원에서부터 강력한 압박을 시도해 상대의 중원을 무력화시켜야 했고, 동시에 날카로운 측면 공격으로 찬스를 만들어야 했다. 이에 신태용 감독은 활동량이 좋은 이근호를 비롯해 김민우, 주세종, 정우영, 이재성을 투입해 일본의 패스플레이를 무력화시키는데 중점을 뒀다.

일본이 잘하는 패스 플레이를 무력화하는 동시에 약점을 파고들 필요가 있었다. 일본의 약점은 크게 두 가지. 측면과 높이였다. 이에 신태용 감독은 연계플레이와 높이가 장점인 김신욱을 최전방에 배치해 일본의 수비를 흔들고, 이근호와 함께 빅&스몰 조합을 구축했다. 여기에 공격 성향이 강한 김진수와 고요한을 풀백으로 배치해 측면 공격을 강화했고, 김민우와 이재성이 중앙과 측면을 모두 움직이며 일본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매치 분석①] 일본을 철저하게 분석한 신태용 감독, 핵심은 측면 공략

신태용 감독은 일본을 철저하게 분석했다. 중국, 북한전을 마치고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했던 것도 일본전 맞춤 전략을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이유로 일본 현지로 날아간 취재진들도 신태용호가 일본전에서 어떤 전략과 포메이션을 사용할 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신태용 감독이 가장 중점을 뒀던 것은 측면 공격이었다. 일단 일본의 측면을 공략하기 위한 카드는 김민우와 김진수의 왼쪽 라인이었다. 지난 북한전에서도 왼쪽 측면을 책임졌던 두 선수가 이번에도 왼쪽에서 인상적인 호흡을 보였다. 유기적이었다. 김진수가 오버래핑하면 김민우가 내려가 커버했고, 김민우가 중앙으로 빠지면 김진수가 공간을 파고들어 찬스를 만들었다.

결국 선제골도 왼쪽 측면에서 시작됐다. 전반 3분 만에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내준 한국이 빠른 시간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전반 13분 왼쪽 측면 김진수의 크로스를 문전에 있던 김신욱이 헤더로 마무리하며 측면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신태용 감독도 김민우, 김진수의 왼쪽 라인에 만족감을 표현했다. 신태용 감독은 "김진수와 김민우는 포지션 경합을 하고 있지만 두 선수 모두 공격 성향이 강하다. 김민우가 일본에서 활약할 때 윙포워드로 활약했기 때문에 일본전을 위해 준비를 했다. 염기훈을 교체로 투입했는데 경기를 준비하면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준비한 것이 잘 먹혔다. 일본이 어떻게 나올지 대비했다"며 일본을 철저하게 분석해 맞춤 전략을 세웠다고 밝혔다.

[매치 분석②] 신태용 감독은 애초에 김신욱 카드를 준비했다

측면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침투, 돌파, 크로스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중앙에서 싸워줄 최전방 공격수였다. 주인공은 김신욱이었다. 신태용 감독을 일본전을 앞두고 애초에 김신욱 카드를 낙점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일본이 높이가 약하다는 것을 파악하는 동시에 김신욱이 발밑 기술과 연계플레이가 좋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일찌감치 김신욱을 중심으로 공격을 짰다.

신태용 감독의 선택이 적중했다. 최전방에 위치한 김신욱은 압도적인 힘과 높이로 일본의 수비진을 제압하기 시작했고, 유연한 움직임과 연계플레이로 찬스를 만들었다. 결국 세 번째 골도 김신욱의 몫이었다. 이번에는 높이가 아닌 움직임과 골 결정력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전반 35분 이재성의 감각적인 패스를 받은 김신욱이 정교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김신욱은 신태용 감독의 믿음에 100% 보답했다. 경기 후 김신욱은 "이전 감독님들께서는 저를 후반에 지고 있을 때만 투입하셨다. 제 장점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님께서 죽어가던 저를 살려주셨다. 신태용 감독님께서 선수들에게 저를 향해 롱 볼만 투입하지 말라고 하셨다. 좋은 크로스를 시도하고, 발밑으로 공을 주라고 주문하셨다. 제 장점을 살려주신 것 같다. 감독님과 많은 패턴 플레이를 준비했고,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 감독님께 정말로 감사드린다"며 자신을 믿어주고, 부활을 도운 신태용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매치 분석③] 압박-중원 장악-교체 카드, 완벽했던 신태용호

중원에서 세밀한 패스 플레이를 시도하는 일본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중원에서 강한 압박과 함께 조금은 거친 플레이를 펼칠 파이터가 필요했다. 이에 신태용 감독은 정우영과 주세종을 투입해 일본과 중원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강력한 압박을 통해 경기를 풀어갔다.

신태용 감독이 왜 정우영을 믿고 쓰는지 이날 경기를 통해 증명했다. 주세종과 함께 중원에 배치된 정우영은 왕성한 활동량, 과감한 커팅, 경기 조율을 무기로 중원을 장악했다. 항상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던 정우영이 한일전의 영웅으로 등극했다. 전반 23분 아크 부근에서 프리킥 찬스를 잡은 정우영이 과감하게 오른발로 때렸고, 이것이 환상적인 궤적을 그리며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재성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K리그 MVP에 빛나는 이재성은 클래스가 다른 움직임을 보이며 한국의 공격을 진두지휘했고, 김신욱의 쐐기골까지 도왔다. 전반 35분 중원에서 공을 잡은 이재성이 감각적인 탈 압박에 이은 정교한 패스를 연결했고, 이것을 김신욱이 받아 날카로운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받던 교체카드도 인상적이었다. 이근호가 체력적으로 문제를 드러내자 후반 22분 염기훈을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승부수가 적중했다. 후반 24분 염기훈이 오른쪽 측면에서 왼발로 감았고, 골망을 흔들었다. 득점 후 염기훈은 박지성의 산책 세리머니를 재현하며 완벽한 마침표를 찍었다.

지킬 때는 지킬 줄 알았다. 특히 2016 리우 올림픽 아시아 예선 결승전에서 일본을 만나 뼈아픈 역전패를 당한 것이 쓰디 쓴 약이 됐다. 당시 신태용 감독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일본에 리드를 잡았지만 수비보다는 닥공을 선언했고, 결과적으로 연속골을 내주며 패배했다. 이때의 교훈이 신태용 감독을 성장하게 만들었고, 이날 경기에서는 정승현과 진성욱을 투입하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한 끝에 결과를 만들었다.

이에 대해 신태용 감독은 "제가 2016년 리우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일본과 결승에서 만났는데 그때 이기고 있다가 역전패를 당했다. 그때 상처가 됐지만 이번에는 약이 됐다. 오늘 한일전에서 중압감이 있었지만 도움이 됐다. 일본과 격돌하면서 어떻게 경기를 운영할 지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렸고, 준비를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일본전의 아픔이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고 밝혔다.

[현장 리액션] 신태용 감독, "이제는 월드컵을 준비하겠다"

한국 신태용 감독: 양 팀 선수들이 모두 최선을 다했다. 이번 대회는 월드컵을 위한 전초전이었다. 좋은 결과를 가져왔지만 보완할 점이 분명 있었다. 우리가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실점을 했지만 좋은 경기력으로 역전을 했기 때문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2016년도에 리우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일본과 결승에서 만났는데 역전패를 당했다. 그때의 상처가 약이 됐다. 실점을 했지만 좋은 경기력으로 역전을 했기 때문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이제는 자신감을 찾았기 때문에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할 것이다.

일본 할릴호지치 감독: 한국이 일본보다 기량이 한수 위였다. 힘과 경기 운영, 기술, 순발력 등이 정말 놀라웠다. 아주 높은 수준을 보여줬다. 모든 부문에서 일본을 압도했다. 오늘의 한국은 정말 훌륭했고, 칭찬할 수밖에 없다. 이번 대회에는 소집되지 못한 선수들이 11명 정도 있다. 하지만 그 선수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오늘의 한국을 이기긴 힘들었을 것이다.

득점왕 김신욱: 신태용 감독님께서 죽어가던 저를 살려주셨다. 정말로 감사하다. 자신감을 찾아주셨고, 감독님께서 선수들에게 저의 장점을 높이가 아닌 발밑 기술이라 설명하셨다. 정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이전 감독님들께서는 저를 후반에 지고 있을 때 투입하셨고, 공중볼만 강조하셨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님은 달랐고, 저를 도와주셨다.

사진=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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