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공항 갈등' 광주공항, 무안공항으로 통합·이전되나

최경호 입력 2017. 12. 17. 00:01 수정 2017. 12. 1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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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고속철 경유 계기' 무안공항과 통합론 '고개'
윤장현 광주시장도 "공항 통합해야" 전향적 발언
무안공항 활성화·광주군공항 이전 속도낼지 '주목'
광주공항, 64년 군공항과 합쳐..소음피해 등 갈등
무안공항 개항때 이전 결정됐지만 10년째 '제자리'
"주민투표·천문학적 예산 등 걸림돌 많다" 분석도
━ [이슈추적] 광주공항, 53년 만에 군(軍)공항과 통합·이전되나
전투기와 민간 여객기가 공존하는 광주공항 모습. [뉴시스]
최근 호남고속철(KTX)의 전남 무안공항 경유를 계기로 광주공항과 무안공항의 통합 문제가 지역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민간공항과 군(軍) 공항의 이전 작업이 난항을 겪어온 가운데 윤장현(68) 광주시장이 두 공항의 통합 이전을 시사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무안공항 인접 지역이 군 공항 이전 후보지로 주목받고 있다.

16일 광주시에 따르면 윤 시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광주공항을 무안공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군 공항이 가면(군 공항을 받아주면) 그때 민간공항인 광주공항을 주겠다’는 것은 미래비전이 없는 논리”라며 “지금 당장 어느 시기를 못 박고 언제까지 하겠다는 것은 아니더라도 좀 더 전향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호남고속철도의 무안국제공항 경유를 촉구하는 집회가 지난 9월 27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앞에서 열렸다. [중앙포토]
이 같은 윤 시장의 발언은 ‘민간공항인 광주공항이 이전할 때 군 공항 이전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광주시의 기존 입장보다 크게 진전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시간과 비용 문제 등 여러 어려움이 있는 군 공항 이전에 앞서 민간공항인 광주공항을 무안공항으로 이전하는데 긍정적인 견해를 밝힘으로써 두 공항의 통합 이전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광주공항은 1948년 동구 학동에 둥지를 튼 후 1964년 1월 당시 군 공항이 있던 현재의 위치로 확장 이전했다. 이때부터 광주공항은 민간공항과 군 공항 역할을 동시에 수행함으로써 인근 관공서와 아파트 밀집촌에 사는 주민들이 극심한 소음피해를 호소해왔다.

아시아나항공 소속 항공기가 무안국제공항을 이륙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후 정부는 2007년 11월 무안국제공항을 개항하는 과정에서 광주공항 이전을 결정했으나 광주시와 관광업계 등의 반발로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광주공항이 대도시 항공수요 등을 이유로 2008년 5월 국제선만 무안으로 옮기고 국내선은 그대로 운항하고 있어서다. 현재 광주공항에서는 서울과 제주에 각 왕복 2편과 17편이 운행 중이다.
광주공항의 이전 사업이 표류하는 사이 무안공항은 ‘무늬만 국제공항’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광주와 목포·순천·여수 등 전남 지역 도시와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항공편까지 매년 줄어들고 있어서다. 무안공항은 당초 서남권의 허브공항을 표방하며 문을 열었으나 매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적자 규모 역시 2013년 76억 원에서 2014년 78억 원, 2015년 89억 원으로 불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20억 원까지 늘었다. 올해는 고고도미사일 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로 유일한 정기 노선이던 무안-베이징 항공편이 지난 10월부터 운항하지 않고 있다.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이 광주시청 청사에서 취임 후 성과와 포부를 밝히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그동안 전남도는 “무안공항은 광주공항 이전을 전제로 건설됐다”며 무안공항 활성화 등을 위해 광주공항이 이전돼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해왔다. 연간 14만 회의 이·착륙이 가능한 무안공항이 활력을 잃으면서 6만7000㎡ 크기의 주차장과 2만9000㎡의 여객터미널 등이 사실상 텅텅 비어있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광주공항과 무안공항이 통합되면 연간 30만 명인 무안공항 이용객이 230만 명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공항이 무안 일대로 이전할 경우 도심권인 광주 광산구 송정·도산동 등 주민 30만 명의 항공기 소음 피해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안공항의 경우 최근 호남고속철 경유가 확정된 상황이어서 윤 시장 발언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국토부는 무안공항을 경유하는 노선이 포함된 호남고속철도 2단계 광주 송정~목포 노선을 오는 2025년 개통할 방침이다.

호남고속철도 2단계 노선도.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무안공항 활성화를 이유로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호남선 KTX 2단계 노선이 무안공항을 경유할 경우 2조4731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어서 당초 기재부 안(1조3427억원)보다 1조1304억원이 더 투입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KTX가 무안공항을 경유할 경우 무안공항 활성화 외에도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사업비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남도의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5조7480억원에 달하는 군 공항 이전 사업비가 풀릴 경우 10조 원대의 생산유발·부가가치와 5만7000여명에 이르는 고용창출 효과가 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평소 이용객이 적어 창구와 대합실 등이 텅 빈 무안국제공항. [중앙포토]
무안과 목포 등 전남 지역민들 사이에서도 “KTX의 무안공항 경유에 이어 광주공항과의 통합이 이뤄진다면 지역경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광주공항이 통합 이전될 경우 정기노선이나 저가항공사 유치 등을 통한 공항 활성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두 공항을 통합하는 문제는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는 목소리도 높다. 민간공항과 군 공항의 이전 후보지로 무안이 결정되더라도 지역 주민들의 여론 수렴과 주민투표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구나 수원처럼 군 공항 이전 후보지 선정과정에서 찬반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TX 운행 모습. [중앙포토]
실제 ‘광주시 군공항이전사업단’은 군 공항 이전 후보지로 전남 지역 4곳으로 압축하고도 각 지역의 부정적 여론 때문에 주민설명회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민간공항과 군 공항 통합 예산 조달 문제 등도 걸림돌로 꼽힌다. 택시기사 김정신(55·무안군)씨는 “KTX에 이어 광주공항까지 무안으로 온다면 무안공항을 살리는 효과가 클 것”이라며 “각 지자체와 주민들간 입장을 잘 조율해서 무안공항을 키우는 쪽으로 사업이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평소 이용객이 적어 창구와 대합실 등이 텅 빈 무안국제공항.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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