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팩트 체크] 중국에서 폭행 당한 기자들은 정말 맞을만 했나

sway 2017. 12. 1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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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행사를 동행하던 청와대 사진기자들이 중국 경호원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집단 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으로 대다수의 시민들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발생한 집단 폭행사건을 두고 외교적인 결례라고 보지만, 일부 시민들은 문 대통령과 동행한 언론의 취재 문제로 책임을 지적하기도 한다.

폭행을 당한 사진기자들을 역으로 질타하는 시민들의 주장은 크게 ‘기자가 맞을 짓을 했다’,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관련한 보도는 하지 않다가 폭행을 당하자 보도를 한다’, 청와대 측의 기자단 경호 책임을 두고 ‘청와대 경호원이 왜 기자단을 보호해야 하나’ 세 가지로 압축된다. 해당 주장은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성향을 보이는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서 수 십건의 추천과 댓글을 받으며 지지를 받은 상황이다. 
사진출처=오늘의 유머
물론 폭행한 경호원들이 중국 공안(公安)인지 행사를 주최한 코트라가 고용한 현지 사설 보안업체인지 진위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아 집단 폭행의 책임을 묻는 것은 아직 시기 상조이지만,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논란인 세 가지 쟁점에 대해 팩트체크를 해보자.

◆중국 방문 보도는 하지 않았나

사진과 같이 본지를 포함한 주요 일간지는 12월24일자 1면에 문 대통령의 중국 회동 기사를 사진이나 기사로 보도했다. 이날 한·중 회담의 주요 내용은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을 갖는 예고기사나 문 대통령이 한·중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해 장쩡웨이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위원장을 만난 기사다.

이날 기사 뿐만 아니라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총 4일간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한겨레 등 10대 일간지는 한·중 회담 기사를 각각 1∼2차례, 총 16꼭지의 기사를 1면에 배치했다. 1면 이외에 다른 면에도 문 대통령의 행보를 담은 내용의 기사가 20차례 이상 실렸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한·중 회담 관련 기사를 ‘전혀’ 보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상당수의 독자들이 지면이 아닌 네이버나 다음카카오 등 인터넷 포털을 통해 기사를 접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포털에 배치되는 기사는 지면과 달리 독자가 관심있는 주제를 선택해 보는 경우가 많다. 포털에서 의도적으로 문 대통령의 행보를 담은 기사를 누락 시킨 것도 아니다. 실제로 집단 폭행 사건 이후인 14일 오후 10시45분을 기준으로 네이버 포털은 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악수하고 있는 사진기사를 메인에 배치했다. 이밖에도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4일간 네이버 포털에 올라간 한·중 정상회담 관련 기사는 5000여개나 됐다.

언론사 대부분의 기사가 인터넷 포털에 노출되는 상황에서 독자가 기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관심도’에 따라 좌우된다. 즉 한·중 정상회담 기사를 볼 수 없었다는 주장은 언론사가 보도를 하지 않은게 아니라, 독자 자신이 문 대통령 행보 관련 기사를 선택하지 않은 것에 가깝다.

물론 청와대 사진기자의 집단 폭행 사건은 외교사에 있어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에 거의 대다수 매체에서 일제히 보도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언론사가 고의적으로 문 대통령의 행보를 보도하지 않았다는 것은 팩트가 아니다. 더 나아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일치하지 않는 정보를 무시하는 경향인 ‘확증편향’까지 더 해지면서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 보도는 하지 않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말 맞을 짓을 했나

결론부터 말하면 ‘맞을 짓을 했다’고 해서 법이 아닌 개인이나 단체가 타인을 폭행할 수는 없다. 헌법 제12조에서도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예를들어 눈 앞에 극악무도한 살인마가 있더라도 법이 아닌 개인이 폭행을 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감정을 이기지 못해 살인마에게 폭행을 가하면 폭행 가해자는 별도로 형사처벌을 받는게 법이다.

기자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취재진이 취재윤리를 어기고 무리하게 취재시도를 했을지도 모른다거나, 지난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만났을 당시 취재진의 실례를 두고 폭행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언론에게 ‘영구까임권’을 부여하는 모습도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 당시 취재진이 회담을 방해하는 실례를 했을지라도 당시 취재진과 이번에 중국을 방문한 청와대 사진기자는 동일인이 아니다.

게다가 한·미 정상회담 취재진과 관계 없는 전 언론인에게 당시의 책임을 물어 ‘맞아도 된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가깝다.

◆취재진의 보호 책임은 없다

공식적으로 청와대 경호원은 대통령의 신변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 이번 집단 폭행 당시 청와대 경호팀은 문 대통령을 수행하며 경호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취재진 역시 보호를 받아야할 자국민인 점은 변함이 없다.

경찰의 도움을 언제라도 받을 수 있는 국내라면 사정이 조금 달라졌겠지만 다른 나라에서 범죄를 당할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폭은 매우 좁다. 국내 취재진 역시 가까이 있었던 청와대 경호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국가는 자국민의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야한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도의적인 책임이 존재할 수 있다. 실제로 청와대에서도 외교부를 통해 이번 폭행사건에 대해 중국 정부에 공식 항의의 뜻을 전달했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주호영 경호처장 등이 긴급회를 열어 대책을 숙의한 점은 국내 취재진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책임으로 판단된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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