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역대 대통령 첫 충칭 行에 담긴 의미는?

김현 기자,조소영 기자 2017. 12. 16. 12: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 배려·사드갈등 완화 상징·항일 역사공조
중국을 국빈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현지시간) 충칭 장베이 공항에 도착해 환영인사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7.12.1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충칭·서울=뉴스1) 김현 기자,조소영 기자 = 취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충칭(重慶)에서 방중 마지막날 일정을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 현직 대통령이 충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2박3일간의 베이징 일정을 마치고 전세기편으로 충칭으로 이동했다.

충칭은 중국 쓰촨성에 있는 도시로 양쯔강과 자링강의 합류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12세기 말 남송(南宋)의 광종이 이곳의 왕으로 있다가 후에 황제가 돼 이중으로 경사가 났다는 의미에서 지명이 붙여졌다고 한다.

충칭은 수상교통과 철도교통이 발달한 물자의 집산지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의 시작점이다. 러시아·폴란드를 거쳐 독일 뒤스부르크를 잇는 총연장 1만1179㎞의 국제화물 열차가 충칭에서 출발한다.

때문에 문 대통령의 충칭 방문은 시 주석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대체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시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우리의 신(新)북방신남방정책과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 간 궤를 같이 하는 측면이 있다는 데 주목하고,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에 더해 충칭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등 국내의 간판기업들이 진출해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어려움을 겪었던 우리 기업들에 대한 격려와 후방지원을 하는 의미도 읽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사드 보복조치로 피해를 입었던 대표 기업 중 하나인 현대차 충칭공장을 방문한다. 이를 두고 이번 방중의 최대 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 양국간 '사드 갈등 완화'를 드러내는 상징적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시 주석은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사드에 대한 중국측 입장을 재천명하긴 했지만, 지난 11월 베트남 다낭에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계기 양자회담 당시 우리 정부에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던 것과는 달리 "한국측이 적절히 처리하길 바란다"고 발언 수위를 낮추면서 양국간 사드 갈등이 '완전한 봉인'으로 한 발짝 다가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경제를 총괄하고 있는 리커창 총리가 전날(15일) 문 대통령과 회담에서 '사드 보복조치 해결을 위해 노력해 달라'는 취지의 문 대통령의 요청을 받고 "일부 한국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으나 투자환경이 악화된 것은 아니며 중한관계가 발전하면 한국기업은 많은 혜택을 얻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아울러 충칭은 대한민국임시정부가 광복을 맞아 환국할 때까지 있었던 곳이라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면서 김구 주석이 이끌던 상하이 임시정부는 여러 곳을 거치다 1940년부터 1945년까지 6년간 충칭에 터를 잡았다. 임시정부가 충칭에 머문 6년은 중국 내에서의 독립운동 기간 중 가장 중요하고 활발했던 시기로 평가받는다. 임시정부의 군대인 광복군도 이곳에서 창설됐다.

충칭 연화지 임시정부청사는 1990년대 초에 충칭 도시 재개발 계획으로 헐릴 위기에 처했으나 한국과 중국 정부의 공동 노력으로 보존돼 1995년 8월 정식으로 복원, 개관했다.

그래선지 문 대통령의 이번 충칭 방문이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한중 양국이 일본에게 공동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방중 첫날이었던 지난 13일이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일이라는 점을 감안해 "우리 한국인들은 중국인들이 겪은 이 고통스러운 사건에 깊은 동질감을 갖고 있다"며 "저와 한국인들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아픔을 간직한 많은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나아가 "사람은 누구나 존재 자체가 존엄하다. 사람의 목숨과 존엄함을 어떤 이유로든 짓밟아선 안 된다는 것이 인류 보편의 가치"라며 "이제 동북아도 역사를 직시하는 자세 위에서 미래의 문, 협력의 문을 더 활짝 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를 성찰하고 아픔을 치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사실상 일본을 향한 메시지를 발신했다.

난징대학살은 '중국판 홀로코스트'로 불리며, 중일전쟁 당시인 1937년 12월13일부터 이듬해 1월까지 국민당 정부 수도였던 난징시에서 30만명 이상(중국 측 추정)의 중국인이 일본군 총칼에 처참하게 숨졌던 사건이다. 희생자 추모일은 80년 전 일본의 난징대학살이 시작된 날이다.

이에 방중 첫날부터 드러난 한중간 항일역사 공조 의지를 마지막 날인 충칭에서까지 이어가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gayunlove@news1.kr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