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중국의 문재인 대통령 의전 홀대 전말

예영준 2017. 12. 1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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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전 일정 협의때부터 '까칠한 자세' 일관
한류 스타 공연 포함 거부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의전 홀대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상당 부분은 사전 일정 협의 단계부터 예상되던 일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 주석이 14일 (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양국 MOU 서명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당초 한국 정부는 문 대통령의 방중 일정을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성대하게 진행해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THAAD)체계 문제로 인한 앙금을 떨어내고 양국 국민에게 한ㆍ중 관계가 완전 복원됐다는 신호를 보이고자 했다. 하지만 방중 일정과 의제 조율 등 외교 실무자 간의 사전 협의 단계에서부터 중국은 ‘까칠한’ 자세를 보였다는 전언이다.
복수의 정부 당국자의 전언을 종합하면 중국측은 공동성명과 공동 기자회견을 생략하자고 한 것 뿐 아니라 우리 측이 희망하는 일정에도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인 부분이 적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북대청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베이징=연합뉴스]
14일 밤 열린 문화공연의 경우 한국 정부는 당초 한류 스타가 무대에 서서 공연하는 순서가 포함되는 것을 희망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처음부터 한류 공연이 프로그램에 포함되면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 과정에 관여한 관계자는 “금한령(한류 금지령)이 가까운 시일 안에 풀리기가 쉽지 않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공연 프로그램은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가곡 등으로만 채워졌다. 그나마 당초 13일 예정이던 공연을 막판에 14일로 옮김으로써 시진핑 주석 부부의 관람이 가능하게 돼 안도했다고 한다.

리커창(李克强) 총리와의 오찬 제의도 중국측은 사절했다. 당초 한국 측은 오찬을 함께 하길 희망했으나 중국측은 오후 4시에 만나는 걸로 일정을 잡았다. 리 총리는 2013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국빈 방중했을 때에는 별도로 만찬을 함께 했었다.

이번 방중에서 3박4일간의 일정에서 중국측 요인과의 식사는 단 두 차례에 그쳤다. 그나마도 한차례는 공식 국빈만찬이고 한차례는 방문지인 충칭에서 현지 당서기 천민얼(陳敏爾)과의 오찬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오른쪽 두 번째)가 15일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면담을 하고 있다.[베이징=연합뉴스]
시 주석과 리 총리 이외에 다른 상무위원들과의 만남도 중국측의 비협조로 무산됐다. 일정 협의에 관여한 관계자는 “당초 시 주석과 리 총리, 장더장 전인대 위원장 등 ‘3부요인’급 인사 이외에 10월 당대회에서 새로이 상무위원이 된 사람과의 만남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시 주석의 오랜 측근인 서열 3위의 리잔수(栗戰書) 상무위원이나 브레인인 왕후닝(王滬寧)과의 면담 의사를 전달했으나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만남이 무산된 이유조차 분명치 않다.

한·중 관계에 밝은 한 중국 인사는 13일 비즈니스 포럼에 이미 상무위원을 물러난 장가오리(張高麗) 부총리가 참석한 것도 예상밖의 일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국무원 부총리가 참석한다면 마땅히 현직 상무위원인 왕양(汪洋)을 보냈어야 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4일 오전 중국 베이징 조어대 인근의 한 현지식당에서 유탸오와 더우장(중국식 두유)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청와대 사진기자단]
이밖에 한국 측은 환영식ㆍ회담 등 딱딱한 공식 활동 이외에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양국 정상의 ‘친교 행사’를 제안했으나 중국 측은 난색을 표했다. 친교 행사는 두 정상이 부부 동반으로 복지 시설이나 문화 유적 등을 관람하면서 친밀감을 다지는 의전을 말한다. 그나마 당초 13일 예정이던 문화 공연을 14일로 옮기면서 양국 정상 부부가 함께 관람하는 방향으로 조정이 이뤄짐으로써 ‘환영식-회담-공식만찬’의 공식 의전만으로 두 정상의 만남을 끝내는 걸 면할 수 있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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