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퍼트-허프 결별, 내년에는 KIA-SK가 고민?

입력 2017. 12. 1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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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태우 기자] 잠실벌을 호령하던 두 외인 에이스가 차례로 팀을 떠났다. 적정가를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한 케이스다. 아무리 좋은 선수라고 해도 제시액을 마냥 높일 수 없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올해는 두산과 LG가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내년에는 또 다른 팀들이 같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두산과 LG는 최근 연이어 외인 에이스를 잃었다. 세스 후랭코프를 영입한 두산은 조쉬 린드블럼과 총액 145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더스틴 니퍼트(36)의 자리가 사라져 자연스런 결별 수순을 밟았다. LG도 13일 데이비드 허프(33)와의 협상이 결렬됐음을 공식 발표했다. LG의 보류선수명단에 이미 허프를 넣었다. 적어도 내년은 KBO 리그 무대에서 보기 어렵다.

두 선수는 뛰어난 기량을 가진 에이스였다. 니퍼트는 2011년 두산 유니폼을 입은 이래 KBO 통산 94승을 거둔 외국인 역사의 산증인이다. 한국시리즈 2연패에도 공헌했다. 적어도 두산 팬들에게 니퍼트는 외국인 선수가 아니었다. 지난해 대체선수로 한국 땅을 밟은 허프도 1년 반 동안 32경기에서 13승6패 평균자책점 2.66으로 활약했다. LG 팬들은 모처럼 찾은 거물급 외인 에이스에 가슴이 뛰었다.

그러나 결국 돈이 문제였다. 두산과 LG 모두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선수가 생각하는 금액과 구단의 생각에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니퍼트와 허프는 소속팀에 대한 애착이 강한 선수였다. 하지만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다. 두 선수는 자신의 가치를 높게 봤고, 예산이 정해져 있는 구단들은 상대적으로 냉정했다. 협상 과정에서 늘 있는 일이지만 간격을 좁히기 힘들었다는 게 두 구단의 항변이다.

구단들도 고민도 있다. 검증된 선수를 포기하는 위험부담이 있을뿐더러, 니퍼트와 허프와 같은 경우는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예상대로 팬들의 반응은 적어도 우호적이지 않다. 한 외국인 관계자들은 “선수들이 실적과 함께 믿는 구석이 바로 팬심이다. 구단들이 여론에 민감하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마냥 따라가기 어려운 현실도 존재한다. 두 구단이 결국 니퍼트와 허프를 포기한 이유다.

냉정하게 니퍼트의 2017년 성적과 2018년 기대 가치가 157만5000달러 이상은 아니다. 실제 두산의 제시액이 반토막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이보다는 낮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니퍼트와 에이전시가 원하는 금액은 전향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대신 두산은 준비한 금액을 더 젊은 린드블럼에 투자했다. 니퍼트의 나이를 고려하면, 언젠가는 했어야 할 이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허프는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화제다. 한 구단 관계자는 “이닝을 고려하면 올해 140만 달러의 가치를 다 했는지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연봉협상이라는 것이 전년도 성적을 기반으로 하는 게 원칙인데, 이런 상황에서 세간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200만 달러를 보장하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다. 당장 국내 선수들이 너도나도 올해 성적보다는 미래 가치를 봐달라고 할 것이다. 형평성 문제가 크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금전적 부담이 점점 가중되고 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각 구단들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2군 선수들부터 잘라내는 형편이다. 실제 보류선수는 작년 이맘때보다 훨씬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에 할당된 연봉을 크게 늘릴 수는 없다. 대부분의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 3명의 연봉으로 300~350만 달러 내외를 편성한다. 모그룹 지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당분간은 이 기준이 크게 올라가지는 못할 전망이다.

새 외국인 협상에 있어서도 이런 사정은 제약이 된다. 한 구단 단장은 “현재 MLB FA 시장에서 쓸 만한 선수들은 대개 150만 달러 내외의 선수들이다. 그런데 이 선수들이 10승만 거두면 그 다음 해에는 연봉이 200만 달러 이상을 요구하게 된다. 잡기 쉽지 않은 환경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한국 땅을 새로 밟는 선수들의 연봉도 이런 점을 고려해 설계가 되고 있다. 대개 100만 달러 초반대다. 사실상 상한선이 될 200만 달러까지 올라가려면 2년에서 3년이 걸린다. 차라리 이적료를 지불하는 게 장기 보유 측면에서는 낫다.

다른 팀들도 언젠가는 같은 고민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내년 20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헥터 노에시(KIA), 옵션 포함 175만 달러에 계약한 메릴 켈리(SK)와 같은 선수들이다. 두 선수는 니퍼트-허프 사례도 많이 닮았다. 좋은 기량에 실적이 확실하며,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동시에 일본 팀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요구액이 크게 높아지거나, 일본과 경쟁이 붙는다면 내년 이맘때 연봉 협상 때 진통이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올해는 예상보다 수월하게 넘어갔다고 봐야 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KBO 리그가 더 많은 돈을 벌어, 선수들에 더 많은 금액을 안겨줄 수 있는 수익 구조를 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각 구단들의 연간 수입은 사실상 정체 상태다. 입장권 가격을 확 올리자니 여론과 지자체의 눈치가 보이고, 광고 단가는 상한가를 찍은 뒤 오히려 내리막이다. TV 중계권이 대폭 오를 가능성도 희박하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좋은 외국인 선수를 확보해야 하는 구단들의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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