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르포] 심야 강남역에서 택시 타면 '운수 좋은 날?'

2017. 12. 15.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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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잠실 가는데 오늘 승차거부 4번 당했어요."

"응암역 갑니다. 길 건너에서 안 잡혀 이쪽으로 왔어요. 5대가 안 간다고 하더라고요."

강남역에서 택시 잡기

목요일 밤 서울 강남역. 자정이 지나면서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옵니다. 차선 하나는 기본으로 걸어들어옵니다. 도로변에 세워져 있는 콜 버스가 시야를 가려 차도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취객도 있습니다. 멀리서 봐도 그래 보입니다. 태우기 싫을 수도 있겠습니다. 한 택시기사는 목·금·토요일 밤에는 휴대폰의 콜 앱을 끈다고 합니다. 택시 타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차도에서 택시 잡는 시민들

1, 2차선으로 그냥 달려가는 택시도 있습니다. 정차하지 않으면 승차거부는 아닙니다. '예약' 등을 켜고 오는 택시도 많습니다. 예약된 것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택시를 기다리던 시민이 목적지를 말해봅니다. 마음에 들면 가고, 아니면 '예약'된 택시입니다.

강남역에서 택시 잡기

강남역 곳곳에는 서울시 승차거부 단속반이 4인 1조로 근무 중입니다.

"요즘은 홍보가 많이 돼서 승차거부 잘 안 해요. 저희가 여기 있는 거 다 알잖아요."

승차거부는 '삼진아웃제'입니다. 처음엔 범칙금 20만 원, 두 번째는 40만 원, 세 번째는 면허취소. 평생 택시기사를 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승차거부는 있습니다.

승차거부 단속반에 걸린 택시

단속반이 없는 대로(大路) 한끝에는 원하는 목적지 콜이 오기를 기다리는 택시도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지역의 콜은 거절입니다. 빈 택시가 없는 게 아니라 가고 싶어하는 택시가 없는 겁니다. 지나가던 몇몇 손님이 타려고 하지만 문은 잠겨 있습니다.

"부천이나 인천, 이런 쪽이 좋죠."

한 택시기사가 말합니다. 손님은 가면 되지만 택시는 돌아와야 합니다. 빈 차로 오면 손해입니다. 택시는 시간이 돈입니다. 그래서 행선지가 중요합니다. 심야 20% 할증에 시외 20% 할증도 있습니다. 부천 등은 돌아올 때 여의도나 홍대로 가기 쉽습니다. 강남에서 은평, 노원은 장거리이지만 선호하지 않습니다. 나올 때 빈 차의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승차거부의 이유입니다.

차도에서 택시 잡는 시민들

"회사 택시기사는 사납금 맞추기에 강박관념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개인택시 5년 차인 박 모 기사의 말입니다. 법인택시에서 무사고 3년을 해야 개인택시 취득 자격이 있습니다. 사납금은 주간은 12만 원에서 14만 원, 야간은 15만 원 정도입니다. 회사마다 다릅니다. 한 달에 4번 쉬는데 그 외 추가 휴가는 사납금을 내고 가야 합니다. 사납금 내고 남는 돈이 그날 벌이입니다.

강남역 시외 택시들

"파주까지 십만 원은 너무 비싸다. 내가 육칠만 원이면 가려고 했는데."

택시를 등지고 한 남성이 여자친구에게 말합니다. 서울 택시는 아닙니다. 인천 택시입니다. 서울 시내 반대 방향의 대로변엔 시외 택시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몇몇 기사에게 물어봅니다. 손님을 태우고 왔다가 빈 차로 갈 수 없어 기다리는 중이랍니다. 서울 택시 한 기사는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는 경기 택시가 빈 차로 꽤 들어온다고 말합니다. 취한 시민이나 잘 모르는 분들은 시외 택시도 잡아봅니다. 거리, 방향, 가격이 승차 여부를 결정합니다.

기사분이 못 간다고 해도 이들 택시는 승차거부는 아닙니다. 물론 서울에서의 영업은 불법입니다. 얼핏 보면 강남역에 빈 택시들이 꽤 많아 보입니다. 시외 택시들 때문입니다.

강남역 택시 승차장

한 택시기사는 목적지를 말하지 말고 그냥 타라고 합니다. 그러면 무조건 가야 한다고 합니다. 합리적인 택시기사입니다. 하지만 잠겨 있는 문, 움직이며 행선지를 묻는 경우는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새벽 두 시.

"내가 택시 잡아 올게. 기다려"

한 남성이 큰소리 내며 달려갑니다. 별 뾰족한 수는 없어 보입니다. 일행은 추워서인지, 늦어서인지 발만 동동거립니다.

"억지로 원하는 방향의 손님을 태우려고 해도 안 돼요. 운이지요. 그래서 택시를 '운수업'이라고 한다니까요."

승차거부 없이 타는 대로 손님을 받는다는 박 모 기사의 말입니다.

이런 택시 타는 게 '운수 좋은 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xy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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