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0억달러 비트코인 시장에 애널리스트가 없는 까닭

2017. 12. 15.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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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열풍' 궁금한 3가지 질문
① 올해만 16배 폭등, 거품인가?
경제 가치 반영된 적정가격 없어
'거품론' 표현도 적절치 않아
하루아침에 10배 폭등·폭락도 가능
② 대안화폐가 될수 있나?
금융위기속 화폐 불신이 등장 배경
가격 널뛰고 발행량 2100만개 한정
경제활동 부정적 영향 커 '반신반의'
③ 미래는 열려있나?
정부선 화폐·금융상품 인정 않지만
국가마다 다양한 시각 존재
'영원한 제도권 밖' 속단하긴 일러

[한겨레]

12일 오후 서울 중구 다동 빗썸 고객선터 앞의 가상화폐 시세판을 시민들이 살펴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여태껏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 관련 첫 논문(‘비트코인 P2P 전자화폐 문서’)을 발표한 때는 2008년 10월이다. 이후 수년 동안 비트코인은 드넓은 금융시장에서 변방의 모깃소리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했다. 그러나 이제 비트코인은 주요국 정부 및 중앙은행들이 ‘금융 또는 화폐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고뇌하게 만들 만큼, 세계 금융계에서 ‘시민권’ 지위를 얻어가고 있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거품 맞나 비트코인이 올해 들어 갑자기 큰 주목을 받은 것은 무엇보다 과거엔 볼 수 없는 가격 상승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만 16배가 올랐다. 외신에선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을 ‘하늘로 치솟는 로켓’에 빗댄다. 적어도 20세기 이후 비트코인에 견줄 정도로 가격이 급등한 금융자산은 없다. 금융 전문가들 입에서 ‘거품’이란 단어가 자연스레 튀어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최근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비트코인 열풍에 대한 설문 결과, 응답자 53명 중에 51명이나 ‘거품’이라고 답했다.

일반적으로 거품론은 해당 상품에 실제 가치가 반영된 적정 가격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깔고 있다. 상품 가격이 적정 가격보다 크게 치솟을 때 거품이 끼었다고 본다. 적정 가격은 해당 상품이 경제적 기초(펀더멘털)와 연결돼 있다는 전제 속에서 추산된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 회사의 실적이나 산업 전망과 연결돼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일이 바로 증권이나 채권 등 금융상품의 적정 가격을 추산하는 일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어떠한 경제적 기초와도 연결돼 있지 않은 터라 기존 방식으로는 ‘적정 가격’을 추산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거품’이란 표현이 걸맞지 않다는 시각이 있다. 비트코인 시장 규모가 2800억달러(14일 현재·약 305조원)에 이를 정도로 불어났으나 아직 ‘비트코인 애널리스트’가 없는 것도 이런 이유다. 미국 경제분석기관 콘퍼런스보드의 브라이언 셰이트킨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비트코인 가격은 예측할 수 없다. 계속 치솟거나 제로(0)로 주저앉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외려 인간의 행동을 분석하는 심리·사회학자가 비트코인 분석가에 더 어울린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화폐가 될까 비트코인의 등장은 정부가 가치를 보증하고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 화폐’에 대한 ‘불신’을 배경으로 한다.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화폐를 쏟아내면서 과연 그 가치가 유지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졌다. 위기를 관리하는 데 실패한 정부와 중앙은행, 금융가를 향해 부풀어오른 분노도 비트코인의 탄생을 가져온 동력이었다. 나카모토의 논문이 발표된 시점도 금융위기 직후다.

비트코인이 법정 화폐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 화폐의 지위를 얻을 수 있을지에 반신반의하는 전문가들이 다수다. 무엇보다 적정 가치를 추산할 수 없는 데서 비롯된 큰 가격변동성이 약점이다. 똑같은 물건에 책정된 가격이 하루아침에 1비트코인(BTC)에서 0.5비트코인 또는 2비트코인이 될 정도로 들쭉날쭉하다면 화폐로서 제 기능을 하기 어렵지 않으냐는 것이다.

전반적인 경제 활동에 부정적 측면이 크다는 우려도 있다. 발행량이 2100만개로 정해져 있는 터라 꾸준한 화폐 공급을 필요로 하는 경제엔 외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지난 10월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처럼 공급량에 한계가 있는) 돈을 보유한 사람은 돈을 쓰기보다는 모아두려 한다. 그럴 경우 경제 침체와 재정 불안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유통되지 않고 잠겨 있기 쉬운 비트코인이 경제의 어려움을 키울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미래는? 이런 우려가 한국 정부가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 전부를 ‘화폐’는 물론 ‘금융상품’으로 판단하지 않는 데 영향을 줬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판단 탓에 정부는 지난 13일 시장 과열을 잡기 위한 여러 규제 방안을 내놓으면서도 가장 효과가 큰 ‘금융 규제’만큼은 동원하지 않았다. 금융 규제의 적용은 가상통화와 그 시장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미래가 ‘제도권 밖’에만 머무른다고 단정하기는 일러 보인다. 비트코인은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태어난 지 고작 8년 된 어린아이다. 세계 각국이 가상통화를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보기도 하는 한편 거래 자체를 금지하기도 하는 등 바라보는 시각에 큰 차이가 있는 것도 비트코인의 미래를 단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는 투기의 대상에 머무르고 있으나 어느 순간 가상통화 생태계가 만들어져 지불수단 구실을 할 수 있다. 미국 등에선 허용된 아이시오(ICO·가상통화로 자본을 조달하는 행위)는 새로운 자본조달 창구로서 가상통화의 가능성도 보여준다. 정부가 비트코인에 엄단 의지를 드러낸 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제이 클레이턴 의장은 가상통화 시장 참여자들과 꾸준히 대화해나가겠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가상통화를 둘러싼 다양한 시각을 소개하되 명확한 결론을 제시하는 일은 미뤄뒀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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