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테이트展.. 승리와 패배, 그 歷史를 새기다
영국 대표 조각가 헨리 무어가 1958년 발표한 청동상 '쓰러지는 전사'는 조각, 특히 남성 조각을 향한 파격이었다. 방패를 든 전사(戰士)인데 늠름하게 서 있지 않고, 쓰러져 숨을 거두기 직전 모습이다. 눈은 뻥 뚫렸고, 앙상한 팔은 고통스럽게 뒤틀렸으며, 두 발은 허공에 붕 떠 있다. 무어는 영웅으로서의 남성 대신 한없이 유약한 남성을 누드로 조각해 세계대전과 핵폭탄 앞에 무력해진 시대상을 그려냈다. 비평가들은 "패배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을 포착한 이 조각상은 전통 조각들과 완전히 결별한 채 응축된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분출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내년 2월 4일까지 열리는'영국국립미술관 테이트명작전'은 헨리 무어의 '쓰러지는 전사'를 비롯해 근현대 미술사를 장식한 조각상들도 선보이고 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여인'은 머리와 두 팔을 잘라내 극도로 단순화한 조각상이 얼마나 강렬한 힘을 보여주는지 입증한다. 한스 벨머의 '인형'은 더욱 도발적이고 극단적인 초현실주의 작품이다.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를 본 뒤 인형 시리즈를 시작한 벨머는 두 개의 엉덩이가 조합된 형태로 인형을 만들어 성적(性的) 환상을 노골적으로 불러일으킨 문제적 작가다. 사라 루카스의 '키클라데스 누드' 시리즈도 기이하다. 굵은 내장을 꼬아놓은 듯 보이는 조각은 팬티스타킹에 속을 가득 채워 넣어 물컹한 '살덩이'를 추상적으로 표현한 여성주의 작품. 신화 주인공들의 육체미를 극대화해 사실적으로 묘사한 알프레드 길버트의 '이카로스' '희극과 비극'을 24세에 요절한 청년 작가 앙리 고디에 브르제스카의 추상 조각 '레드 스톤 댄서' '레슬링 선수'와 비교해 감상하는 것도 이채롭다.
윌리엄 하모 소니크로프트의 '테우케르'와 오귀스트 로댕의 '키스'는 테이트 명작전의 시작과 끝을 찬란하게 장식한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 스포츠의 아이콘이 된 궁사 테우케르는 손으로 만져보고 싶을 만큼 매혹적이다. 3.3t에 달하는 대리석 조각상으로 전 세계 3점밖에 없는 '키스'는 이번 기회가 아니면 유럽 밖에서 다시 감상하기 힘든 걸작인 만큼 놓쳐서는 안 된다. (02)801-7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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