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명 빅데이터, 넘치는 인재 .. 구글 "AI센터 결론은 중국"

하선영 2017. 12. 15.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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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철수 7년만에 베이징 컴백 왜
중, 매일 미국 3배 데이터 쏟아내
모바일 결제는 50배 '데이터 부국'
귀국한 AI석학들 창업·연구 활발
"엔지니어 500명 이상 채용할 것"

중국의 벤처캐피털 시노베이션벤처스가 이달 초 발표한 ‘중국의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 현황’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은 전 세계 인공지능 석학 100명 중 절반인 50명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구글이 13일 ‘인공지능 영토’를 확장하는 차원에서 인공지능 연구센터를 중국 베이징에 세우기로 했다. 뉴욕·런던 등 서구 지역에서만 인공지능을 연구해오던 구글이 차세대 전진 기지로 아시아, 그중에서도 중국 베이징을 택한 것이다. 시노베이션벤처스가 보고서에서 “전 세계 최대 인공지능 기업들은 모두 미국 기업이지만, 그 기업들을 움직이는 것은 중국인이다”라고 자랑한 것에 마치 구글이 화답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구글의 이번 베이징 인공지능 연구센터 설립을 주도한 것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인공지능연구소(SAIL)를 이끌다 지난해 가을 구글에 영입된 중국계 미국인 페이 페이 리 구글 인공지능 담당 수석 과학자다. 리는 이날 연구센터 설립 계획을 발표하며 “인공지능에는 국경이 없다”며 “실리콘밸리든 베이징이든 어디서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세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구글)의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리는 내년 상반기까지 베이징 인공지능 연구센터에서 함께 연구할 세계 최정상급의 연구자들을 스카우트하는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구글은 2010년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에 항의하는 의미로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들에 대한 중국 내 서비스 대부분을 규제하고 있다. 험지로 분류되는 중국에서 구글이 7년 만에 공백을 깨고 중국에 둥지를 틀고 인공지능 사업과 연구를 재개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간하는 저널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구글의 이번 결정에 대해 “글로벌 인공지능 시장에서 중국만이 가진 장점과 발전 가능성이 중국의 여러 사업 한계를 상쇄시킬 만큼 압도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네티즌 8억 명, 휴대폰 사용자 14억 명이 넘는 중국은 그야말로 ‘데이터 부국(富國)’이다. 중국이 날마다 생산해내는 압도적인 데이터 양은 미국과 인도의 3배를 넘는다.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이 이달 초 발표한 전 세계 모바일 기기 사용 인구 순위를 보면 한국은 중국·미국·인도·브라질 등 인구 대국에 밀려 11위를 차지했다. 올해 중국에서 이뤄진 모바일 페이 결제 건수는 미국 내 결제 건수의 50배를 넘는다.

미국의 IT 매체 쿼츠는 “인공지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제일 중요한 게 데이터 자원”이라며 “소수의 연구자들이 만드는 알고리즘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데이터를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선점하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페이 페이 리는 물론, 앤드류 응 스탠퍼드대 교수처럼 중국이 낳은 ‘인공지능 석학’들도 중국이 인공지능 굴기를 주도하는 데 한몫한다. 수년 전부터 미국 학계·기업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중국 연구자들도 최근 들어 중국 본토로 돌아가 사업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리와 함께 구글에 합류한 지아 리 구글 클라우드 R&D 총괄은 9월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인공지능 엔지니어 500명 이상을 발굴해서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도시에는 최근 클라우드와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중국 정부도 글로벌 IT 기업들의 중국 내 사업은 칼같이 규제하지만, 인공지능 연구센터 유치에는 적극적이다.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라고 불리는 중국의 IT 기업들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과 별개로, 글로벌 IT 기업들을 중국 영토로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는 발상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상하이 주 정부 등이 지난달에만 네 번 연속으로 전 세계 인공지능 관련 기술과 자본을 유치하기 정책을 발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글로벌 IT 기업의 한국 지사 관계자는 “중국이 구글을 다시 받아들인 것도 글로벌 IT 기업의 인재 풀과 인프라에 대한 중국 당국의 적극적인 노력 덕분”이라며 “한국 정부도 해외 유수의 인공지능 관련 기술과 연구 인력을 국내로 유치할 수 있게 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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