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방안서도 '덜덜'..빈곤층의 혹독한 겨울

구혜진 2017. 12. 14.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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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같은 추위에 지붕을 장판으로 덮고 지내고 비닐하우스에서 연탄도 못 때고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겨울을 온몸으로 견뎌내고 있는 현장에 밀착카메라가 다녀왔습니다.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번화한 부산 시내에서 다리 하나를 건너면 낡은 주택 수십여 채가 몰려 있습니다.

지붕 위에는 눈이나 비가 왔을 때 물이 새지 않도록 장판 여러 겹을 이렇게 깔아놨습니다. 또 장판이 날아가지 않도록 타이어와 대리석을 눌러 놨습니다.

이쪽 안쪽으로 와 보시면 제 키보다 낮은 처마 안에 집이 여러 채가 있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이 사는 곳인데요.

이곳에는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수도가 있는데 방금 전에 물을 담아뒀는데 완전히 꽝꽝 얼어 있습니다.

이 지역 집들은 지은 지 적어도 50년이 넘었습니다.

1965년 도시계획법상 도로로 묶이며 주택 신축이 금지된 건데 예산 부족으로 정작 도로는 조성되지 않았습니다.

50년 넘게 개축이 금지되면서 주택들은 모래성을 방불케 합니다.

[김태권/마을 주민 : 이게 지금 모래성인데 모래 위에 탑을 쌓으면 그게 쌓아지겠습니까? 안 쌓아진다고요.]

지붕 슬레이트가 배수가 되려면 아래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야 하는데 이 지붕은 반대로 되어 있습니다.

이 안쪽을 보시면, 밖에서 보신 것처럼 지붕이 완전히 내려앉아 있고 뒤틀려 있고요. 싱크대 역시 완전히 균형을 잃었습니다.

안쪽으로 들어가서 다른 집들을 한 번 보시면요. 여기도 지붕에 천막을 완전히 깔아두고 그것을 그물과 여러 개의 줄로 이렇게 단단히 고정을 시켜서 천막이 날아가지 않게 해뒀고요.

이 안쪽에 또 다른 골목이 있습니다. 이 골목은 성인 한 명이 어깨를 펴고 제대로 걸어가기 힘든 정도인데요. 이 안쪽으로 계속 걸어가다 보면 이렇게 사람이 사는 집이 있습니다.

이 집 문 앞에 이렇게 콘크리트가 있는데, 제가 살짝 이렇게 만지기만 해도 완전히 오래돼서 모래처럼 부스러지는데, 이 안쪽에는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낡은 서까래가 지탱하지 못한 천장은 떨어져 나갔습니다.

석면 슬레이트가 드러난 곳도 있습니다.

보일러실에는 곰팡이가 끼고 내벽이 부스러져 제 기능을 못합니다.

문과 문틀 사이는 벌어졌고 전기 장판을 깔았지만 이불은 세 겹씩 덮어야 합니다.

[김태권/마을 주민 : 병풍 걸고 제사를 모시고 상을 펴고 손자만 따로 밥을 먹입니다. 어른들은 밖에 나가 있고. 네 살짜리 손녀가 "할아버지 집은 추접고" 춥다 이거야.]

찬 물로 설거지하는 것도 곤욕이라 싱크대에 그릇이 쌓입니다.

[마을 주민 : 한파 오면 집 안에 입김이 막 수증기 올라오는 식으로 올라오고….]

주거 환경을 개선해주겠다며 정치인들도 나섰지만 정작 올해 사업 진행은 무산됐습니다.

[마을 주민 : 길을 넓히지 않으면 다 허물고 우리가 집을 짓고 살겠다는 이야기입니다. 바람은 그것밖에 없어요.]

경기도에 있는 한 비닐하우스 거주 가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경제 생활이 어려워 흘러든 사람들이 많아 지금은 300세대가 넘었습니다.

따뜻한 물은커녕 깨끗한 물도 없습니다.

[배광자/마을 주민 : 교회 가는 날만 세수해. 어디 가는 날만 하지 세수 못해. 더운물이 없어.]

상수도가 놓이지 않아 지하수를 끌어다 쓰는데 정수가 안 되어 있습니다.

[조두원/꿀벌마을 통장 : 제일 문제가 지하수예요. 왜냐면 먹는 지하수가 오염이 됐으니까…]

추위를 피하기 위해 대부분이 연탄보일러를 때는 데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정지임/마을 주민 : 아침에 연기가 나오더라고. 그래서 내가 급한 대로 시멘트를 (발랐어.)]

현재 경기도에만 비닐하우스 거주 가구가 2000세대가 넘습니다.

혹독한 한파에 주거 빈곤층들의 겨울나기는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추위가 불편함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주거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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