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생' 정소민, 진정한 '나'를 찾는다는 것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김예나 기자]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고 또 걷는 것처럼 막연한 때가 있다. 이게 맞는 건지, 저게 맞는 건지 도무지 답을 알 수 없어 막막하기만 한 순간들 말이다. 그런데 그 시간들마저 나를 성장하게 만든 추억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제법 자랑스러운 청춘의 훈장 같달까. 배우 정소민은 그렇게 스스로 성장하는 법을 터득하며 진정한 '나'를 찾는 여정 중이었다.
정소민은 지난 11월 28일 종영한 케이블TV tvN 월화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극본 윤난중·연출 박준화)에서 서른 살의 드라마 보조 작가 윤지호 역을 맡아 공감가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연말 분위기가 한창인 요즘, 정소민은 정말 오랜만에 생긴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영화 '아빠는 딸'부터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 그리고 '이번 생은 처음이라'까지 쉼없이 달려온 올 한해를 되돌아보는 그의 얼굴 가득 스스로 대견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정소민은 "뭔가 올 한해가 엄청 길게 느껴졌다. 작품들만 놓고 보자면 체감상 2, 3년 정도 지나간 것 같은 기분이다. 솔직히 요즘 연말이라는 것도 실감이 잘 나지는 않는다. 그저 작품이 다 끝나고 나니 연말이 돼버렸다. 그래도 다행이 올해가 가기 전에 작품이 다 끝나서 남은 시간 연말 분위기를 느끼고 즐기면서 지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무엇보다 이 모든 작품이 무탈하게 잘 끝나서 너무 기분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말 그대로 쉼없이 달렸다. 스스로 "저질 체력이다"고 말 할 만큼 힘에 부칠 때도 많았지만 정소민은 묵묵히 자신이 맡은 배역에 충실히 임한 채 그저 열심히 작품에 임했다. 그는 "평가는 언제나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저를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다고 해서 제가 제 연기력에 만족하는 것과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저 나름대로는 아쉬움이 많았다. 대중의 좋은 반응은 정말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지만 또 한 편으로는 더 나중을 위해 안주하지 않고 더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겸손한 면모를 보였다.
정소민이 이처럼 스스로를 계속 채찍질하는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제가 한 노력들이 어느 정도 제게 체화돼서 밖으로 보여지는데 5년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제가 5년 전에 했던 노력들이 이제야 보시는 분들에게도 전달되는건가 싶다. 때문에 지금에 만족할 수 없고 안주할 수 없게되는 것 같다. 또 지금 제가 열심히 달려야 5년 뒤에도 역시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에 더 노력하고 싶다. 제 능력부족에 대해 누구보다 제가 잘 알고 있다"며 자기 자신에 대한 노력을 계속해서 이끌어내겠다는 단단한 각오를 엿보였다.
물론 무조건적으로 미래를 위해 달리기만 하는 선택은 아니었다. 더욱 성장하기 위해 지금의 순간 역시 소중하다는 그였다. 그런 의미에서 선택하게 된 작품이 바로 '이번 생은 처음이라'였다. 정소민은 "시놉을 받았을 때부터 너무너무 끌리고 운명처럼 느껴진 작품이었다. 그래서 출연하게 됐다. 특히 너무 신기할 정도로 지호와 제가 닮아있는 부분이 많았다. 가족 구성원도 똑같고 경상도 집안인 것도 같았다. 또 고등학교 친구들과 삼총사인 것도 똑같고, 그들 사이에서 중간자 입장의 포지션에 있는 설정도 비슷했다. 그래서 더 애정이 갔던 것 같다"며 드라마를 선택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정소민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그 무엇보다 청춘의 단면을 현실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서 크게 공감했단다. 그 역시도 배우로서 걸어오는 길 위에서 수많은 고민들을 해왔던 터. 자신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 수없는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때마다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마음을 다잡았던 정소민이었다.
그는 "제가 처음 연기를 시작하고 데뷔했을 때도 지금과 똑같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이 바로 나오지 않으니까 그에 대한 조급함이 있었다. 뭔가 계속 하고 있는데 결과로 보여지지 않으니까 과연 이게 맞는건지, 남들이 말하는 것처럼 편하게 가는게 맞는건지, 언젠가 빛을 볼 수 있을지 고민들과 걱정들이 있었다. 지호를 보면서 그때의 제가 생각났던 것 같다. 당시는 너무 막막한 심정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너무 멋모르고 했던 노력들이었다. 그저 제가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하니까 그 불안감을 탈피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었나 싶다"고 털어놨다.
그 마음을 인정하기까지 5년의 세월이 흘렀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여러 가지 생각에 휩싸인 정소민이었지만 적어도 그때처럼 조급하지만은 않는단다. 그는 "5년 전에 했던 노력들이 이제야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느껴진다. 살다보면 나 혼자 터널 안을 걷고 있는 것 같은 막막한 시기가 있지 않나. 그게 꼭 터널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도 나 혼자 길 위에 서서 스스로 가치관에 따라 결정하고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자체가 외로운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또한 "드라마 속 지호가 자신의 행복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을 하고 이를 쫓아갔는데 저 역시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런 고민들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이유도 저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부분 역시 맞닿는 것 같다. 여느 청춘이 그러하듯 저 역시 제 스스로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많은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배우로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그를 향한 대중의 시선들이 그에게 적잖은 청춘의 생채기를 남긴 것은 사실이었지만 정소민은 오히려 그는 "제가 연기함에 있어서 어릴 때는 이상한 오기가 있었다"고 표현하며 웃음 지을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그는 "이상하게 어릴 때는 제게 어렵고 스스로 소화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맡아야 저한테 근육이 더 쌓여서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될 것 같은 막연한 생각들이 있었다. 겁도 없이 도전의식이 강했다. 당장 제가 잘 할 수 있고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기보다 힘들고 어려운 작업 위주로 결정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그때는 조급함에서 세워진 기준인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보다 여유가 생기면서 뭐든 자연스럽게 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완전히 성숙한 것은 아니다. 그때의 저와 지금 약간의 성장한 제가 섞여있을 뿐이다. 지금도 그때처럼 이따금씩 도전하고 싶은 충동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그때만큼 막연한 도전이 아니라 지금 제가 잘 할 수 있고 재밌게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섞여서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액션이나 몸을 써야하는 역할들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일단 재밌을 것 같고 나중을 위해서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며 배우로서 한층 성장한 마음가짐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과거의 자신에 대해 인정하는 동시에 성장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며 조금씩 융화시키는 과정에 있었다. 정소민은 "한동안 제가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는 줄 알면서도 나중에 어떤 것들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계속 가는게 맞는건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렇지만 결코 길을 틀지는 않았다. 그렇게 고민의 고민 끝에 지금에 와있게 된 것 같다. 그러면서 분명히 얻고 성장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의 폭이 넓어진 부분도 있을 것이다"며 스스로를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 잠시나마 쉼표를 찍고 휴식기에 접어든 그는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스스로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가고자 했다. 특별히 이제 곧 서른을 앞둔 만큼 남들이 말하는 행복이 아닌 정소민이 느끼는 행복의 가치에 대해 깊이있게 들여다보고자 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예전에는 서른 살이 되면 엄청 어른이 됐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이제 서른이라는 나이가 주는 임팩트가 크지는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소소한 설렘과 기대가 있다. '내 서른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스무 살이 될 때는 마냥 방방 뜨는 기분이었다면 지금은 작은 설렘 같은 기분이 든다"며 미소 지었다.
정소민은 이어 "지금은 쉬면서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중이다. 그게 사실 참 어렵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틀에서 벗어나면 아무래도 이상한 시선을 받게되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지금까지는 자유롭지 못했는데 이제는 그런 시선들과 상관없이 제가 저를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것 같다"며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 힘들었던 시간들도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그렇게 힘들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만약 지금이었다면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 역시도 제게는 성장하는 자양분이 됐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그 어느 순간도 버릴 게 없는 지난 시간들이었다"며 앞으로 더욱 성장할 정소민의 모습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불러 일으켰다.
[티브이데일리 김예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신정헌 기자]
이번 생은 처음이라|정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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