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소에 버젓이 주차'..비매너에 우는 전기차 오너

조재환 기자 2017. 12. 14. 11:5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확산 위해 공동체 시민의식 제고 등 해결 과제 많아

(지디넷코리아=조재환 기자)올 한해 전기차 충전시설은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지만, 충전기 고장이나 관리 소홀, 비매너 등이 잦아 전기차 오너들이 불편을 겪는 사례가 속출했다.

전기차 충전에 대한 오너들의 불편사항은 크게 ▲일반 내연기관 차량의 전기차 충전 공간 내 주차 ▲충전 시간이 끝나도 오랫동안 정차된 전기차 ▲충전기 고장 및 오작동 등으로 나눠진다. 안정적이고 편리한 전기차 충전을 위한 관련 법안이 마련되지 못하다 보니 발생하는 현상이다.

내연기관 차량의 전기차 충전구역 주차를 금지하는 법안(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올해 정기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내년에도 이와 비슷한 불편함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연기관차량으로 가득찬 서울 첫 도심 신개념 전기차 충전소. 준공 한달이 지났지만 이곳은 여전히 '마비된 충전소'로 불린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경찰, 일반차 때문에”...방해받는 전기차 오너들의 충전

전기차 오너 B씨는 최근 경상남도 김해시에 위치한 남해고속도로 진영휴게소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한 경찰 순찰차가 전기차 급속충전기 주변에 정차해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차 바로 옆에는 일반 차량이 주차돼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전기차 충전의 경우, 휴게소 직원 없이 스스로 충전기를 꽃아야 한다. 충전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주변 공간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야 한다. B씨는 결국 경찰차 때문에 급속충전을 진행하는데 애를 먹었다.

진영휴게소 전기차 급속충전기 앞에 정차된 경찰차량. 이 때문에 전기차 오너들의 충전이 방해된다는 지적이다. (사진=전기차사용자모임)

이와 비슷한 사례는 서울 시내 호텔과 쇼핑몰 등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지디넷코리아는 지난 6월 아이오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충전을 위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노보텔앰베서더 호텔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 호텔은 지상주차장에 전기차 완속충전기 1대와 지하주차장에 환경부 공공급속충전기가 설치되어 있다.

아이오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경우 전기차 완속충전기만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이다. 일정 거리동안에는 전기차처럼 가솔린 엔진의 개입 없이 배터리와 모터주행으로만 달릴 수 있는 것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특징이다.

호텔 지상 주차장에 진입하자, 내연기관 차량이 충전기 앞에 주차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충전을 위해 인근 직원에게 차량 이동을 요구하자, 호텔 직원은 “지하에 가서 충전하라”고 말했다. 아직 호텔 직원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특성을 모른다는 의미다.

노보텔앰배서더 호텔 지상주차장 전기차 완속충전기 충전소는 내연기관차량의 발렛주차로 몸살을 앓는 곳이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다른 전기차 오너들도 이 호텔의 운영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호텔에 찾아오는 순수 전기차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오너들을 위해 항상 비워둬야 한다는 것이 오너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 2월 9일 용산역 아이파크몰 내 준공된 한국전력 몰링(Malling)형 전기차 충전소는 충전공간 불편 해소를 위한 목적으로 급속충전기 10기, 완속충전기 11기를 마련했다. 정부는 이를 기념하는 행사를 대규모로 열기도 했다. 여기서 '몰링'은 복합쇼핑몰 등에서 문화 체험과 쇼핑 등을 즐기는 소비 행태를 뜻한다.

전력공급 등의 문제로 3월 2일부터 서비스가 시작된 이 충전소는, 내연기관 차량 주차 문제가 심각했다. 급속충전기 공간 대다수는 일반 내연기관차량으로 가득찼고, 이를 제지할 수 있는 직원들도 없었다. 혹시나 있을 전기차 오너 충전을 위해 입간판을 세워두기도 했지만, 해당 입간판은 공사장에 흔히 쓰이는 ‘안전 제일’ 입간판이었다.

내연기관 차량과 안전제일 입간판 등이 세위진 3월 5일 용산역 몰링형 전기차 충전소 모습 (사진=지디넷코리아)

■‘충전 후 장기주차’ 얼굴 찌푸리게 하는 일부 전기차

전기차 충전과 관련된 또다른 불편사항 중 하나는 충전공간 내 장기 주차된 전기차다.

경기도 화성시청 내에 마련된 급속충전기를 쓸려고 했던 전기차 오너 A씨는 위장막이 씌여진 현대차 코나 EV 때문에 여러번 불편을 겪었다.

화성시청은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와 약 5km 떨어진 거리로, 위장막을 쓴 코나 EV 등 출시 전 차량들의 테스트 주행을 많이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현대차가 내년 상반기 출시할 코나 EV는 최근 경기도 화성시청 뿐만 아니라 의왕휴게소 등 전기차 충전기가 많이 설치된 곳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국내 충전기 호환성 테스트를 위해서다.

전기차 오너 A씨는 “화성시청에 있는 환경부 공공급속충전기는 40분까지 급속충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며 “화성시청 충전기를 이용한 코나 EV 테스트 드라이버는 40분 충전 후 또다시 충전을 시도하겠다며, 다른 전기차 오너들을 위한 매너를 지키지 못해 아쉽다”고 전했다. 당시 A씨가 확인한 코나 EV의 남은 충전 시간은 15분이었다.

화성시청 전기차 급속충전기 앞에서 장기 주차중인 현대차 코나 EV. 출시 전 차량이라 위장막이 덮혀 있다. (사진=독자 A씨 제공)

한국자동차협회 전기차 충전소 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는 A씨 “개인의 이같은 행동이 현대자동차 전체를 비난하는 것 같아 두렵다”며 하루빨리 기업에서도 전기차 충전을 위한 매너를 갖췄으면 한다고 전했다.

환경부 공공급속충전기의 경우, 전기차 충전 완료 내용을 보내는 메시지 전송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충전이 완료되어도 20분 이상 방치되는 전기차도 많아지고 있다.

논현동 노보텔엠베서더 지하주차장 급속충전기를 이용하려던 C씨는 통로에 주차된 아이오닉 일렉트릭 때문에 불편을 겪었다. 통로에 주차된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환경부 급속충전기를 이용했는데, 충전이 완료된지 한참이 지나도 이동 주차하지 않았다.

이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충전공간 내 내연기관 차량이 주차돼 어쩔 수 없이 통로에서 급속충전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C씨는 “아마도 내연기관 차량의 비매너 때문에 여러 사람이 불편을 느끼는 것 같다”며 “통로에 주차된 전기차도 충전이 완료되면 다음 전기차 오너들을 위해 빨리 이동해야 하는 매너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통로 주차한 후 급속충전중인 아이오닉 일렉트릭 (사진=독자 C씨 제공)

■충전 방해하는 여러 가지 장애 요소도 보여

현대백화점 천호점 지하주차장에 위치한 한국전력 전기차 급속충전기는 관리 문제로 전기차 오너들의 비판을 받았다.

전기차 오너 H씨는 지난 10월 충전기 주변에 상품 자재로 가득한 현대백화점 천호점 운영실태를 사진으로 찍었다. 충전기 주변 자재등으로 인해 제대로 충전을 진행할 수 없었다는 것이 H씨의 설명이다.

해당 충전기가 마련된 이 백화점 지하 5층 주차장은 최근 마무리 보수공사가 진행중이다. 주차장 환경 개선을 위한 공사가 진행된 듯 했다. 민간 전기차 충전정보 인프라 시스템인 ‘EV Infra'에 따르면 이 충전기는 지난 4월 반영된 신규 충전기다. 환경개선 공사 이전에 마련된 충전기를 뜻한다.

지디넷코리아가 해당 충전기를 직접 살펴본 결과, 아직 충전을 위한 주차 선이 마련되지 않았고, 공사를 위한 수레와 자재등이 충전기 주변에 위치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기차 오너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운영할거면 충전기 자체를 설치하지 말아야 한다"는 공통적인 의견이다.

전기차 충전기 주변 상품 자재 배치로 전기차 오너들의 문제 지역으로 손꼽힌 현대백화점 천호점 (사진=전기차사용자모임)
최근 공사가 진행된 현대백화점 천호점 지하주차장 풍경. 전기차 충전기 주변에 주차 라인이 마련되지 못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서울 을지로입구역 근처 한외빌딩에 신개념 전기차 충전소도 문제가 많은 곳으로 손꼽힌다.

한외빌딩 충전소는 한 충전기로 2대의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구조로, 충전기 케이블 이동을 위한 메설형 철제 라인을 구축했다. 충전소 주차공간 내 일반 차량이 주차해도 전기차 충전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철제 라인은 충전소 운영의 걸림돌로 자리잡았다. 해당 철제 라인은 일반 내연 기관 차량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파손됐고, 한국전력은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결국 이 충전소는 지난 10월 13일 대규모 준공식 개최 후 두 달 넘게 정식 서비스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김성태 사단법인 한국전기차사용협회장은 "내년부터 전기차 충전 관련 문제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대중을 위한 공익광고 진행 등 인식 개선 관련 노력이 필요하다"며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 등의 표기를 강화하고, 전기차 충전소 주차공간 내 내연기관 차량의 주차를 방지하는 차단기 설치도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준공 한달만에 전원이 꺼진 채 방치된 한국전력 신개념 전기차 충전기. 서울 을지로입구역 근처 한외빌딩 근처에 자리잡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조재환 기자(jaehwan.cho@zdnet.co.kr)

Copyright © 지디넷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