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뇌 속 여행? 가상현실에선 OK!
앱도 넘쳐나..익스페디션스.인마인드 브이아르 등
유튜브에서도 다채로운 영상 인기
[한겨레]
가상현실(VR)이 성큼 다가왔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브이아르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에이치엠디’(HMD.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 가격은 10만원을 넘었었다. 이제는 인터넷 오픈 마켓에서 1만원 미만으로 구입할 수 있다. 기계만 구입한다고 끝일까? 역시 관건은 콘텐츠다. 에이치엠디를 산 뒤 무엇을 봐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는 당신을 위해 최근 찾는 이가 많아 그 열기가 뜨겁다는 브이아르 콘텐츠를 모아봤다.
■ 이 누리집에선 나도 화가
인체의 확장을 목표로 하는 브이아르에서 자아는 무엇이로든 탈바꿈할 수 있다. 평소 그림을 좋아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은 틸트 브러시(tiltbrush.com)를 주목해보자. 틸트 브러시는 세계 최대 아이티(IT) 기업 구글이 개발한 프로젝트다. 에이치엠디를 쓴 뒤 두 손에 브이아르용 브러시를 들면 나도 화가가 될 수 있다. 캔버스는 종이가 아니라 허공이다. 우리의 두 손이 붓이 된다. 평면이 아닌 입체 공간이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화가는 그림 안팎을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다. 꼭 그림 실력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누리집에선 누구라도 자신이 그린 그림을 업로딩해서 공유할 수 있다.
2016년 4월 구글은 프로젝트를 출범하면서 아티스트 6명이 틸트 브러시를 활용해 만든 작품을 버추얼 아트 세션(virtualart.chromeexperiments.com) 누리집에 전시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물감과 붓을 이용해야만이 예술이 아님을 선포한 것이다. 참여한 작가 가운데는 한국의 오승열 작가도 포함돼 있다.
또 이이남 작가는 2016년 부산 비엔날레에서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 랩과 협업해 틸트 브러시로 만든 ‘혼혈하는 지구’라는 작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구글 아트 앤 컬처(google.com/culturalinstitute/beta)는 전세계 최고 공연 예술 단체들과 협업하여 공연 예술가들의 무대와 공연을 360도로 관찰할 수 있는 누리집이다. 클래식, 오페라, 연극 등 다양한 공연예술을 집 안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360도 시야를 지원하는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을 통해 공연 예술가의 시각에서 관객을 바라보거나, 브이아이피(VIP) 좌석에서보다도 가까운 거리에서 무대를 볼 수 있다. 현재 2015년 베를린 필하모닉의 ‘베토벤 교향곡 제9번’ 공연 리허설이나 런던 돈마 웨어하우스와 로열 셰익스피어 극장에서 열린 셰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5세>와 <템페스트> 같은 명품 공연의 주요 장면을 감상할 수 있다.
이 누리집에선 공연뿐만 아니라 패션쇼도 볼 수 있다. ‘우리는 문화를 입는다’(We Wear Culture) 프로젝트를 통해 패션 업계에 혁명을 불러온 다양한 시대의 아이콘과 컬렉션을 공개한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42개 나라의 패션이 소개된다. 구글 스트리트 뷰를 통해 한국 2015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전시 ‘에스프리 디올-디올 정신’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 세계 일주부터 방탈출까지…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익스페디션스(Expeditions)는 세계 600여곳의 유적과 관광지를 체험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다. 행성협회(Planetary Society), 미국 자연사 박물관, 베르사유 궁전 등 세계 유수의 단체들과 콘텐츠 협약을 맺고 있다. 한국의 경우 ‘남한산성 세계유산센터’와의 협력을 통해 남한산성 가상현실 투어를 제공한다. 남한산성의 남문, 수어장대, 옹성, 암문, 행궁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남한산성을 방 한가운데서 둘러볼 수 있다. 각 장소에 어울리는 별도의 설명이 있어, 마치 현장에서 안내문을 읽어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국립중앙박물관도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지난해 8월에는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학교를 찾아 ‘신나는 문화재 탐험’이라는 특별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파서 어디를 갈 수 없는 어린아이나 노인도 누워서 세계 일주를 할 수 있는 셈이다.
카드보드(Cardboard) 앱은 브이아르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구글 어스를 통해 실감나는 세계 여행을 할 수 있고 다양한 문화유산과 전시회 등을 브이아르 환경에서 즐길 수 있다. 앱 안에서 다른 브이아르 앱을 찾아 내려받을 수도 있다. 카드보드는 구글플레이에서 1천만명이 넘게 내려받을 정도 대표적인 브이아르 앱이다.
풀다이브 브이아르(Fulldive VR)는 브이아르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만든 앱이다. 콘텐츠별로 ‘좋아요’ 같은 추천 기능이 있고 댓글도 달 수 있어 소셜 플랫폼의 기능도 제공한다. 유튜브에 업로드된 브이아르 영상뿐만 아니라 3D 영상도 볼 수 있다. 이 외에 검색, 카메라, 앨범 기능을 제공한다. 구글 카드보드와 데이드림 뷰 등 다양한 브이아르 기기와도 연동된다.
인마인드 브이아르(InMind VR)는 인간의 뇌 속을 브이아르 환경으로 탐험할 수 있는 앱이다. 정신 질환을 유발하는 신경을 찾아 떠나는 탐험을 하며 인체의 신비를 체험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현재 구글플레이에서 50만명 이상 내려받았고 4.2의 평점(5점 만점)을 기록하는 등 반응이 뜨겁다.
방 안의 의자(Chair In A Room)는 갇힌 방 안에서 단서를 찾아 탈출하는 일종의 방탈출 추리 게임이다. 섬세한 그래픽 구현으로 실제와 같은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가상현실 속에서 이용자가 능동적으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브이아르 천국 유튜브
이런저런 애플리케이션 내려받고 누리집을 찾아가는 게 귀찮은 당신에겐 유튜브가 제격이다. 검색어 한번에 양질의 브이아르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코첼라(Coachella) 2017 페스티벌 영상은 매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사막지대에서 열리는 세계 3대 뮤직 페스티벌 ‘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의 현장을 생생히 담아냈다. 이용자가 마치 현장에서 페스티벌을 관람하듯 생동감 있는 경험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라이브 기능을 통한 실시간 영상 시청이 가능해 해마다 세계 많은 시청자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콘텐츠 가운데 하나다.
카네기홀(Carnegie Hall)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영상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연장 가운데 하나인 미국의 카네기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공연을 담은 브이아르 콘텐츠다. 360도 시야각을 제공하기 때문에 시청자는 마우스를 활용해 보고 싶은 방향을 설정해 감상할 수 있다. 객석뿐만 아니라 무대에서도 브이아르 영상이 촬영돼 연주자들의 움직임을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귀상어 360도 비디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제작한 브이아르 콘텐츠로 실제 바닷속에서 귀상어를 가까이 마주하는 섬뜩하고 신비한 경험을 선사한다. 영상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유튜브 채널(youtube.com/user/NationalGeographic)을 통해 볼 수 있다. 이 외에 세계 생생한 자연의 모습을 담은 다양한 브이아르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Virtual Reality(VR)
가상현실. 실제는 아니지만 인간의 오감을 자극해 실제처럼 느끼게 하는 기술. 사용자가 가상의 현실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뮬레이션과 다름.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기술과 만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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