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진의 애프터게임] 롯데 신본기, 오른손이 하는 일 왼손도 알고 있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2017. 12.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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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본기. 롯데 자이언츠 제공

“솔직히 부담이 됩니다.”

지난 10월 열린 준플레이오프 기간 중 스포츠경향과 인터뷰를 한 신본기(28·롯데)는 기부에 대한 이야기를 묻자 이런 반응을 보였다. 신본기는 “나는 봉사와 별개로 똑같이 살아가고 있는데 다시 재조명되거나 할 일은 아닌 것 같다”며 쑥쓰러워 했다.

신본기의 선행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신본기가 매달 10만원씩 고아원 아이들에게 밥을 사준다는 글과 함께 카드와 영수증 사진이 함께 올라오면서 그동안 신본기가 베푼 선행이 알려졌다.

신본기는 2012년 롯데에 입단해 받은 연봉을 쪼개 기부했다. 2013년에는 모교인 동아대에 500만원을 쾌척했고 올스타 번트왕 상금 200만원은 모두 부산감천초등학교 후배들에게 전달했다. 또한 같은 해부터는 신본기의 팬클럽 ‘우리본기’와 함께 부산 암남동에 있는 아동 양육시설 ‘마리아꿈터’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억대에 가까운 돈을 기부를 하는 야구인들이 많다. 신본기가 기부한 금액은 이들에 비하면 그다지 큰 금액은 아니다. 그러나 신본기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다. 신본기의 올 시즌 연봉은 5500만원. KBO리그 평균 연봉인 1억3800만원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하지만 신본기는 ‘당연한 일’이라고 손을 내저었다. 신본기는 “모교인 동아대에는 야구를 할 수 있게 도와준 분들이 많다. 고등학교에서 프로 진입에 성공하지 못하자 대학에서 인연이 닿았다. 내가 야구를 잘 했던 선수도 아니고 키워주셔서 감사한 마음에 그렇게 한 것이다. 마음이라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봉사받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신본기는 “고아원에서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내가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해가 지날수록 같이 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감사한 마음이다”라며 “나는 아이들과 놀아주면 된다고 해서 같이 놀아주는 것밖에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활동을 통해 신본기는 야구에만 집중해있던 삶에서 벗어나 기분 전환도 할 수 있었다. 술, 담배 등도 일절 하지 않는 그가 숨을 한번 고를 수 있는 것이 기부활동이었던 셈이다. 그러면서도 신본기는 “가급적이면 기부에 대한 이야기가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신본기는 시즌 후 각종 시상식에서 선행상의 주인공이 됐다. 13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사랑의 골든글러브상 수상자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다. 신약성서 ‘마태복음’에 있는 구절이다. 하지만 ‘오른손’ 신본기가 한 일은 ‘왼손’이 모를 수가 없는 선행이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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