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난징대학살에 동질감"..역사적 동병상련 강조(종합2보)

김현 기자,조소영 기자 2017. 12. 13.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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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배려·한중관계 미래발전·항일 역사문제 공조 포석 관측
靑, 日 반발 가능성에 "생각했다..中와서 안하는 것도 이상"
중국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3일 오전 중국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 도착,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7.12.1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베이징·서울=뉴스1) 김현 기자,조소영 기자 = 취임 이후 첫 중국 방문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 난징대학살 추모식이 열린 13일 애도를 표하며 '깊은 동질감'을 잇따라 강조해 관심이 모아진다.

문 대통령이 난징 대학살에 대해 입장을 표한 것은 전(全) 국가적 추모를 갖고 있는 중국에 대한 배려의 뜻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양국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확실히 봉인하고 새로운 25년을 향한 미래지향적 발전을 꾀하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도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난징대학살은 '중국판 홀로코스트'로 불리며, 중일전쟁 당시인 1937년 12월13일부터 이듬해 1월까지 국민당 정부 수도였던 난징시에서 30만명 이상(중국 측 추정)의 중국인이 일본군 총칼에 처참하게 숨졌던 사건이다. 희생자 추모일은 80년 전 일본의 난징대학살이 시작된 날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소피텔 호텔내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재중 한국인 오찬간담회에서 "오늘은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일이다. 우리 한국인들은 중국인들이 겪은 이 고통스러운 사건에 깊은 동질감을 갖고 있다"며 "저와 한국인들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아픔을 간직한 많은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베이징 댜오위타오(조어대·釣魚台)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 연설에서도 동일한 언급을 한 뒤 "사람은 누구나 존재 자체가 존엄하다. 사람의 목숨과 존엄함을 어떤 이유로든 짓밟아선 안 된다는 것이 인류 보편의 가치"라며 "이제 동북아도 역사를 직시하는 자세 위에서 미래의 문, 협력의 문을 더 활짝 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를 성찰하고 아픔을 치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우선 난징대학살에 대한 전(全) 국민적 추모 분위기가 조성된 중국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로 4회를 맞는 난징대학살 국가추모일 기념식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물론 리커창 총리와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위정성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등 중국 최고위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특히 시 주석은 첫 추모일 행사를 가졌던 2014년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당초 국빈방한에 맞춰 공항 영접을 나오기로 했던 노영민 주중대사로부터 난징 행사장에 상하이 총영사 등이 참석한다는 보고를 받고 "대사가 대통령 영접하러 공항에 나오는 것도 중요한데, 그것보단 이 나라의 중요한 국가적 행사라고 하니 대사가 직접 참석해서 뜻을 기리는 게 좋겠다"고 지시해 노 대사는 공항영접 행사에 오지 않고 난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왼쪽 네 번째)이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2017.12.1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이와 함께 시 주석과 3번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시 주석과 더욱 깊은 신뢰와 우의를 쌓고 한중간 역사적 유대감을 부각시켜 양국간 갈등 현안인 사드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고 새로운 한중관계 발전을 꾀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비즈니스 포럼연설에서 "한중 양국은 오랫동안 긴 역사를 함께해 왔다. 중국이 번영할 때 한국도 함께 번영했고, 중국이 쇠퇴할 때 한국도 함께 쇠퇴했다. 두 나라는 제국주의에 의한 고난도 함께 겪었고, 함께 항일투쟁을 벌이며 어려운 시기를 함께 헤쳐 왔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그러면서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듯이 이번 국빈방문으로 양국 신뢰가 회복되고 한중 관계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길 기대한다"며 "무엇보다 양국 국민의 마음이 다시 이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위안부 합의 등 일본과 과거사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공조를 펴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도 해석된다.

현재 일본은 우리 정부가 위안부 합의 2년이 되는 오는 28일을 전후해 도출될 위안부 합의 태스크포스(TF) 논의결과 발표를 보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석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압박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문 대통령이 중국과 항일 역사문제에 대한 공통된 인식을 통해 일본에 역사 문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방중 일정으로 충칭 임시정부를 방문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문 대통령의 난징대학살 관련 발언 배경에 대해 "마침 방문일자가 난징대학살 80주년이었고 그와 관련해 중국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추모행사가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께서도 그와 관련한 발언을 하신 것"이라며 "처음부터 날짜를 거기에 맞춘 것은 절대 아니다. 일정을 협의하다보니 날짜가 난징대학살 80주년이었고, 중국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추모행사가 있었기 때문에 그 말씀을 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은 한중과 한일, 아시아 문제를 넘어서 인류 보편적인 상처에 대한 치유, 같은 경험을 가진 한국 입장에서 동병상련을 표현하신 것"이라며 "외교적이고 국제적인 이슈 문제라기보다는 인류의 보편적 감정, 감성과 정서적 차원에서 생명에 대한 존중, 사람에 대한 존중, 그런 정서에 대한 경험을 갖고 있는 우리 대통령 입장에서 말씀을 하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일본에서 예민하게 반응할 우려'에 대해선 "그런 생각도 당연히 안할 순 없는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은 국빈방문으로 중국에 오게 된 것이다. 중국에서는 80주년 행사를 전국가적인 공제(公祭·국가적 제사)라는 굉장히 큰 관점으로 보고 있고, 국빈으로 왔는데 그와 관련된 발언을 안하는 것도 이상하다고 본다. 그래서 저희 대통령이 고민한 것"이라고 말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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