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향한 '당근과 채찍', 임대소득 사각지대 줄여야 실효

2017. 12. 13. 20:4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 '등록의무화 부작용 크다' 판단
소득세·건보료 부과 차등화 선택
내년 4월 임대차시장 통합DB 구축
미등록 임대소득 찾아 과세 추진도
전문가 "방향 맞지만 효과 지켜봐야"

[한겨레]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3일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국토교통부 제공

정부가 13일 내놓은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은 다주택자인 집주인이 세를 놓고 있는 집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건강보험료와 세금 혜택을 늘려주고 등록하지 않았을 때는 세금 부담을 지금보다 무겁게 매기는 게 핵심이다. 이른바 ‘당근’과 ‘채찍’을 병행한 인센티브제인 셈인데, 실효성을 두고는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대책은 1주택 보유자는 실질적으로 소득세나 건보료 부담 증감이 없고 2주택이나 3주택 이상 보유자의 경우 임대주택으로 등록했을 때 부담이 크게 완화되는 게 특징이다. 특히 지난해 말 현재 156만명에 이르러 다주택자 가운데 가장 많은 2주택 보유자의 등록을 촉진해 임대료 통제를 받는 민간 임대주택을 확충하겠다는 의도다. 2~3주택 보유자의 대부분은 연 임대소득이 2천만원 이하로 추정되며, 이들은 내년까지 유예기간이 끝난 뒤 2019년부터 임대소득 과세(분리과세)가 이뤄질 예정인데 등록 여부에 따라 임대소득세 필요공제율을 70%와 50%로 차등화해 실질적 세부담 차이가 피부에 와닿도록 했기 때문이다. 또 임대기간에 따른 소득세 감면(30~75%)도 현재 3채 이상을 임대하는 경우에서 1채 이상으로 확대한 것도 2주택자의 혜택을 늘려줄 전망이다.

정부가 이처럼 다주택자에게 당근을 제공하면서 자발적 등록을 유도하기로 한 것은 등록 의무화 등 규제에 따른 부작용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등록 의무화의 경우 집주인들이 예상되는 비용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있고 현실적으로 위반자에 대한 벌칙은 과태료에 그칠 수밖에 없어 실효성도 담보하기 쉽지 않다. 그보다는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 등록을 선택하는 집주인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집주인-세입자 상생’ 모델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키기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임대주택 등록제는 실효를 못 거둔 게 현실이다. 개인의 임대주택 등록은 2012년 40만채에서 지난해 말 79만채로 갑절로 증가했지만 이는 전체 임대용 민간주택 595만채의 13.2%에 그친다. 많은 집주인들이 등록하면 4년 또는 8년간 주택 매각을 제한받는데다, 건보료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을 우려한 게 주된 원인이다. 여기에 더해 등록하지 않고 임대소득 신고도 하지 않는 집주인이지만 과세당국에 임대차 사실관계가 포착되지 않아 세금을 추징 당하지 않는 사각지대도 있기 때문이다. 집주인 요구로 월세 세입자가 소득공제를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 보증금 규모가 작아 임대차 계약서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영세 세입자의 존재 등 제도적 허점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연 임대소득 2천만원 이상인 다주택자는 임대소득을 포착해 과세하고 있으며 임대소득세 전면 과세가 시행되는 2019년 이전에 임대차 시장 정보 인프라를 구축해 사각지대를 줄일 계획이다. 지난해의 경우는 연 2천만원 이상 임대소득을 올린 집주인 3만3천명의 임대수입 1조5천억원(1인당 4700만원)에 대해 소득세 1468억원(1인당 445만원)을 징수했다. 그러나 지난해 3주택 이상 보유자 41만명을 포함한 국내 다주택자 197만명 가운데 연 2천만원 이상 임대소득을 올린 임대인이 얼마나 되는지 등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과세당국인 국세청이 현재 월세 현금영수증, 세액공제 자료 등을 토대로 임대소득을 파악할 뿐 임대차 계약 현황(확정일자), 주택 소유 현황(재산세, 건축물 대장) 등 다른 기관에 분산된 임대차 시장 자료를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내년 4월까지 여러 기관에 분산된 임대차 시장 자료를 연계해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시장 정보인프라 기반이 부실한 상황에서 마련된 정부의 이번 대책에 대해 방향은 맞지만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부동산학과)는 “상당수 집주인들은 인센티브가 커도 임대소득 노출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며 “내년 4월 이후 임대차 통합 데이터베이스망 구축으로 그동안 숨겨왔던 임대소득이 드러나는 다주택자 가운데 일부는 임대등록보다 주택 매각을 선택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서둘러 임대차 데이터베이스를 촘촘하게 구축해야만 다주택자들이 임대등록 또는 주택 처분 외에 ‘제3의 길’(버티기)을 선택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