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과 조건 없는 대화" 틸러슨 파격제안..관건은 '트럼프'

김현기 2017. 12. 1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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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해야만 대화할 수 있다고 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나온 말이 아닌,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공식 발언입니다. 북한이 핵 포기 약속을 하지 않더라도 일단 대화를 하겠다는 것인데 대화의 전제조건은 없다고까지 분명하게 강조했습니다. 기존의 미국 입장과는 크게 달라진 것이지요. 북핵 문제 해결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과 어느 정도 조율된 것이냐가 관건입니다. 정상적이라면 국무장관의 저 정도 수위의 발언은 대통령과 신중한 검토를 거쳐서 나온 것이겠지만 그동안 트럼프와 틸러슨은 북핵 문제를 두고 다른 시각을 보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먼저 워싱턴의 김현기 특파원을 연결하겠습니다.

김현기 특파원, 틸러슨 장관의 이번 발언은 그동안의 역대 미 행정부의 기조에서 보더라도 상당히 이례적으로 보입니다. "일단 만나서 날씨 얘기라도 하자"… 틸러슨의 발언들이 매우 직설적으로 느껴지는군요.

[기자]

틸러슨 장관의 이날 발언을 종합하면 '성의있는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그동안의 제안은 비현실적이다' 그러니 '전제 없이 대화하자'로 압축됩니다. 먼저 틸러슨의 발언을 들어보겠습니다.

[렉스 틸러슨/미 국무장관 (한국국제교류재단 공동토론회) : 우리는 북한이 대화를 하려 한다면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있습니다. 우린 어떤 전제조건 없이 첫 만남을 할 용의가 있습니다. 만납시다.]

틸러슨은 또 "그냥 만나서 북한이 원한다면 우리는 날씨 얘기를 할 수도 있고, 협상장 테이블이 사각인지, 원탁인지 궁금하다면 그것에 관해 얘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한 번 만나자는 겁니다.

[앵커]

표현만 놓고 보자면 완전히 열어놓은 상황인데, 미 언론들은 어떤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까.

[기자]

외교전문매체인 포린폴리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래 지금까지 평양을 향한 가장 명확한 외교적 접근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CNN은 "공개 초대장을 북한에 보낸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대체적으로 놀랍다는 반응입니다.

[앵커]

그런데 과연 이날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과 어느 정도 교감을 거쳐 내놓은 것인가, 즉 트럼프도 이에 동의하느냐 하는 것이겠지요.

[기자]

사실 틸러슨의 발언이 나온 직후부터 그런 의구심을 내보이는 분석이 많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미 행정부 내에서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틸러슨이 과연 트럼프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것인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틸러슨의 발언 이후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에게 트럼프의 입장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샌더스 대변인은 "대통령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북한은 한국, 일본,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논평을 내놓았습니다.

논평만을 봐서는 틸러슨 발언에 대한 트럼프의 전폭적인 지지를 단정지을 수는 없고 오히려 부정적인 반응으로도 해석됩니다.

복수의 백악관 소식통들은 JTBC에 틸러슨 장관이 트럼프는 물론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도 갈등을 빚고 있어 '전제 없는 북미 대화' 발언이 관철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왜 틸러슨은 이런 주장을 이 시점에 왜 내놓았다고 봐야 할까요.

[기자]

외교 관계자들은 어떻게든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불러들여 보자는 강한 대북 메시지로 보고 있습니다.

외교적 해법의 시한이 다해가고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건데요.

이 점에 대해서는 강경파인 맥매스터도 "바로 지금이 북한과의 무력 충돌을 피할 마지막 기회이자 최고의 기회”라고 보조를 맞췄습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의 신년사에 전향적인 메시지를 담도록 유도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틸러슨은 외교가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군사적 옵션도 준비돼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사시 북진해서 핵무기를 확보하는 방안까지 중국 측 고위채널과 협의했다고 공개해 북한의 오판을 견제했습니다.

[앵커]

바로 그 자리에 있었던 한동대 김준형 교수가 있는데, 틸러슨이 발언했던 바로 그 자리에 같이 있었습니다. 이따 2부에 저희가 바로 워싱턴으로 연결해서 틸러슨 발언의 맥락을 좀 더 짚어보는 시간도 갖겠습니다. ☞[인터뷰] 김준형 교수 "백악관, '틸러슨 할 수 있으면 해봐라' 하는 느낌" (http://bit.ly/2ylQCv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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