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가상현실이 바꿀 출근길..휴가지 거닐다 회사 도착

2017. 12. 13.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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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커버스토리
세계는 AI·VR·AR·MR 무한 경쟁 중
마지막 승부수는 문화융합

[한겨레]

브이아르 영상을 일반 디스플레이로 보면 마치 쌍안경으로 사물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진 전우열 감독 제공

가상현실(VR)은 우리의 삶을 바꾸어놓을지도 모른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현실과 가상의 경계는 모호해질 것이다. 하지만 브이아르는 결국 실존하는 삶을 위한 기술이 돼야 한다. 관련 기술 발전도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맞춰져 있다. 브이아르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될 것인지, 그것은 또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브이아르 콘텐츠 제작 업체 오썸피아의 민문호 대표가 글을 보내왔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아침에 일어나 욕실 대신 다용도실(?)로 들어가 버튼을 누른다. 곧바로 기계가 작동한다. 미리 학습 및 저장된 내 최상의 몸 상태로 바꿔놓는다. 세수는 물론, 면도, 머리 스타일이 내가 출근해도 되는 상태로 말이다. 더 나아가 나의 모든 장기(특히 대장과 위장)들이 최적의 상태로 복원된다. 물론 이 모든 데이터들은 내가 최상의 몸 상태일 때 미리 저장해놓은 것들이다.

그런 다음 옷을 입고 리모컨을 누른다. 어젯밤 고등학교 동창들과의 송년회 한 뒤 나를 집 앞에 내려주고, 주변 빈 주차장에 알아서 주차를 한 나의 ‘애마’를 부른다. 물론 나의 애마는 육·해·공을 다 주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다. 오늘 출근길엔 간만에 날개를 펴고 하늘을 이용하기로 했다.

회사로 출발하자마자 곧바로 눈에 가상현실의 한 분야인 증강현실 기능의 렌즈를 낀다. “프랑스”라는 나의 음성 명령에 따라, 밑에 내려다보이는 도시가 곧바로 ‘샤방샤방’한 프랑스풍의 디자인으로 바뀌고, 그동안 내가 즐겨 들었던 샹송이 인공지능 스피커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저녁 퇴근길엔 한국의 20년 전 도시의 모습으로 세팅할 것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 당시로 돌아가 추억 속 지인들과 과거 체험을 해볼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우리가 원해야 하는 것은 완성된 유토피아가 아니라, 상상과 희망이 살아있고 꿈틀거리는 세상이다”라는 말처럼, 나는 매일 습관적으로 미래에 펼쳐질 세상에 대한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과거 초등학교 시절 공상과학 영화를 보며 감탄사를 절로 터트렸던 때가 생각난다. 그땐 정말 딴 세상처럼 여겨졌던 일들이 지금 하나둘씩 실현돼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신기하고 놀라울 때가 많다.

현재 내가 꿈꾸는 세상도 언젠가는 실현될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해본다. 위 가상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정보통신기술(ICT)은, 비록 기초 단계이지만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엄청난 연구개발(R&D)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그 옛날 공상과학(SF) 영화에 나오는 기술들은 단순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것일까? 아니면 지속적인 창작 활동의 과정 속에서 나온 결과물일까? 정답이 궁금할 수도 있겠지만, 나의 생각은 1초도 주저 없이 후자다.

현재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는 정보통신기술인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융합현실(MR·브이아르와 에이아르가 합쳐진 개념) 등의 마지막 승부수는, 상상력과 창작력을 바탕으로 한 ‘문화융합 콘텐츠’다. 우리가 비록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은 조금 뒤져 있지만, 문화강국으로서의 자부심과 역량은 어느 선진국 못지않다.

현재 교육계에선 문과와 이과, 산업계에선 이종 산업 간 융합이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그 핵심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떠한 노력들을 하고 있을까를 생각하면 아직 갈 길이 멀게 느껴진다. 사실 하나의 산업을 개발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이종 산업까지 이해해서 하나로 융합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일 것이다. 그러나 그걸 넘어서지 못하면 절대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없으며, 끊임없는 도전과 시도가 지금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픽사베이

얼마 전 ‘뽀로롯’이라는 뽀로로 로봇이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하는 모습이 언론을 타면서 인공지능 로봇이 큰 관심을 받았다. 사실 뽀로로는 어린이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대한민국 최강의 지식재산권(IP)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최강의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인공지능 회사와의 융합을 통해 시장에 당당히 도전했다는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일본의 로보틱스 기술이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정보통신기술과 문화콘텐츠 기반 벤처기업들이 연합하여 힘을 모은다면 한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인공지능과 가상·증강현실 기술을 결합한 가정용 제품 개발 계획을 가진 회사도 늘고 있다. 예를 들면, 친숙함을 느끼게 하는 가상의 캐릭터가 주부에게는 음식의 레시피를 알려주고, 아이에게는 좋아하는 동화를 읽어주는 식의 가족 맞춤형 제품이 나올 수도 있다. 가상현실 기술이 접목된 캐릭터는 완성된 음식이나 동화와 관련된 풍경을 공중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미래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상반된 불멸의 ‘킬러 콘텐츠’ 요소가 있다. 몇 해 전 ‘응팔’로 선풍적 인기를 누렸으며 거의 3년 주기로 흥행을 반복하고 있는 ‘복고’다. 노령화 사회와 더불어 경제가 어려울수록 옛것을 그리워하고 더 나아가 복고 문화들을 체험해보고 싶은 마음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다.

누구나 한번쯤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는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타임머신 솔루션도 브이아르와 인공지능이 결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체험하고 싶은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들을 의뢰인에게 듣고, 제작자가 브이아르 콘텐츠로 만들어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은 당장이라도 실현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사업화를 위해서는, 1차로 의뢰인의 추억을 데이터화해줄 인공지능 챗봇이 필요하고, 2차로 그에 대한 브이아르 콘텐츠가 자동 생성될 수 있는 기술과 전용 플랫폼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현재 핵심 정보통신기술 트렌드인 브이아르 및 에이아르 등의 산업은, 교육·엔터테인먼트·부동산·소셜미디어·의료 등 전 영역에 걸쳐 미래 실생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본다.

뽀로롯. 민문호 대표 제공

이미 몇 해 전부터 수백개에 달하는 관련 중소 벤처기업들이 설립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소 벤처기업들이 의욕은 넘치지만 기초 체력이 탄탄하지 못한 관계로 장거리 경주에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내년 대부분의 브이아르 관련 중소 벤처기업들이 설립 3년차를 맞이하게 된다. 그에 비해 시장은 생각한 것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않고 있다. 이젠 중소 벤처기업들이 장거리 경주에 대비할 때이며, 그에 따른 핵심 역량을 갖추지 못한다면 위험한 고비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 역량을 어디에 둘 것인지는 각자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기술과 문화가 만나는 지점이 핵심일 것 같다.

‘역사는 과거가 아니고 현재까지 이어져온 스토리다’라는 말처럼 과거, 현재·미래를 하나의 시각으로 꿰뚫어 볼 수 있는 융합적 사고와 무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새해엔 본격적인 디지털경제를 맞이하게 될 것이며, 그에 따라 글로벌 기업에 숨어 있는 엄청난 기술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브이아르와 인공지능, 그리고 문화가 만나면 이런 세상이 될 수 있다.

퇴근 후 집에 들어가니, 실제와 유사한 애완 곰(로봇)이 춤을 추면서 ‘방탄소년단’ 노래를 불러준다. ‘머신 러닝’을 통해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꿰뚫고 있는 녀석이, 곧바로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줬고 조금 있으니 피자(오늘 나온 신메뉴)가 도착한다. 물론 내가 집에 도착하기 30분 전, 녀석이 챗봇으로 신메뉴를 추천해와 허락을 해준 것이다. 피자를 맛있게 먹고, “게임 하고 싶다”는 내 말에 녀석의 눈에서 홀로그램 마블 캐릭터가 거실 공간에 뜨기 시작한다. 나는 게임 속에서 스파이더맨이 됐다가, 캡틴아메리카가가 되고, 헐크가 되기도 한다. 이런 상상과 희망이 단지 꿈은 아니다.

민문호 오썸피아 대표

Virtual Reality(VR)

가상현실. 실제는 아니지만 인간의 오감을 자극해 실제처럼 느끼게 하는 기술. 사용자가 가상의 현실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뮬레이션과 다름.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기술과 만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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