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의 아버지' 블록체인이 뭐길래] 금융·유통 혁신기술인데..규제 불똥 튈라

고광본 기자 입력 2017. 12. 13. 17:14 수정 2018. 1. 1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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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블록' 체인처럼 연결해 해킹 차단..활용 무궁무진
투기판 규제하되 4차 산업혁명 인프라로 적극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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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최근 투기 광풍에 휩싸이며 정부가 규제 작업에 착수한 가상화폐의 원천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가상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은 지난 2009년 개당 0.1센트에서 시작해 최근 2만달러를 앞두고 급등락하며 17세기에 휘몰아친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광풍에 비견될 정도다.

이에 따라 서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규제의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무궁무진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각 분야의 혁신을 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수위를 정할 때 ‘지하자금의 온상’이 되는 것은 엄격히 규제하되 블록체인 기술 자체는 4차 산업혁명의 인프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비트코인을 규제하자 현지에서 익명으로 환전·송금 수수료 없이 한국에서 사고파는 것처럼 상속·증여세 등 탈세도 할 수 있고 마약 등 지하자금을 세탁하는 통로도 될 수 있다”며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마저 도외시하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우를 범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은 일명 ‘공공 거래장부’로도 불린다. 기존에는 금융을 비롯한 거래내역을 클라우드 등 중앙 서버에 보관하지만 거래에 참여하는 이용자 모두에게 내역을 보내 데이터 조작을 방지하기 때문이다. 거래내역이 담긴 블록을 체인처럼 연결하고 수많은 컴퓨터에 저장해 조작이나 해킹을 막는 것이다. 자금 등의 정보를 암호 방식에서 차용한 수학적 기법을 사용해 안전하고 검증 가능한 형태로 기록한다.

비트코인은 당초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2008년 말 암호화 기술 커뮤니티 메인(Gmane)에 ‘비트코인:P2P 전자화폐 시스템’이라는 논문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그는 “거래 당사자 사이에서만 오가는 전자화폐로 P2P 네트워크를 이용해 이중지불을 막는다”고 설명한 뒤 2009년 1월3일 비트코인을 구현했다. 물론 인터넷의 수많은 사용자가 데이터를 주고받는 P2P 네트워크는 1990년대 소리바다 등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선보이기는 했지만 블록체인 기법으로 비트코인을 만든 것은 당시 참신한 발상이었다. 모든 사용자가 거래장부 사본을 나눠 보관하고 데이터를 승인하고 기록하는 개방형·분산형 방식의 시스템에다 장부도 10분에 한 번씩 컴퓨터가 알아서 갱신하도록 했다. 비트코인은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카드, 고용량 D램 메모리를 결합해 복잡한 연산문제나 암호를 풀어내면 만들 수 있다. 이를 광산에서 금맥을 찾는 것에 비유해 채굴(mining)이라고 부른다. 비트코인 개발자는 2,100만개의 비트코인이 발행되도록 설계해놓아 캐낼수록 암호가 복잡해지는 특징이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대략 1,800만개가 채굴, 발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트코인 채굴 메커니즘
비트코인 채굴기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가 살림 이스마일이 “블록체인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파괴적인 기술”이라고 말했듯 블록체인은 분산 컴퓨팅 방식으로 P2P 네트워크의 힘을 빌려 경제는 물론 정치·사회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금융거래에서 비용을 크게 낮추거나 없앨 수 있다. 국제송금을 하면 장부 확인과 승인절차에 2~3일이 소요되나 블록체인 기법으로 하면 실시간 거래가 가능해 글로벌 금융사들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은행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사용자 인증을 편리하게 하면서 거래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카드사도 블록체인으로 간편 인증을 할 수 있다. 보험계약도 은행계좌 없이 안전하게 할 수 있다. 주혜원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13일 “세계적으로 정부, 금융기관, 글로벌 기업 등이 거래 효율성과 신뢰성 제고, 비용절감 등을 위해 블록체인 개발과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은 물론 유통과 물류·의료에도 유용하다. 온라인쇼핑몰이나 여행사 등은 블록체인에 인증정보를 기록한 뒤 스마트폰에서 이 정보를 불러와 전자서명을 거쳐 본인임을 인증할 수 있다. 월마트는 IBM과 블록체인으로 고기 이력 시스템을 구축했다. 의료 서비스에서도 블록체인으로 병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종이서류에 기반을 둔 신용장이 대체되고 있고 사기 방지와 신속 거래를 위해 무역금융에서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 설립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부동산이나 주식·회사채·티켓도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로 중개인이나 변호사 없이 낯선 사람과 법적 강제력이 있는 매매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P2P 네트워크상에 도청할 수 없는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도 나왔다. 정치·사회적으로도 블록체인 기법을 통해 조작위험 없이 전자투표와 국민투표·예산통제가 가능한 직접민주주의에 다가갈 수 있다. 당연히 경제민주화 추진에도 속도를 낼 수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1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광풍과 관련해 “일부 규제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금융이나 거래에서 혁신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한 것 또한 블록체인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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