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포르노 배우의 죽음이 '조리돌림 문화'에 던진 메시지

2017. 12. 1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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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 포르노 출연 남성과 동반 출연 거부했다가 집중포화 받아

[한겨레]

어거스트 에임스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셀피. 인스타그램 갈무리.

한 포르노 스타의 죽음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벌어지는 ‘조리돌림’ 혹은 ‘사이버 불링’ 문화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의 벤투라 카운티 검시관은 23살의 캐나다 출신 포르노 스타 어거스트 에임스(August Ames, 본명 메르세데스 그라보프스키 Mercedes Grabowski)가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지역 언론에 전했다. 검시관은 에임스가 목을 매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직접적인 사인은 질식이라고 밝혔다.

4년 동안 270편 이상의 성애물에 출연한 스타급 배우 에임스의 오빠 제임스는 영국 매체 <더 선>에 “내 동생의 죽음이 중요한 이슈로 받아들여지길 원한다”며 “(소셜 미디어상에서의) 집단 괴롭힘을 용납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또한, 제임스는 “(괴롭힘이) 내 동생의 목숨을 앗아갔다”며 “차후에 메르세데스를 위한 목소리를 낼 생각이지만, 지금은 사랑하는 아이를 잃은 우리 가족에게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에임스가 벤투라 카운티 캐머릴로의 주택에서 발견된 건 지난 5일. 그녀는 죽기 며칠 전에 게이 포르노에 출연했던 남성과의 동반 출연을 거부하는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집중포화를 받았다. 그녀는 지난 3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내일 있을 에로티카엑스 (포르노 제작업체 )의 촬영에 나 대신 들어갈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 당신이 게이 포르노에 출연했던 남성과 함께 촬영한다는 것만 알려둔다 . 이건 말도 안 된다 . 에이전트들은 정말 담당 배우에게 신경도 쓰지 않는 걸까 ? 나는 내 몸은 챙긴다 .”

에임스가 이 트위트를 올린 뒤 ‘사이버 불링’(온라인 괴롭힘)이 시작됐다. 에임스의 표현이 동성애 혐오를 담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그러자 그녀는 “나는 동성애 혐오자가 아니다”며 “대부분 여자가 안전을 위해 게이 포르노를 찍었던 배우와는 촬영하지 않는다. 그들이 뭘 하든 상관은 없지만, 내 몸에 위험한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녀는 다른 트위트에서는 “나 자신이 여자한테 끌리는데 어떻게 동성애 혐오자일 수가 있나?”라며 “게이 남자랑 섹스하기를 원하지 않는 건 동성애 혐오가 아니다”고 썼다. 그러나 비난은 계속됐다.

이 사이버 불링 가운데는 남성 팬섹슈얼(상대방의 성을 가리지 않는 범성욕주의) 포르노 배우인 잭스턴 휠러(Jaxton Wheeler)의 메시지도 있었다. <뉴스위크>의 보도를 보면, 휠러는 그녀에게 “세상은 당신이 사과하거나 청산가리를 먹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뒤 휠러는 <뉴스위크>에 “성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싶어서 그런 메시지를 보냈다”며 “우리가 원하는 건 사과였는데 이를 전달하려다 정말 끔찍한 말을 했다”고 털어놨다.

에임스가 죽기 전 마지막 남긴 트위트는 “너희 다 엿 먹어”(Fxxx y’all)였다.

소셜 미디어에서의 ‘사이버 불링’은 ‘공개적 망신주기’(public shaming)의 한 형태로 지난 수년간 많은 피해자를 낳았다. 그 한 사례로 2013년 미국의 레베카 세드윅이라는 여중생은 학교 선배의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했다는 이유로 15명에게 사이버 불링을 당했다. 페이스북과 휴대전화로 가해자들로부터 “널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표백제나 먹고 죽어라” “정말 못생겼다” 등의 메시지를 지속해서 받은 세드윅은 자살했다. (▶관련 기사 : 주체 못 할 ‘인정욕망’…SNS는 지옥의 맷돌인가)

자살로 막을 내리진 않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2015년 트위터에 부적절한 농담을 했다는 이유로 인생이 망가진 저스틴 사코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인터넷 회사 IAC의 홍보 담당자였던 사코는 “아프리카로 간다. 에이즈에 안 걸렸으면 좋겠는데. 그냥 농담이야. 난 백인인데!”라는 트위트를 170명의 팔로워에게 날렸다가 사이버 불링의 희생자가 됐다. 샘 비들이라는 IT 블로거가 이 트위트를 발견해 1만5000명의 팔로워에게 리트위트했기 때문. 미국에선 ‘백인은 에이즈에 걸리지 않는다’는 그릇된 인식이 있어 대부분의 사람은 이 트위트를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받아들였다. 트위트를 올리고 11시간을 비행해 남아공에 도착한 사코는 휴대전화를 켰다가 자신이 직장에서 해고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많았다. 가장 최근 벌어진 사건은 배우 유아인을 대상으로 한 트위터 조리돌림이다. 사건의 시작은 ‘애호박’이었고 유아인이 여성들의 비판에 대응하면서 페미니즘을 호도하는 부적절한 표현을 쓰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지나친 조리돌림 현상에도 함께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박세회 기자 sehoi.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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