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포털 규제' 줄게, '보편요금제' 달라?

2017. 12. 1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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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보수진영의 숙원사업과 정부 여당의 공약 간 빅딜설 ‘솔솔’

‘포털 규제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포털을 규제할 경우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것이라는 반대논리에도 불구하고, 포털 규제는 보수진영의 해묵은 숙원사업과도 같다. 보수진영이 포털 규제를 목적으로 입법을 시도한 시간만 거슬러 올라가도 10년이 훌쩍 넘는다. 보수진영이 포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최근 그 전모가 드러나고 있는 ‘국정원 댓글사건’만 봐도 알 수 있다. 보수진영에 포털을 통해 주로 형성되는 인터넷 여론이란 그렇게 관리와 조작이 필요한 존재다.

포털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인식은 현재의 자유한국당이나 과거의 한나라당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포털을 규제하려는 ‘방법’은 이전보다 세련돼지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과거에는 포털뉴스와 인터넷 여론을 중심으로 규제를 시도해 ‘헌법가치 훼손’이라는 반발에 부딪혔다면, 최근엔 정보기술(IT)업계 내 포털의 독과점 문제와 골목상권 침해문제 등 그간 진보진영의 영역으로 간주돼온 경제민주화 관점에서 포털 규제가 시도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의 포털 규제 논의는 과거보다 강력하며 설득력도 뛰어나다. 포털 규제에 반대하는 측에서도 단지 표현의 자유 등을 운운하며 규제 문제를 회피할 수만은 없게 된 것이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비례대표)이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등 이른바 ‘ICT 뉴노멀법’은 이 같은 새로운 포털 규제 시도의 중심에 서 있다. 여전히 여당과 인터넷 업계에서는 규제를 반대하는 가운데 이 문제를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 등 통신비 인하 문제와 연관짓는 해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어차피 두 사안 모두 법률 개정이 필요한 문제라 서로 원하는 걸 주고받는 방식으로 정부·여당과 야당 간 ‘빅딜’이 성립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 투자책임자가 10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포털 규제안 더 세련되고 강력해져

이대호 성균관대학교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가 최근 한 토론회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보수진영의 포털 규제 시도 역사는 10여년 전인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는 입법을 통한 포털 규제 시도가 더 활발하게 진행됐다. 이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시절에 9개, 박근혜 정부 시절에 6개의 법안이 발의됐다. 정부가 포털 규제를 벼르고 있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급기야 2012년엔 당시 방송통신위원회가 “(포털을 포함한)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해서도 경쟁상황 평가를 하고 결과를 반영하겠다”고 공식화했다. 경쟁상황 평가를 한다는 건 규제를 위해 그 근거를 만든다는 뜻이다. 포털 규제가 현실화되나 싶었지만 이 역시 대선과 겹치고, 막상 경쟁상황 평가를 해야 할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시장 획정 문제 탓에 경쟁상황 평가가 어렵다”고 밝히면서 무산됐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에 네이버의 검색광고 편향성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재차 포털 규제 목소리가 당시 여당을 중심으로 높아졌다.

이후 포털업체의 불공정행위 문제는 포털 규제를 주장하는 보수진영의 단골 메뉴가 됐다. 마침 경제민주화 이슈가 부각됐던 터라 네이버의 골목상권 침해 문제 등은 포털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하기에 좋은 근거를 제공했다. 경제민주화 이슈가 결합하면서 포털 규제론은 더 강력하고 세련돼졌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올 9월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 등 일명 ‘ICT 뉴노멀법’ 역시 이 같은 경제민주화 논리를 기본으로 깔고 있다.

여기에 지난 10월 드러난 네이버의 뉴스 재배열 사건은 군불을 때던 포털 규제론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왔다. 네이버 스포츠 기사 담당자가 외부 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기사를 임의적으로 재배치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는 평소 “뉴스편집권은 전적으로 해당 언론사에 있으며 네이버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네이버의 입장을 완전히 뒤집는 사건이었다. 이 문제로 네이버는 국정감사에서 집중 질타를 받았고, 창업주인 이해진 전 의장의 대기업 총수 논란까지 겹치면서 올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은 ‘네이버 국감’이라고 불릴 정도로 네이버에 대한 성토가 주를 이뤘다.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은 12월 7일 ‘포털뉴스 이대로 좋은가?’란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열어 “포털뉴스의 신뢰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며 “여론이 왜곡되고 허위사실이 퍼져 사회적 비용이 더 커지기 전에 종합처방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주장하며 포털뉴스 역시 규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12월 1일 국회에서는 포털 규제를 둘러싼 진풍경이 연출됐다. 같은 날 오전에는 김성태 의원과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 공동 주최로 ‘포털 규제 왜 필요한가’라는 토론회가, 오후에는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과 체감규제포럼 공동 주최로 ‘플랫폼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입법전략 세미나’가 열렸다. 요약하자면 포털 규제 찬성 토론회와 반대 토론회가 같은 날 열린 셈이다.

‘ICT 뉴노멀법’ 놓고 갑론을박

찬성 토론회에서는 네이버의 시장지배력 문제와 그 부작용 등이 집중 거론됐다. ICT 뉴노멀법을 대표발의한 김성태 의원은 “현재의 대형포털은 진입장벽을 울타리 삼아 시장과 생태계를 잠식하는 포식자와 다름없다”며 “ICT 생태계 상생발전의 토대를 구축할 제도 정비부터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경진 의원도 “포털의 인터넷 사업영역 확장은 가히 경이로울 정도”라며 “언론분야의 포털 독점은 그 폐해가 더 심각해 반드시 제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성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들의 주요 골자를 보면 부가통신사업자에 해당되는 플랫폼 사업자(포털 포함)를 정부가 방송·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경쟁상황 평가’ 대상으로 추가하고, 플랫폼 사업자들이 미디어로서 역할을 하고 방송통신콘텐츠를 활용해 광고수익을 얻고 있는 만큼 이들 사업자에게 방송통신발전기금의 부담금을 징수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법안에 대한 쟁점은 사업영역이 광범위하고 사업 간 경계도 불분명한 플랫폼 사업자를 법에서 정하는 경쟁상황평가 대상자로 ‘콕 집어’ 규정할 수 있느냐의 문제, 그리고 민간사업자인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방송통신발전기금 부과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경쟁상황 평가만 해도 간단치 않은 문제다. 경쟁상황 평가를 하려면 우선적으로 경쟁상황을 평가할 대상인 ‘시장’부터 획정을 해야하는데 플랫폼 사업자들의 사업영역이 워낙 광범위해 시장을 어떻게 구분짓느냐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시장 획정 문제를 수년간 연구해온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2016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를 통해 “포털 내부의 다양한 서비스의 존재, 혁신이 빠르고 동태적인 인터넷 서비스의 특성으로 인해 명확하게 시장 획정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김성태 의원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경쟁상황 평가대상이 되는 포털서비스 업종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는 있지만 현실적인 사업영역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법률안을 검토한 국회 입법조사처도 “향후 개정안 논의과정에서 업종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 문제의 경우 “근본적으로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김현경 교수는 “발전기금 납부 의무는 공공재인 전파자원을 이용해 독점적인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것에 대한 일종의 요금 차원으로 볼 수 있다”며 “부가통신사업자의 경우 누구나 신고를 통해 자유롭게 할 수 있고, 경쟁도 자유로운 만큼 사업의 성질이 기본적으로 다르므로 발전기금 납부를 의무화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해외 업체들과의 역차별 문제도 제기된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최성진 사무총장은 “이미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큰 수익을 내고 있는 터라 국내 부가통신시장을 1~2개 국내 사업자가 독점하고 있다는 것은 오해에 불과하다”며 “국내 시장을 지키기 위해 글로벌 업체와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는 인터넷 업계에 과도한 규제를 해선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국내에서 사업하는 해외 사업자도 규제대상에 포함된다”고 명시했지만 현실적으로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을 국내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김성태 의원실 측은 “시장 획정 문제나 발전기금 납부 문제 등에 대해 단지 기준이 없고 방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미룰 수는 없는 문제”라며 “구글 등 외국기업을 법으로 규제하는 방법에 대해선 12월 말쯤 별도의 토론회 등을 열어 여러 전문가들과 방법을 모색해보겠다”고 밝혔다.

포털 규제와 관련한 논쟁에서의 최종 관건은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의 여부다. 야당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가 되고 있지만 야당의 의지만으론 부족하다. 정부와 여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여기서 방통위가 12월 6일 발표한 ‘4대 목표 및 10대 정책과제’에 ‘인터넷 사업자의 사회적 책무’라는 과제가 포함됐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에 야당 협조 필요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이날 정책비전 발표 자리에서 방통위가 언급한 ‘사회적 책무’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방통위가 그리는 사회적 책무에 대한 큰그림은 김성태 의원 등이 발의한 ICT 뉴노멀법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위 김종영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포털이 사업영역이나 영향력이 확대된 데 비해 사회적 책임 부문에선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며 “최근 논의 중인 경쟁상황 평가나 방송발전기금 납부 문제를 포함한 여러 사안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각 분야의 대표자들로 구성된 가칭 ‘인터넷분야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이 같은 논의들을 다루고 결론을 내겠다는 계획이다.

방통위의 의중은 어떤 방향으로든 포털 규제가 필요하다는 쪽에 가깝다. 이 때문에 인터넷 업계에선 정부가 주요 공약으로 추진 중인 이동통신 보편요금제 도입을 위해 야당이 제시한 포털 규제안을 일정 부분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편요금제와 포털 규제 모두 전기통신사업법 등 법률 개정이 필수적이다. 보편요금제의 경우 야당에서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어 정부 입장에서는 야당 협조가 필요하다. 정부·여당과 야당 간 ‘빅딜설’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경쟁상황 평가의 경우 시장 획정 문제로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방송통신발전기금 문제 등은 논의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김성태 의원실에 따르면 발전기금을 주로 사용하는 문화체육관광부도 발전기금 징수에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상황판단 아래 통신업계도 포털 규제 문제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편요금제의 경우 이통사들이 결사반대하는 정책 중 하나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이통사들이 납부하는 주파수 사용료를 일부 감면해주자는 의견도 나온다. 문제는 주파수 사용료를 감면할 경우 재원 대부분을 이에 의존하고 있는 방송통신발전기금에 ‘구멍’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 방송통신발전기금 규모만 7900억원이 넘는다.

이때 법률 개정을 통해 포털 등 부가통신사업자들이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일부 납부할 경우 이통사들의 주파수 사용료 감면 재원을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네이버와 카카오의 광고매출 규모는 양사 합계 3조원에 달한다. 김성태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서는 광고매출의 최대 6%까지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따지면 1800억원가량의 기금 징수가 가능한 셈이다. 이에 대해 김성태 의원실 관계자는 “보편요금제와 포털 규제 문제는 엄연히 다른 이슈”라며 “빅딜설은 억측”이라고 일축했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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