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폭탄주·건배사 부담에.. "송년회 가기 싫어요"

김선영 입력 2017. 12. 12. 20:48 수정 2017. 12. 1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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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발'로 통하는 직장인 김모(33)씨는 연말 일정이 빡빡하다.

중소기업의 중간급 간부인 박모(44)씨는 회사 송년회를 일주일 정도 앞둔 요즘 건배사 '수집'이 한창이다.

서울의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이모(32)씨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3∼4차까지 갈 게 분명하다"며 "매번 술자리마다 준비하는 건배사도 부담인데 송년회라고 하면 또 뭔가 다른 건배사를 해야 할 거 같아 더 부담스럽다"고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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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 띠는 연말 모임 참석 은근히 걱정/괜찮은 건배사 찾으려 동분서주/ 주량 상관없이 오는 술잔도 곤혹/ 68% "계획있어" 작년비 15%P ↑/"술모임" 응답 74.3% 가장 많아/ 요가 등 색다른 기업 송년회 늘어/"술자리 원하는 사람끼리 바람직"

‘마당발’로 통하는 직장인 김모(33)씨는 연말 일정이 빡빡하다.

직장은 물론 가족, 동문 모임, 동호회까지 송년 모임을 갖다 보니 이번달 스케줄표가 꽉 찼다.

김씨는 “지난해에는 ‘최순실 사태’ 때문인지 이전에 비해 송년회가 절반 가까이 줄었었는데, 올해 다시 풍년이 됐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중간급 간부인 박모(44)씨는 회사 송년회를 일주일 정도 앞둔 요즘 건배사 ‘수집’이 한창이다. 혼자 머리를 굴려보고 ‘건배사 애플리케이션’도 뒤져봤지만 신통치 않아 이곳저곳에 조언까지 구한다.

박씨는 “쌈박한 건배사 하나 날리면 분위기가 금방 좋아지지 않느냐”며 “상사들에게 그런 걸 요구하긴 무리이고 사장까지 참석하는 자리다 보니 후배들은 부담스러워할 게 뻔해 다들 나만 바라보는 것 같다”고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송년회 시즌이 돌아왔다. 국정농단 사태와 촛불집회,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잔뜩 움츠러들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송년회가 다시 예년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흥겹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지만 송년 술자리라면 빠질 수 없는 폭탄주와 건배사의 압박에 시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12일 잡코리아, 알바몬이 성인 남녀 1285명을 대상으로 ‘올해 송년회 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8.4%(879명)가 ‘송년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53.6%보다 약 15%포인트 오른 수치다. 송년회를 어떻게 보낼지를 묻는 질문에 지난해에는 ‘간단한 식사’(75.6%)가 가장 많았지만 올해는 ‘술모임’이란 응답이 74.3%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썰렁한 연말을 보냈던 외식업계는 기대가 꽤 크다.

경기 수원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남모(38)씨도 “지난해에는 단체손님이라고 해도 10명이 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 연말에는 회사 송년회가 주로 열리는 목, 금요일 예약이 20∼40명 규모로 반 이상 차 있다”고 밝게 웃었다.

하지만 상당수 직장인들은 가벼운 식사가 아닌 술자리 중심의 송년회 분위기에 부담을 호소하기도 한다. 주량과 상관없이 돌아가는 폭탄주와 의례적으로 해야 하는 건배사 등 ‘부담 100배’의 송년회 문화가 달갑지 않아서다.

서울의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이모(32)씨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3∼4차까지 갈 게 분명하다”며 “매번 술자리마다 준비하는 건배사도 부담인데 송년회라고 하면 또 뭔가 다른 건배사를 해야 할 거 같아 더 부담스럽다”고 울상을 지었다.

‘불편한 송년회’ 문화를 바꾸자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색다른 프로그램을 시도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서울의 한 IT기업은 1년 동안 업무에 지친 심신을 달래자는 의미로 올해 송년회에서는 ‘요가’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회사에 다니는 정모(30·여)씨는 “상사들이랑 요가를 한다는 자체가 처음엔 어색할 수 있지만 술을 마시는 것보다 훨씬 친해지는 계기가 될 것 같다”며 “전체적으로 요가를 하면서 친목을 다지고, 술자리는 따로 원하는 사람끼리만 하는 송년회 문화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송년회 때 직원 전체가 영화를 관람했다는 서울의 한 중견기업은 올해 송년회에선 볼링을 치기로 했다.

이 회사 과장 박모(37)씨는 “발상을 바꾸면 회식 때 할 게 의외로 많다”며 “문화회식을 해보니 강압적이고 일방적이던 회식 분위기도 밝아지고 선후배 사이에 대화도 더 많이 하게 된다”고 전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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