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性 강조한 김성태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
결선 투표도 없이 1차 투표에서 친홍준표계 김성태 의원(3선ㆍ서울 강서을)이 자유한국당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건 당 내 정치지형이 ‘친박’에서 ‘친홍’으로 이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표라는 평가다. 2007년 이후 당내 확고한 계파로 자리매김했던 ‘친박’은 박 전 대통령 탄핵과 출당에 이어 원내대표 선거마저 완패함으로써 사실상 와해 수순을 밟게 됐다. 이번에 후보로 나섰던 홍문종 의원은 친박계 적자였고, 중립지대 후보로 옹립된 한선교 의원 역시 범친박으로 분류됐다.
3선의 김 신임 원내대표는 한선교(4선) 홍문종(4선) 의원 등에 비해 선수(選數)가 적다. 노동운동가 출신이고 비명문대(강남대)를 나왔으며 새정치국민회의(현 더불어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연륜ㆍ정통성을 중시하는 보수적 성향에서 보면 불리한 요소다. 무엇보다 ‘복당파’다. 지난 1월 바른정당 창당 시 탈당했다, 대선을 코앞에 둔 5월 초 복귀했다. ‘배신자’ ‘철새’ 이미지를 완전히 털어냈다고 보기 힘들다. 이런 악조건에도 116석의 야당 원내사령탑을 당당히 거머쥘 수 있었던 데엔 본인의 경쟁력만큼 홍 대표와 복당파의 연합전선이 전폭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홍 대표는 그간 직간접적으로 “잘 싸울 줄 아는 야성(野性)을 갖춘 인물이 돼야 한다”며 ‘강력한 대여투쟁력’을 차기 원내대표의 덕목으로 꼽아왔다. 김 의원은 현재 한국당 정치보복특위 위원장이다. 사실상 김 의원을 지목한 셈이다. 김 의원 역시 이날 경선에서 "“20년 동안 산업현장에서 투쟁 선봉에 섰던 사람이다. 대여 투쟁 아무나 할 수 있는 것 아니다”며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 싸움박질도 해 본 놈이 잘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홍 대표의 적극적인 개입은 역으로 '반홍’ 정서를 자극하는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김성태가 싫은 게 아니라 홍준표 미워서 안 찍겠다” "원내대표도 홍 대표 손에 좌지우지되면 당이 일방통행 된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홍준표 체제를 흔들 경우 달리 내세울 리더가 있나. ‘도로친박당’이 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라는 대안부재론이 결국은 김 의원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지적이다.
김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으로 바른정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샛문이 아니라 대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더 유연한 입장 갖도록 하겠다”며 보수통합을 강조했다. 또한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은 국가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기업 걱정하는 정부가 돼 달라. 자유한국당은 서민 노동자 위한 정당이 되겠다”고 했다.
반면 대여 관계는 다소 경직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경선 토론에서도 김 신임 원내대표는 "(현 정부의) 비열한 정치보복과 사찰로 나 자신이 어떠한 희생과 고통이 뒤따르더라도 동료의원 지켜내겠다. 잘 싸워야 한다"며 강경노선을 예고했다. 당장 공수처법ㆍ국정원법 개정안ㆍ방송법 등에서 대립각을 세우며 선명성을 내세울 것이란 관측이다.
최민우·유성운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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