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안컵] 젊은 피들의 헌신이 빚은 첫 승.. 그러나 씁쓸하다

임성일 기자 입력 2017. 12. 1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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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의 대회 2차전에서 상대 자책골로 1-0 신승
12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대한민국과 북한의 축구경기에서 북한 리용철의 자책골에 대한민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17.12.1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일본(도쿄)=뉴스1) 임성일 기자 = 신태용 감독은 북한과의 경기를 하루 앞두고 "자세히 밝힐 수는 없으나 중국과의 1차전과 비교해 달라지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변화의 폭이 상당히 컸다.

전형이 완전 달라졌다. 중국전서 4-2-3-1을 가동했던 대표팀은 스리백에 스리톱, 3-4-3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면면도 절반 이상 바뀌었다. 신 감독은 원톱 진성욱과 골키퍼 조현우를 포함, 6명의 선발 명단을 달리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북한의 스타일을 염두에 두고 결정한 전형과 배치로 읽혔다. 속도전에 능한 북한을 맞아 우리도 날래고 많이 뛰는 젊은 선수들을 대거 포진시켰는데,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이 젊은 선수들의 헌신적인 움직임이 대회 첫 승을 일궈냈다. 하지만 마냥 웃긴 힘든 결과다.

한국이 12일 오후 4시30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한과의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2차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후반 19분에 터진 상대 자책골이 우리에게 승점 3점을 가져다줬다.

신태용 감독은 1차전과 견줘 큰 변화를 택했다. 최전방은 진성욱을 꼭짓점으로 좌우에 김민우와 이재성이 배치됐다. 측면에서는 공수를 넘나드는 김민우가 전진배치된 것이 특징이다. 미드필더 진영은 정우영과 이창민이 중앙에, 김진수와 고요한이 좌우 윙백으로 포진했다. 권경원-장현수-정승현이 플랫3를 이루며 조현우 골키퍼가 장갑을 꼈다.

1988년생, 29세 고요한이 최고참이었다. 1994년생으로 23세인 정승현을 비롯해 베스트11 전원이 20대 초중반으로 꾸려진 것은 근래 보기 드문 일이었다.

색깔은 확실했다. 북한은 수비 시 확실하게 '두 줄 수비'를 세웠다. 자신들 위험지역 근처로 공이 접근하면 거의 8~9명이 박스 안으로 들어갔다. 그야말로 '밀집수비'였다. 예상됐던 일이고 그 단단한 틈을 뚫기 위해 신 감독은 많이 뛰고 빠르게 뛰는 젊은 선수들을 끌어 모았다.

마냥 공격만 염두에 두었던 것은 아니다. 일본전에서 상대의 날카로운 카운트어택 능력을 보았기에, 무리한 수준의 공격을 전개하진 않았다. 또 수비 시에는 좌우 윙백 김진수와 고요한이 빠르게 내려와 파이브백을 만들었다. 공수를 빠르게 넘나들면서 흔들고 또 지켜야했기에, 신 감독은 젊은 선수들로 이 전형을 택했다.

경기는 당연히 한국이 지배했다. 북한이 일본과 경기에 임했던 것을 지켜본 영향인지 수비 쪽에도 꽤 신경을 쓴 덕분에 크게 위험한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북한은 확실히 수비조직력은 단단했고 공들여 준비한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공격 쪽은 그리 세련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결국 관건은 우리가 북한의 마음먹은 밀집수비를 뚫어낼 수 있느냐는 여부였다.

전반 28분 스로인 상황에서 이재성의 헤딩패스를 이창민이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던 좋은 장면이 있었다. 전반 37분 고요한이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중앙에서 진성욱이 오른발 발리 슈팅으로도 연결했고 전반 42분에는 다소 먼 거리에서 이창민이 감아차기 슈팅을 시도했다. 조금씩 괜찮은 기회를 만들었으나 마지막 정확성이 떨어졌다.

12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대한민국과 북한의 축구경기에서 정우영이 볼 다툼을 하고 있다. 2017.12.1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후반전 시작과 함께 한국은 진성욱의 헤딩 슈팅, 이창민의 왼발 슈팅이 나오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후반 11분에는 김민우가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진성욱이 왼발 하프발리 슈팅으로 연결했는데, 왼쪽 골대에 맞았다. 계속해서 근접했는데, 결국에는 골이 나왔다.

후반 19분 김민우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날카로운 크로스가 박스 안으로 투입됐고, 이 공이 진성욱을 마크하던 북한 리용철의 발에 맞고 자책골로 연결됐다. 우리 선수의 득점은 아니었으나 김민우의 크로스, 진성욱의 몸싸움의 공도 간과할 수 없다.

대표팀은 이 득점과 함께 진성욱 대신 김신욱을, 이창민 대신 이명주를 투입했다. 진성욱과 이창민이 많이 뛰어줬고 이들 때문에 지친 상대에게 장신 김신욱과 '에너자이저' 이명주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것이 신 감독의 두 번째 시나리오였을 것이다.

상대를 지치게 한 뒤 엄청 높은 김신욱과 엄청 많이 뛰는 이명주로 하여금 '결정타'를 날린다는 복안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역시나 정교함이 부족했던 탓이다. 우리도 체력이 떨어진 후반에는 패스 미스도 잦았다. 김신욱을 향하는 패스 자체가 많이 나오지도 못했다. 외려 한국이 위험했던 장면도 있었다.

지도자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속도전, 체력전에 능한 상대에 맞서 젊은 선수들을 끌어 모아 함께 투쟁적인 축구를 펼쳐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마지막 정교함 부족은 우리에게 또 다른 숙제를 안겨줬다. 이렇게 많은 찬스를 잡고도 득점이 없다는 것은 아쉽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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