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의원들 현장 가봤나..사람 못구하고 범법자 될판"

안병준,이영욱 2017. 12. 1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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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노사정 타협안에서 주 8시간 특별연장근로 허용..이번 합의안에선 빠져 문제
"휴일근로할증 50% 안되면 사실상 문 닫으라는 이야기"

◆ 中企 인력대란 비상 / 中企단체장 긴급 기자회견 ◆

12일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맨 오른쪽)이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부회장단과 함께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중소기업계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빠듯한 인원으로 주야 2교대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뜩이나 채용공고를 내도 사람이 오지 않는데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무슨 수로 납기를 맞추겠습니까?"(반월공단 제조업체 A대표)

"사람을 뽑고 싶어도 누가 와야 뽑지요. 우리 같은 영세 기업은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그냥 책상에서 하는 말뿐이 안 돼요. 문 닫으라는 얘기죠."(인천의 금형업체 B대표)

30인 미만 영세 중소기업 사업장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을 곧바로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영세 사업장은 고령 근로자와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인데, 별다른 인력 수급 대책도 없이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필요 인력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12일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중소기업 단체장들이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 중인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낸 것은 이 같은 중소기업계가 처한 위기감 때문이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해 통상임금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그렇다 치더라도 중소기업계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절박감을 갖고 있다.

이날 중소기업계가 요구한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 대한 특별연장근로(1주 8시간) 허용과 휴일근로 가산수당 할증률의 현 수준(50%) 유지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수준이라는 게 업계 주장이다.

게다가 2015년 노사정 타협안에서는 사유와 절차, 상한을 설정해 주당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했다. 주문량이 증가하는 사유와 노사 대표 서면 합의 절차를 거쳐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타협안이었는데 정치권과 정부 안에는 이마저도 빠져 있다.

자동차·조선 등 대기업에 주물제품을 납품하는 D사 대표는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숙련공을 30% 더 뽑아 2교대에서 3교대 체제로 바꿔야 한다"며 "이게 단번에 되겠나.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중소 제조기업 하위 5%는 경쟁력을 잃고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중기업계는 호소문을 통해 "여야 간사가 합의한 대로 근로시간 단축 법안이 시행되면 많은 중소기업은 거래처에서 요구하는 납기를 맞추지 못해 그나마 가지고 있던 경쟁력을 상실하거나 초과 근무가 불가피해 범법 사업장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올해 고용노동부의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30인 미만 사업장의 부족 인력은 15만8269명으로 부족률이 3.2%에 달한다. 대기업에 해당하는 300인 이상(1.0%)과 중규모인 30~299인 (2.4%)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박성택 회장도 "여야가 합의한 대로 밀어붙이면 중소기업 중 영세 기업들은 망할 수밖에 없어 30인 미만 기업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영세 기업들에 대한 대책이 전무한 상황에서 이 법안이 진행된다면 정부에도 크게 부담이 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휴일근로 중복 할증에 대해서는 중소기업계와 노동계뿐만 아니라 정치권 내에서도 입장차가 뚜렷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 교섭단체 3당 간사는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지만 막판 휴일근로 가산수당 할증률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중소기업계는 국내 가산수당 할증률 50%는 이미 국제노동기구(ILO) 권고 기준인 25%의 두 배에 이르기 때문에 중복 할증은 부당하며, 현행대로 50%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휴일근로는 연장근로(50%)이면서 휴일근로(50%)이기 때문에 수당을 100% 할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약 올해 안에 근로시간 단축 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내년 1월 공개변론이 예정돼 있는 대법원의 '휴일근무' 소송 결과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 회장은 정치권이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크게 아쉬워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에게 중소기업 현장에 나가자고 많이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환노위에 중소기업 출신 의원은 배정되지 못하는 데다 운동권과 노동계 출신 인사가 많아 기업 입장을 대변할 사람들이 없다"고 성토했다.

이날 중기중앙회가 발표한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중소기업 의견조사'에서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해달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많았다.

근로시간 단축을 법제화할 경우 필요한 제도 개선 사항에 대한 질문에 46.7%가 '노사 합의 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해달라'고 응답했으며,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등 유연근무제 실시 요건 완화'(34.3%), '연장근로수당 등 가산임금 할증률 25%로 하향 조정'(32.7%) 등이 뒤를 이었다.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산입 법 개정에 대한 의견도 '기업 여건에 따라 자율 시행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38.7%로 가장 많았으며 '규모에 따른 유예기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24.0%), '근로시간 단축 충격 완화 방안 마련 선결'(23.3%) 순으로 나왔다.

[안병준 기자 /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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