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자·IT 흐름 바뀐다"⋯수장 교체한 삼성, 글로벌 전략회의 돌입

박성우 기자 2017. 12. 12. 16: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005930)가 13일부터 소비자가전(CE)·모바일(IM)·반도체(DS) 등 핵심 사업 부문별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한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해외 법인장과 각 사업본부의 핵심 임원 등 400~500여명을 한국으로 소집해 반기 성과를 확인하고 향후 전략을 토의하는 자리다.

(왼쪽부터) 김기남 DS 부문장, 김현석 CE 부문장, 고동진 IM 부문장 /조선DB

12월 글로벌 전략 회의에서는 보통 차기 연도 사업 계획을 확정짓고 핵심 목표를 공유한다. 올해 전략 회의는 삼성전자 3대 사업부문 수장들이 한꺼번에 교체된 직후 열려 삼성전자 안팎에서 관심이 높다.

삼성전자 CE와 IM(TV·생활가전, 스마트폰 사업)부문은 13~15일 수원 본사에서, DS(반도체·디스플레이)는 18~ 20일 기흥·화성 단지에서 전략 회의를 진행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업부문별로 안건에 대해한 보고는 끝난 상태"라며 “전략회의 시작 전에 인사말을 통해 부문장으로 취임한 데 대한 소감 등을 간략히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IM사업부 “바쁘다 바뻐"...애플 견제⋅점유율 확보⋅빅스비2.0

스마트폰을 총괄하는 IM 사업부가 직면한 과제는 아이폰X 견제, 미국⋅중국⋅인도 시장 점유율 회복, 빅스비 경쟁력 확보 등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9으로 추정되는 이미지 /벤자민 게스킨 트위터 캡처

최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가 발표한 10월 스마트폰 판매량 순위 톱10에서 아이폰8이 4.6%, 아이폰8+가 4%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갤럭시노트8(2.4%), 갤럭시S8 플러스(1.5%)가 이었다. 11월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X도 1149달러(약 125만원)라는 비싼 가격에도 인기를 끌면서 삼성전자 IM사업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북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분기에는 1위, 3분기에는 애플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4분기에도 삼성전자는 북미 시장 1위 자리를 놓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9 성공을 위해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갤럭시S9은 퀄컴의 스냅드래곤845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램(RAM) 6기가바이트(GB)를 탑재할 것이 유력하다. 갤럭시S9의 화면 크기는 5.8인치, S9 플러스가 6.2인치로 알려졌다. 갤럭시S9은 전작인 갤럭시S8보다 베젤이 더 줄어들어 화면 대 몸체 비율이 89%에서 최대 90%에 이를 전망이다.

중국,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의 점유율 회복도 중요한 과제다. 한때 삼성전자가 1위를 차지했던 중국 시장은 중국 업체들의 무대가 됐다. 지난 3분기 중국 시장에서 중국 제조사가 만든 스마트폰의 합산 점유율은 70%에 달했다. 애플도 점유율 10%로 체면을 구겼고 삼성전자는 유통망이 무너진 탓에 이름도 내밀지도 못했다.

인도 시장에서도 중국 스마트폰이 초강세다. 지난 3분기 인도 시장 내 중국 스마트폰 점유율은 50%를 넘었다.

빅스비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

루샤브 도시(Rushabh Doshi) 카날리스 연구원은 “샤오미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저가 시장을 집중적으로 파고든 데 이어 최근엔 삼성전자의 주력 분야인 중고가 시장에도 도전하고 있다"며 “내년 1분기에는 샤오미가 삼성전자를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략 회의에서는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 ‘빅스비'의 업그레이드 방향과 전략에 관한 주요 의사 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빅스비 소프트웨어개발자도구(SDK) 공개를 통해 빅스비 생태계를 구축하고 스마트폰과 가전을 통합운영하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삼성 프리미엄 흔들린다”…시험대 오른 삼성의 TV 시장 전략은

세계 TV 시장에서 11년 연속으로 점유율 1위를 기록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도 여러 위기를 맞고 있다. 삼성전자 TV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높지만, 프리미엄 TV 부문에서는 LG전자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에 밀리고 저가에서는 중화권 기업과의 경쟁 심화로 수익이 줄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LG전자는 지난해 13% 수준의 점유율을 급격히 끌어올려 올해 40~50%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수년간 LG전자가 밀어붙여온 OLED TV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QLED TV를 내세운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이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 행사에서 QLED TV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 내부에서도 TV 시장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TV 전문가인 김현석 CE 부문장이 글로벌 전략 회의에서도 이 점을 집중적으로 거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TV·가전 사업과 스마트폰의 시너지를 본격화하기 위한 대대적인 전략 수립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삼성전자는 완제품의 선행연구소를 담당하는 CE의 DMC연구소와 모바일 운용체계(OS)와 소프트웨어를 집중 연구하는 IT·모바일(IM) 부문 산하의 SW센터를 통합해 ‘삼성 리서치’로 확대 재편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전 CE 부문장인 윤부근 부회장은 오는 2020년까지 모든 가전 제품을 IoT로 연결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며 "김현석 CE 부문 사장이 삼성리서치 수장을 맡은 것은 이런 비전을 실행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현석 사장은 평소에도 TV 등을 비롯한 가전 제품이 IoT의 허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모바일, 가전 제품 융합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축제 분위기에 나타난 위기 징조...김기남 DS 사장 리더십에 쏠린 눈

올해 기록적인 상승폭을 기록한 메모리 반도체 가격 덕에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실적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내년에도 우호적인 시장 상황이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일부 시장조사업체들은 내년 상반기 중에 D램, 낸드플래시 등 삼성의 주요 매출 품목의 가격 하락세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글로벌 전략회의에서도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대한 전망이 주된 화두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이 생산된 웨이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권오현 회장이 DS부문에서 물러난 이후 김기남 사장 체제에 접어든 삼성 반도체가 처음으로 갖는 글로벌 전략회의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삼성 관계자는 “권오현 회장과 김기남 사장은 완전히 다른 리더십을 갖고 있다”며 “김기남 사장은 삼성전자가 비교적 취약한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영역에서 헌신적인 연구개발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설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 수립도 관심사다. 앞서 삼성전자는 최대의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는 평택 반도체 공장 2층에 D램 생산 설비 투입을 결정했고, 화성캠퍼스에도 신공장 설립을 본격화했다. 해외 공장 최대의 거점인 중국 시안 공장 역시 3D 낸드 양산 확대를 위해 2단계 투자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