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건설현장 임금체불 막는다.. 발주자 직접 지급제 시행

이진철 2017. 12. 1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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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대책' 확정
임금보장 강화로 실질소득 향상.. 청년층 유입 기대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인천시 상가 신축 하도급 공사를 진행한 A건설사는 얼마 전 근로자 100여명의 임금을 체불하고 잠적했다. 그러나 원도급사는 건설근로자의 집단 항의에도 이미 하도급사에 대금을 모두 지급한 상태라며 뒷짐을 지고 있다. 임금을 떼인 일용직 근로자 B씨는 “가족 생계는 물론 가정 파탄 직전에 놓였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임금 체불은 건설근로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고질적인 병폐이지만 정부의 제도 개선과 단속 강화에도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는 ‘발주처-원도급사-하도급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건설 생산 구조의 특성상 부도·파산, 공사대금 수취 후 고의 잠적 등으로 체불이 발생해도 근로자의 임금 보전을 위한 사후 구제장치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임금 체불이 반복되고 각종 사회복지제도에서도 소외되면서 청년층은 취업을 기피하고 이는 결국 숙련인력 구인난과 건설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2016년 기준 40대 이상 건설인력 비중은 84%로 전 산업 평균(63%)를 크게 넘어섰다.

12일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 대책’은 건설근로자의 임금 보장 강화와 실질소득 향상을 통해 인력기반을 확충하고 낮은 생산성을 개선하는 게 핵심이다.

◇ 체불 발생 시 보증기관이 대신 지급…적정임금제 도입

정부는 먼저 임금 체불 예방을 위해 발주자가 임금과 하도급대금 등을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전자적 대금 지급시스템’을 공공공사에 전면 확대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산하기관 공사의 대금 지급시스템에 전면 적용하고, 내년까지 전체 공공공사에 시스템 사용이 의무화될 수 있도록 전자조달법 및 건설산업기본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민간 공사는 체불 방지 기능을 탑재한 유사시스템을 활용하는 기업에 대해 상호협력평가 우대 등 입찰가점을 부여해 사용을 장려한다는 방침이다.

체불 피해 근로자를 보호하고 사후 구제를 위해 건설공제조합 등 보증기관이 최대 1000만원까지 체불 임금을 대신 지급하는 임금지급보증제는 내년 건설근로자법 개정을 통해 도입할 계획이다.

‘원도급사-하도급사-십·반장’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건설 채용구조를 악용한 임금 삭감 등 십·반장의 중간 착취를 막을 수 있는 적정임금제 도입도 추진된다. 적정임금제는 다단계 도급과정에서 근로자의 임금이 삭감되지 않고 발주자가 책정한 인건비 이상을 건설사가 의무 지급도록 강제하는 제도로 미국 등에서 시행 중이다. 국토부는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산하기관 주관으로 매년 10개 안팎 현장에 대해 2년간 시범사업을 시행한 후 성과평가를 거쳐 2020년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 1인 건설기계 사업자 퇴직공제 가입…노후 보장 배려

건설근로자의 국민연금·건강보험 가입 대상은 현행 20일 근무에서 내년 말부터 8일 이상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그에 따른 후속 조치로 공사비 반영요율 인상, 민간 공사 납부확인제 도입 등을 통해 가입률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굴삭기와 크레인 등 공사 현장에서 직접 건설기계를 운전하는 1인 사업자의 보호 장치도 마련된다. 노후 보장을 위해 건설근로자 퇴직공제 당연가입 특례를 허용하고, 임대료 체불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대여대금 보증 미가입 건설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체불대금 지연 이자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건설근로자가 경력 축적 등에 따라 임금 수준 향상, 정규직 채용 등을 보상받을 수 있는 건설기능인 등급제 도입도 추진된다. 건설 현장에는 전자카드, 지문인식 등 전자적 근무관리시스템을 도입해 근로자의 경력 관리를 체계화하고 사회보험 가입 누락 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정규직 채용 규모를 늘리는 고용 우수 건설업체에 대해서는 시공능력평가 가산 등 인센티브도 도입하기로 했다.

김영한 국토부 건설정책과장은 “건설산업의 근간인 건설근로자가 전문성에 걸맞은 공정하고 정당한 대우를 받을 때 공사 품질이 높아지고 건설산업 생산 기반도 튼튼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철 (che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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