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취재파일] "법인세 인상과 기업탈출" 진실과 거짓 사이

고철종 기자 입력 2017.12.12. 13:12 수정 2017.12.1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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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소득세, 부가세 등 다른 세원확대도 불가피


● 정치적으로 부담 적은 법인세가 '만만' 

최근 내년도 세법개정안이 통과됐다. 그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은 부분은 법인세 인상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친기업적이던 MB 정권 때 25%에서 22%로 내렸다가 이번에 다시 25%로 복원됐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이 법인세를 추세적으로 내리는 와중에 법인세 인상이 단행되면서 그 파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세금을 늘리는 것은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인들은 합리성 여부를 떠나 표심을 자극하지 않을 방도를 찾게 된다. 결국, 개인에 대한 소득세보다는 기업에 부과되는 법인세가 희생양이 될 때가 많다.

법인세 인상에 대한 논란이 커진 건, 행여 기업의 부담증가로 경영활동이 위축돼 우리 경제의 가장 큰 화두인 일자리가 더 타격을 받지 않을까, 국내외 자본의 유출과 공장의 해외 이전이 가속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특히 현 정권이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축소 등 기업보다는 친노조 성향의 정책을 펼치는 와중에 법인세 인상 조치까지 단행되면서 기업들의 속앓이는 더 클 수밖에 없다. 다만 예전과 다른 부분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최순실 사태와 같은 전례 없는 대사건에 재계가 함께 엮여, 전경련과 상공회의소 등의 경제단체들이 힘을 잃으면서 체계적이고 공개적인 반발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 법인세 논란의 근거는 세계화, 싼 세금 찾아 기업 유랑

그렇다면 야당과 재계의 주장처럼 법인세를 인상하면 즉각적으로 자본의 해외 유출이 일어나고, 우리 공장이 해외로 탈출하며 외국기업이 우리 시장을 외면할까.

법인세는 세목 가운데 소득세, 부가가치세와 더불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직접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전체 세금의 23%로, 소득세 30%, 간접세인 부가가치세 27%에 이어 3대 축을 형성한다. 

복지재정이 해마다 늘어나는 와중에 이 세 축 가운데 하나를 줄이면 다른 쪽을 더 늘려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 하지만 소득세는 조세반발이 가장 크고 표심과 직결되기에 정치권이 맘 놓고 올릴 수가 없다. 다만, 균형을 맞춘다는 차원에서 얼마 전 초고소득자 세율의 추가 인상으로 정리한 바 있다.

법인세 논란의 근거에는 세계화가 자리 잡고 있다. 전 세계가 유기적인 관계로 묶이고 자본의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기업들이 세금 싼 곳으로 유랑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법인세를 적게 매기는 곳으로 서슴없이 공장과 본사를 옮긴다는 전제에서 법인세 인상 논란이 시작된다.

다시 말해 법인세 인상으로 국내 기업이 탈출하고 외국기업이 들어오지 않아, 일자리가 사라지고 오히려 총량적으로 걷히는 법인세가 줄어들면, 결국 국가입장에선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올려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는 게, 법인세 인상 반대론자들의 논리다.

역으로 법인세를 내리면 기업경영이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늘어나 근로자들이 내는 소득세가 늘어날 것이며, 동시에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국내에 공장을 짓고 본사를 들여오면서 법인세 자체의 총량도 늘어날 거란 이야기다.

● 법인세 등락과 자본이동의 상관관계 여전히 불확실 

과연 그럴까. OECD와 국내외 경제학자들의 조사를 보면, 법인세 인상과 자본 및 기업 탈출의 비례관계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기본적인 연구 자료가 부족한데다, 데이터의 적용방식에 따라 각기 다른 결론이 나와 혼란을 주기도 한다.

어쨌든 기왕의 자료를 갖고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본격화됐던 90년대 중반 이후 2008년까지를 살펴보면, 규모가 작은 국가인 스웨덴의 경우 법인세를 내렸을 때, 해외자본이 급속하게 유입되면서 세수 총량이 늘어나 복지국가 건설에 도움이 됐다.
 
이렇게만 된다면 법인세 인하가 답이다. 하지만 법인세를 낮췄을 때, 미국과 덴마크의 GDP는 오히려 감소한 걸로 나타났다. 당연히 전체 세수 또한 감소했다. 유추하건대 법인세를 내렸지만 기업경영이 활성화되지 않았고, 기대했던 만큼 외자 유치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법인세 인하가 단행된 모든 연구대상 국가에서 근로자에 대한 소득세는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에서 거둘 세금을 줄인 만큼, 근로자들에게서 더 걷어 복지재정을 충당한 셈이다.
  
결국, 법인세를 내리거나 올린다고 기업들이 즉각적이며 일정한 방향성을 갖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국가별 규모와 특성, 경기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향으로 반응한다는 이야기다. 자본은 세금만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 노동환경이 얼마나 친기업적인지, 시장규모가 충분히 커서 큰 공장을 지어도 수지타산이 맞는지, 정치적으로 안정된 곳인지와 같은 여러 가지 다른 고려요소가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온갖 차별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공장을 짓는 것은 법인세를 우대해줘서가 아니라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환경이 열악하다 하지만 국내에 외국 부품업체의 투자가 활발한 것은 우리 전자와 자동차 산업이 그만큼 발달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법인세가 거의 없거나 한자릿수에 불과한 바레인이나 사우디아라비아에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부진한 것은 세금 외에 다른 요인들이 부족해서다.

이런 가운데 법인세 인하가 글로벌 기업들의 배만 불리고 세계인들의 복지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의 법인세 유랑으로 줄어든 법인세가 전 세계적으로 2천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자 G20과 OECD 등은 조세회피를 위해 전 세계를 부유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행태를 막아야겠다며 공동 선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 규제개선, 공평하고 넓은 세원관리가 복지재정의 필수 

결국, 국내외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고 그를 통해 법인세와 소득세를 많이 걷길 원한다면 합리적인 세제와 함께 노동환경과 기업규제를 개선하고 정치인들이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도모해야 한다.
 
공평한 과세도 필수다. 재벌기업들은 그동안 명목상으론 높은 세율을 적용받았지만, 각종 감면혜택으로 중소기업보다도 낮은 세율의 혜택을 보면서도, 고용창출 등의 사회적 책임을 충분히 하지 않은 걸 부인할 수 없다. 반대로 고용의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역차별을 받아온 셈이다.

복지 재원마련은 법인세 인상만으로 도달할 수 없다는 것도 명백히 각인할 부분이다. 많은 선진 국가들은 복지재원 확대를 위해 소득세 같은 직접세와 부가가치세 같은 간접세를 모두 확대했다. 특히 소득세는 고소득자에 대한 부담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도 적더라도 세금을 내도록 하고 나중에 복지혜택을 더 주는 게 과세의 취지에 맞다.

지금처럼 세금을 한 푼도 안 내는 면세자 비율이 전체 근로자의 절반 가까이에 이르는 상황에서 고소득자만 다그치는 것은 조세형평에 맞지 않다. 세원을 넓게 관리하는 것은 포퓰리즘을 넘어서는 길이기도 하다.   

고철종 기자sbskcj@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