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일 수면칼럼 –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 온다, 상관없다?

2017. 12. 1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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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비오는 날 창가에 앉아 마시는 커피는 따뜻함과 여유로움을 갖다 준다. 어느 동네를 가든 이곳저곳에 근사한 카페가 있다. 예전에 유럽 출장이나 가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우리나라 커피 소비량은 연간 400잔을 훌쩍 넘어섰다. 라이프 스타일과 습관적 소비, 커피전문점의 공간 활용도 증가 등으로 증가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출근해서 한 잔, 점심 후 동료와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한다. 테이크아웃해서 손에 들고 다니면서 커피 마시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하루 평균 3~4잔은 마신다는 통계치다.

커피가 집중도를 올리는데 좋다. 혈액을 타고 뇌로 전달 각성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커피를 마신 후 잠을 못 이뤘다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잠들기 직전 커피를 마셔도 수면에 전혀 지장 없이 잘 잔다는 사람이 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원인은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이었다. 직장 동료 중 유독 내가 심했다. 몇 번을 고생하고 나서 깨닫게 된 사실은 커피에 반응하는 민감도가 각자 다름을 알게 됐다. 누군 밤에 마시고 잠 잘 자는데 나는 왜 이러지 궁금증은 수면사업을 통해 공부하면서 풀렸다.

사람마다 유전적으로 카페인 민감도가 달랐다. 커피 한잔에도 신경과민, 심장 박동수 증가, 불면증 등이 생길 수 있다. 커피를 마시면 가슴이 두근거려 불안하다는 지인이 있다. 과민하게 반응하는 체질은 마신다고 해서 민감도가 낮아지지 않기 때문에 카페인 식품을 피하는 게 좋다.

커피를 마시면 각성작용이 개인별로 차이가 난다. 카페인 섭취 후 2시간 반이면 대사 시켜 체외로 빠져나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길게 가는 사람은 11시간까지 카페인 대사 속도가 매우 느린 사람이 있다. 이런 이유로 커피를 마셨을 때 잠드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카페인 대사 속도가 어는 정도인지 민감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커피를 마시면 건강과 수면에 굉장한 도움이 된다.

카페인 유전자나 대사 속도와 상관없이 불면증에 고생하는 사람은 카페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경우 커피를 아예 마시지 않는 게 불면증 치료 플러스 작용을 한다.

주변에 밤 늦게 커피를 마셔도 잠자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는 사람이 있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카페인 150mg정도 각성제(중추신경자극제)가 들어있는데도 말이다. 평소 잠을 어떻게 자고, 만족도에 대한 얘기를 하다 보면 만성수면부족인 경우가 많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늘 몸이 무겁고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고 한다. 잠의 질이 좋지 않았는데 본인이 모르고 있었다.

미국에서 카페인을 투여하고 잠을 자게 한 뒤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가 있었다. 섭취 6시간이 지난 후 잠을 잔 사람 모두가 ‘잘 잘다’고 했지만, 수면의 질은 8.7% 떨어지고 수면 양이 평균 8분이 줄었다. 3시간 전 섭취하면 27분이 짧아졌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픽사베이

커피와 상관없이 잘 잔다는 사람을 대상으로 수면의 질에 대한 국내 연구결과가 있다. 분석결과 입면시간 즉, 잠들기까지 2배 늦어졌고, 수면무호흡, 뒤척임 등이 4배 증가하면서 수면의 질이 20% 정도 떨어진 것으로 나왔다. 무엇보다 얕은 잠에 머물게 해 깊은 잠을 방해했다. 본인이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필자는 초저녁에 마신 커피로 밤을 꼬박 세운 경험이 여러 차례 있었다. 그 여파로 며칠씩 고생했다. 낮에는 극심한 피로감으로 힘들었고 밤에는 지친 나머지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그렇게 2~3일 지나면 다시 정상적인 수면패턴으로 돌아오곤 했다.

카페인 대사속도와 민감도를 알고부터 오후 6시, 초저녁 무렵에는 커피를 마시는 않고 있다. 질 높은 수면을 위해 자신의 카페인에 반응하는 속도와 민감도를 체크해 보자, 밤에 마시는 커피는 완전한 아침을 맞이하는데 방해꾼이다.

커피가 데려오는 여유로움은 포기할 수 없다. 질 좋은 잠을 확보하는 적합한 수면습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 은은한 커피 향과 맛을 오랫동안 즐기고 싶다면 말이다.

[황병일 미라클수면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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