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에 등장한 '온기텐트'.. '그늘막'에 이은 히트 예감
임선영 2017. 12. 12. 11:12
추위 막아 줄 '비닐 텐트' 등장
버스 기다리는 5~10분 몸 녹여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내려간 12일 오전, 서울 성동구청 앞 버스정류장에서는 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이 ‘비닐 텐트’ 안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버스를 기다리는 5~10분 동안 이 텐트 안에서 몸을 녹였다. 주민 박모(40)씨는 “구청이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 정말 고맙고 세상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비닐 텐트’는 지난 여름의 ‘그늘막’에 이은 ‘히트 행정’이 될 전망이다. 서울에만 23개 자치구에서 808개의 그늘막이 설치됐다.
서울 관악구의 버스정류장에도 12일에 ‘비닐 텐트’가 등장했다. 텐트의 이름은 ‘동장군 대피소’다. 관악구청은 이날 서울대입구역·신림역·관악우체국앞 등의 버스정류장 8곳에 이 텐트를 설치했다. 13일에 24곳에 추가한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2014년부터 해마다 겨울에 설치해왔다”고 설명했다.
버스 기다리는 5~10분 몸 녹여
박씨 짐작대로 성동구청이 만든 이 ‘비닐 텐트’에는 세상에 ‘온기(溫氣)’를 전한다는 의미로 ‘온기누리소’란 이름이 붙었다. 서울숲·한양대역·상왕십리역·신금호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17곳의 버스정류장에 이미 설치됐고 이번 주 안으로 11곳에 추가로 생긴다. 4.5㎡(1.3평) 크기인 텐트 한 개의 제작·설치 비용은 198만원이다. 성인 15명이 동시에 머물 수 있다. 눈에 잘 띄는 노란색의 지붕에는 ‘추위를 잠시 피해 가세요’란 문구가 쓰여있다.
성동구청에 따르면 ‘비닐 텐트’ 설치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아이디어다. 정 구청장은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꽁꽁 싸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름에 텐트로 땡볕을 가렸다면, 이번 겨울엔 텐트로 바람을 막아 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성동구 주민 양수진(32)씨는 온기누리소에 대해 “버스를 기다리면서 건물 안에 들어가 있으면 눈치가 보였고, 버스를 놓칠까봐 불안도 했다. 버스 이용객들이 당당하게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이 생겨서 반갑다”고 말했다. 대학생 장민식(23)씨는 “텐트 안에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모여 있는 소소한 재미도 있는 것 같다”면서 웃었다.
성동구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한 온라인 카페에도 이 ‘온기누리소’를 칭찬하는 댓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부모님이 버스 많이 타고 다니시는데 여러 곳에 많이 생기면 좋겠다’ ‘여름철 그늘막이 여러 곳에 생긴 것처럼 이 텐트도 서울 전역에 생길 것 같다’ ‘횡단보도 앞 천막에 이어 이런 비닐하우스가 생기다니. 겨울 칼바람 맞기 힘들었는데 다른 곳에도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내용이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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