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신·변종 바이러스③]1인1병실 사우디 메르스 확산 막았다

서소정 2017. 12. 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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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종 바이러스 대응시스템 이대로 괜찮은가③
병원 내 감염보다 1인실이 비용절감
손씻기·마스크 착용 등 예방수칙
병원직원 PC스크린 세이버에 수시로 떠

분당서울대병원 컨소시엄, 사우디에 의료정보시스템 구축
입원부터 퇴원까지 전산화 추적 예방

중동 허브 두바이도 성지순례기간 관리감독 강화
음·양압격리병실 등 아낌없는 시설투자

'킹 압둘라지즈 메디컬시티 리야드(KAMC-R)' 병원에서 만난 왈리드 알 바흐리 매니저가 감염대응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ㆍ두바이(UAE)=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이 병원의 병실 대부분이 1인실입니다. 면역체계가 약한 아이들은 원내감염에 쉽게 노출될 수 있어 1인실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 위치한 국가방위부 산하 킹 압둘라지즈 메디컬시티 리야드(KAMC-R) 병원. 왈리드 알 바흐리 매니저는 "1인실 운영비용이 많이 들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병원내 감염 위험을 생각하면 1인실을 운영하는 게 비용적으로 유리하다"는 답을 내놨다.

KAMC-R은 병상수가 1500개에 이르는 사우디 빅5 병원중 하나다. 중동 최대 규모의 응급ㆍ외상 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사우디 최고 의료기관이란 명성만큼이나 철저한 감염병 관리 체계가 가동되고 있었다.

병원 곳곳에 부착된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 예방 수칙 포스터

이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눈에 띈 것은 병원 곳곳에 붙여진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MERS-CoV) 주의 문구였다. 올바른 손씻기 방법을 비롯해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 예방수칙이 적혀 있었다. 모든 PC 화면보호기(스크린 세이버)에는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한 수칙과 의심환자 발생시 행동준칙 등이 주기적으로 떴다. 이 병원 한나 H. 발크흐 감염 예방 통제 감독관은 "환자와 환자, 환자와 의료진, 환자와 방문객 사이 감염을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르스 발원지 사우디, 공포는 현재진행형 =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는 2015년 한국을 강타한 메르스 원인 바이러스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ㆍ요르단ㆍ카타르 등 중동 지역에서 유행하다 2015년 5월 우리나라로 넘어와 100명 넘게 감염자를 발생시키며 전 국민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최초 발병후 5년이 지난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상황은 어떨까. 사우디아라비아 보건부(MOH)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달까지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는 총 1622명이며, 이 중 703명이 사망했다. 사우디 보건부는 확진 환자 발생시 홈페이지에 실시간으로 공개한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감염병 확산을 막겠다는 취지다.

현지 병원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최근 5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병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감염병 예방 체계가 강화됐다. 왈리드 알 바흐리 매니저는 "환자와 의료진 간 감염을 막는 프로토콜을 마련해 모두가 숙지할 수 있도록 정보를 상시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AMC-R 병원에서 만난 한 간호사는 목에 걸고있는 표를 기자에게 보여줬다. 표에는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체크항목과 메르스 진단을 위한 연령별 대처방법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간호사들은 이 표를 항시 목에 걸고 다니면서 환자가 발생하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KAMC-R은 감염병 예방 관리를 위해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도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해 SK텔레콤, 이지케어텍 3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 병원에 의료정보시스템 '베스트케어 2.0' 구축을 완료하고 운영을 시작했다. 압둘라지즈 알 로마이 CIO는 "베스트케어 도입 후 환자 입원부터 퇴원까지 추적하고 전산화해 빠른 대응이 가능해졌다"면서 "특히 각 지역에 흩어져있는 환자에 대한 정보를 한 번에 조회하고 통합할 수 있어 감염병 관리는 물론 전체적인 환자 관리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의 허브 두바이, 감염관리체계 강화 = 사우디아라비아의 옆에 위치한 UAE 두바이도 메르스 등 신종 감염병 관리에 적극 나선 모습이다. 두바이는 중동의 허브로 아프리카ㆍ인도인들이 경유해가는 도시라,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ㆍ에볼라 바이러스 등 확산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특히 성지순례 기간이 되면 관리감독은 더욱 엄격해진다. 기자는 두바이 공항에서 50분 거리에 있는 246개 병상 규모의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을 찾았다. UAE 대통령이 설립한 이 병원은 현재 서울대병원이 위탁운영하고 있으며 한국 의료진 180여명을 비롯해 UAEㆍ필리핀ㆍ요르단ㆍ인도 등 29개 국적 800여명 직원이 일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위탁운영하고 있는 UAE 두바이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의 장지민 부원장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장지민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 부원장은 "우리나라보다 감염병 예방시스템에 대한 관리감독이 엄격한데, 지침을 지키지 않을 경우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장 부원장은 셰이크 칼리파 병원에 처음 왔을 때를 회상했다. "전체 4병동이 있는데 각 층마다 음압격리병실과 양압격리병실이 총 8개 갖춰져 있다"며 "처음에는 병원 규모에 맞지 않게 음압ㆍ양압격리실이 지나치게 많다라고 생각했을 정도"라고 했다. 셰이크 칼리파 병원에는 메르스 환자가 아직 발생한 적이 없지만 관련 시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감염병 예방도 국가와 병원의 '철학'이 중요하다는 게 장 부원장의 진단이다. 그는 "감염병 예방을 위한 프로토콜과 과학적 근거들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안"이라며 "다만 이를 철저하게 지키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킹 압둘라지즈 메디컬시티 리야드(KAMC-R)' 병원의 음압격리실

◆메르스 오명국 부른 원내 감염관리체계 부재 = 의료시스템 측면에서 선진국인 우리나라가 메르스 유행국이란 오명을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현지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한결 같이 "감염병 관리에 대한 인식 부재와 원내 관리체계 부족"을 꼽았다. 우선 다인병실의 점유율이 높아 감염병 확산에 취약한 데다, 필수시설인 음압격리병실 등이 비용 문제로 뒷전에 밀리면서 메르스 대유행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메르스 사태 후 우리 정부는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음압격리병실 설치와 입원실ㆍ중환자실 면적 확대 등에 나섰지만 일반병원과 요양병원 등은 실태파악조차 되지 않는 곳이 많다. 음압격리병실을 보유하지 않은 기관이 태반일 뿐더러 기존 음압격리병실을 보유한 의료기관이라 하더라고 상향된 기준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재현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 감염내과 의사는 "메르스 사태 2년이 지나 정부 당국이 개선에 나섰지만 여전히 다인실 병실문화 등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면서 "신종 감염병 뿐만 아니라 최근 문제로 떠오른 슈퍼박테리아(다제내성균) 역시 기본적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ㆍ두바이(UAE)=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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