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러다 얼어죽겠다" 난방용 원자로 도입 착수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2017. 12. 1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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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구구 脫석탄에 난방 대란.. '옌룽' 개발해 위기 돌파 나서
방사성 물질, 기존 원전 2% 불과.. 20만 가구에 난방 공급 가능

스모그를 줄이겠다며 석탄 난방을 대대적으로 철거했다가 북부 지역 난방 대란을 초래한 중국 정부가 난방용 원자로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11일 중국망 등에 따르면, 중국 핵공업그룹(CNNC·중핵그룹)은 지난달 28일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석탄 난방을 대체할 수 있는 수조식 저온 열공급 원자로 '옌룽(燕龍·모델명 DHR-400)'을 연구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옌룽은 전력 생산이 주목적인 기존 원자로와 달리 난방만을 위한 첫 원자로다. 옌룽은 100도 미만의 저온 핵반응 경수원자로로, 1기당 400메가와트(㎿) 규모의 열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중핵그룹 측은 "200만㎡ 면적, 20만 가구에 난방을 공급할 수 있으며 매년 32만t의 석탄을 대체하고 3200t의 매연·분진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중핵그룹은 3년 전부터 산하 연구소와 공공기관에 이 원자로를 이용해 난방용 에너지를 공급해왔다. 중핵그룹은 이를 통해 안정적인 난방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옌룽은 필요로 하는 방사성 물질이 기존 원전의 2%에 불과하다는 게 장점이다. 이미 깔려 있는 난방 네트워크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미국 CNBC는 "원전을 이용한 전기보일러 난방 공급은 해외에서는 일반화돼 있지만 중국에서는 낯선 개념"이라고 했다. 석탄이 풍부한 중국에선 내륙의 석탄 산지와 거리가 먼 해안 지역에만 원전이 집중돼 있을 뿐 내륙지방은 석탄을 발전과 난방의 주 연료로 이용해 왔다. 특히 중국 내륙은 냉각수가 부족하고, 방사능 유출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가 커 원전이 들어서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북부 28개 도시에서 석탄 보일러를 대대적으로 철거하고 이를 가스 보일러로 바꾸는 작업을 강제로 추진했다가 올겨울 이 지역에서 가스 공급 부족으로 인한 난방 대란이 일어나면서 난방용 원자로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가스 대란은 스모그로 악명이 높았던 허베이·산시(陝西)·산둥(山東)성과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등 중국 북부 지역을 강타하고 있다. 석탄 산지나 오염 공장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이 지역에선 학교에 난방이 끊겨 학생들이 아예 추운 교실을 나와 햇볕이 드는 운동장에서 공부하고 대형병원이 입원한 환자들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일반 가정도 가스 공급이 제한돼 주민들이 냉골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은 준비 없는 탈(脫)석탄 정책이 주요인이다. 중국 정부는 대기오염방지행동계획(2013~2017년)에 따라 소형 석탄 보일러를 전면 개조하도록 각 지방정부에 지시했다. 올해는 이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이다. 허베이성 등 수도권 지방 정부들은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 300만 가구의 석탄 보일러를 가스 보일러로 바꾸는 대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들 지역으로 가는 가스 파이프라인을 확충하거나 가스 비축량을 늘리는 등의 대비책은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 일부 지역에선 석탄 보일러를 강제로 철거했지만 정작 가스 난방 시설은 설치가 안 돼 난방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도 벌어졌다.

중국 내륙에서 원전 난방이 현실화되려면 중국 북부에 사는 5억~6억 인구에 원자로의 안전성을 납득시켜야 하는 난제가 남아 있다. 경제적 타당성도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 난방용 원자로를 하나 지을 때마다 환경영향평가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당장 착공해도 5년 뒤쯤 완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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