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해직자 '가족'들이 말하는 복직 소감 "올 날이 왔다"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2017. 12. 1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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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언론노조 MBC본부 복직 환영행사 '어서와, 복직은 처음이지?'
11일 오후 열린 기념행사 '어서와, 복직은 처음이지?'에 5년 만에 복직한 MBC 해직자들의 가족이 나와 있는 모습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페이스북 라이브 캡처)
"아빠가 해고됐을 때도 사실 안 울었는데 이런 자리에서 울게 되니까 약간 기분이 이상하네요."

2105일(이용마), 2076일(강지웅·정영하), 2019일(박성호), 1998일(박성제·최승호). 지난 2012년 170일 파업 도중 해고된 이들이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오랫동안 MBC의 구성원으로서의 위치를 떠나 있던 해직자들만큼 마음을 썼을 해직자의 가족들은, '5년 만의 복직'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는 11일 오후 5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1층 로비에서 MBC 해직자들의 복귀를 축하하는 행사 '어서와, 복직은 처음이지?'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긴 시간을 함께 견뎌왔던 이들의 가족들이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암 투병 중인 이용마 기자와 가족들은 영상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최승호 MBC 신임 사장의 아내는 해직PD에서 사장으로 입장이 하루아침에 달라진 기분을 묻는 질문에 "부담스럽다"며 "계속 최승호 PD인데 사장 역할을 잠시 맡아서 한다고 생각한다.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영하 전 MBC본부장의 아내는 "같이 있는 것 외에는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었고, 본인 스스로가 너무 잘 버텨서 가족들도 견뎠던 것 같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이어, "(이런 날이) 늦게 온 거지 오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가족들은 덤덤했다. '이제 되는구나' 했다"고 덧붙였다.

MBC에 5년 만에 복직한 해직자 6명(강지웅·이용마·최승호·정영하·박성제·박성호)을 환영하는 현수막 (사진=김수정 기자)
두 아들과 등장한 박성호 기자의 아내는 2012년 당시 박 기자가 2번 해고됐을 때 심경을 묻자 "(해고는) 한 번이나 두 번이나 똑같다"고 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복직 소감을 물으니 "드디어 올 날이 왔구나" 했다고 답했다.

조카 둘과 함께 나온 강지웅 PD의 아내는 "5년 반 전에 해고당한 날이 저희 결혼기념일이어서 깜짝 놀랐다. 다시는 그런 서프라이즈 선물을 안 줬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 있다"며 "복직이 될 줄은 알았다"고 밝혔다.

꽃다발을 들고 나왔을 때부터 눈시울이 붉어져 있던 박성제 기자의 딸은 눈물을 흘리며 "아빠, 일단 너무 축하해"라고 소감을 전했다. "집에만 있는 게 아니라 자기 할 일을 찾아하는 게 좋았다"는 그는, 스피커 제작자와 MBC 기자 중 어떤 모습이 더 좋은지 묻는 질문에 "아빠가 원하는 게 더 좋다"는 답을 내놨다.

'어서와, 복직은 처음이지?'에는 MBC본부 노조원을 비롯해 내·외빈 인사 300여 명이 참석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KBS 이사 해임'을 촉구하며 닷새째 단식 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 김환균 위원장은 "앞으로 MBC 마당에 꽃을 피우고 나무를 더 키우는 일은 이분들(복직자들)과 동료들 모두가 함께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MBC 노사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82건의 소송(노조 승소율 82%, 부당징계 승소율 94%)을 진행하는 가운데, 170일 파업 관련 해고무효·업무방해·손해배상에서 2심까지 승소를 이끈 신인수 변호사도 축하인사를 건넸다.

신 변호사는 "2012년 파업 때 (회사는) 노조에 6명 해고, 43명 정직시켰고 195억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2번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의) 결론은 하나. '공정방송을 위한 MBC본부의 파업은 정당하다' 그거였다"면서 "공정방송을 위한 여러분들의 투쟁과 헌신을 기억하며 정말 감격스럽고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복직 후 정식으로 첫 출근한 MBC 해직자들과 가족들이 "질기고 독하고 당당하게"라는 구호를 다 같이 외치고 있다. (사진=김수정 기자)
이날만큼은 사장이 아니라 '복직한 구성원'의 한 명으로서 참석한 최승호 사장은 "어마어마한 탄압을 뚫고 마침내 승리할 수 있다는 건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결국 시민들이 우리를 구해줘 이 자리에 섰다"고 해 시민들에게 공을 돌렸다.

MBC본부 김연국 본부장은 "5년 넘게 해고의 세월을 견뎌주신 여섯 분의 선배들, 함께 괴로움과 슬픔 견뎌왔던 가족분들, 포기하지 않고 격려하고 응원해주신 시청자 시민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드리고 싶다"며 "정말 복직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MBC에 앞서 복직한 YTN 기자들도 자리를 빛냈다. YTN 복직자들은 MBC 복직자들에게 목도리를 선물했다. 2시간 20분 정도 진행된 이날 행사는 2012년 파업 당시 구호였던 "질기고 독하고 당당하게!"를 다 같이 외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한편, '최승호 체제'의 MBC는 '정상화'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이완기, 이하 방문진)는 최 사장이 추천한 MBC이사 6명을 내정했다.

이날 내정된 사내이사들은 △변창립 부사장 △조능희 기획조정본부장 △정형일 보도본부장 △구자중 경영본부장 △김종규 방송인프라본부장 △박태경 디지털사업본부장이다. 또한 최 사장은 기존 8본부 31국 9센터였던 조직을 9본부 20국(실) 5센터로 개편해 보고했다.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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