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통째로 빌려 비트코인 '채굴'..'전기 무임승차'까지

최우철 기자 입력 2017. 12. 11. 20:27 수정 2017. 12. 1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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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비트코인이 실체가 없다 보니 좀 어려울 수 있는데 쉽게 말씀드리면 마일리지나 적립 포인트처럼 사이버 공간에서만 존재하는 가상의 화폐입니다. 일반 화폐처럼 온라인상에서 사고팔 수도 있고 또 복잡한 암호를 만들거나 풀면 그 대가로 비트코인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보상받는 걸 금을 캐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채굴'이라고 하는데 암호 풀기가 어려워서 컴퓨터 여러 대가 필요합니다. 요즘 비트코인 열풍이 불다 보니 값싼 산업용 전기로 컴퓨터를 많이 돌려서 대규모 채굴에 나서기도 합니다.

그 현장을 최우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130여 개 제조업체 공장이 밀집한 전북 군산 국가산업단지입니다. 제조업 불황 속에 20곳 넘는 기업이 휴업 상태입니다. 

중소형 선박을 주로 만드는 공장을 가보니 수주 물량이 끊겨 조업이 중단됐습니다.

[공단 입주업체 직원 : 이쪽은 아시다시피 다 지금 망했잖아요. 군산 여기 조선사업은 거의 다 망해버렸죠.]

눈에 띄는 건 한쪽 구석에 쉴 새 없이 돌아가는 200대 넘는 컴퓨터들. 가상화폐 채굴업자가 24시간 가동하는 채굴용 컴퓨터들입니다.

[A씨/가상화폐 채굴 위탁관리 : 아무리 채굴이 안 된다고 해도 (수익률이) 월 5%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어요. 컴퓨터들을 2천만 원 주고 샀다면 (월 수익금이) 100만 원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어요.]

이들 컴퓨터의 소유자는 모두 12명. 채굴업자가 조립한 컴퓨터를 투자자에게 분양해준 뒤 매달 10~20만 원씩 관리비를 받고, 제대로 돌아가는지 봐주는 방식입니다.

가상화폐 시세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일감이 떨어진 기존 제조업체 공장을 통째로 빌리는 편법까지 등장한 겁니다.

기존 공장을 임대하기 때문에 최대 60% 정도 값이 싼 산업용 전기를 불법으로 끌어다 쓰는 점도 문제입니다.

[B씨/가상화폐 채굴장 운영 : 산업전기 쓰고 있어요. 산업전기는 여름하고 겨울이 비싸고 봄, 가을이 싸요. 월 70kWh까지 쓸 수 있어요. 200만 원 나올까 말까 할 거예요.]

이런 전기 도용은 차익의 2배를 위약금으로 부과할 수 있는데 적발은 쉽지 않습니다.

입소문이 확산하면서 이런 채굴장을 마치 부동산처럼 통째로 거래하는 암시장까지 생겼습니다.

[제가 (채굴장) 가격을 9천2백만 원에 내놨다가 9천만 원으로 다시 내렸어요. 내렸더니 연락 온 사람들도 많아요.]

가상화폐 투기가 과열되면서 산업 인프라 시설에 세금 없이 무임승차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대철·박진호, 영상편집 : 이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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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철 기자justrue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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