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리포트] 성난 민심잡으려다 여론만 더 악화시키는 중국 정부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2017. 12. 1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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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악화된 민심을 잡기 위한 중국 당국의 생색내기 대책이 이어지고 있다. 생활보조금 지급, 일자리 제공 등 조치가 이뤄지고 있지만하층민 주거지역 강제철거, 난방대란으로 돌아선 여론을 잡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베이징시 당국은 최근 직장을 잃은 외지 노동자들에게 생활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생활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 기업 측에서 한국의 4대보험에 해당하는 사회보장금을 성실히 납부해야 하고, 개인이 아닌 회사의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실직한 이들이어여 한다는 조건이다. 베이징시는 이 같은 조건에 부합하고 실업보험금을 1년이상 납부한 이들에게 1개월치 급여를 긴급 생활 자금으로 보조한다고 밝혔다. 회당 최저 1128위안(약 18만원), 최대 1만3536위안(약 223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최장 12개월까지 지급한다.

외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베이징시가 이런 정책을 발표하게 된 배경에는 성난 민심이 있다. 베이징시는 신젠촌 화재로 19명이 사망하자 화재 예방을 이유로 하층민 정리작업에 들어갔다. 대규모 빈민촌 철거작업을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외지 노동자들이 일터와 보금자리를 잃었다.

무허가 건물에 대한 철거 조치는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중장비를 동원해 벌인 시내 135개 지역에 대한 막무가내식 동시 다발적 철거작업을 민심이 들끓었다. 엄동설한에 임시거처도 마련해 주지 않고 “3일 내 철거”를 통보한 것은 너무 하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보도 통제에도 민심이 가라앉지 않자 베이징시 정부가 생활보조금 등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시 당국은 “갑자기 직장을 잃은 외지 노동자들에게 완충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응급조치가 얼마나 효과가 있느냐다. 이번에 직장을 잃은 외지 노동자들은 주로 대부분 무허가, 불법 증축을 한 건물에 세들어 있던 영세 기업에서 일했다. 이런 영세 업체에서 제대로 사회보장금을 납부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게다가 생활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회사에서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갑자기 철거된 회사에서 이런 증명서를 발급할 형편이 되는 지도 의문이다. 신경보 등 현지 매체에서도 하루동안 600건 넘는 문의 전화가 왔다는 내용의 보도만 있을 뿐 몇명이 신청해, 몇명이나 받았는지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번 조치는 베이징시 당국이 악화된 민심에 얼마나 신경쓰는 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베이징시 둥청(東城)구는 외지 노동자들에게 직업을 소개하는 센터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 외곽의 퉁저우(通州)시에서도 외지 노동자들을 위해 3476개 일자리 만들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중 대부분이 지하철역 승차 안내, 경찰 업무 보조 등 단순, 임시직이다.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베이징시가 민심 동요에 신경쓰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지만 풀어내는 방법은 초보수준이다. 오히려 더 민심을 들끊게 한다.

홍콩 명보 11일자 보도에 따르면 허베이(河北)성 신지시 공산당 디이(邸義) 서기는 지난 7일 관내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가스 대란’ 이후 교실 내 난방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점검했다. 디 서기가 학생들의 추위 정도를 조사한다며 ‘글씨를 쓸 때 손이 추우냐 안 추우냐’를 거수 표결 방식으로 물었다. 공산당 서기의 질문에 “춥다”고 손들 학생이 얼마나 있을까.

중국 정부가 대기 오염원인 석탄 소비를 줄이기 위해 석탄 난로를 모두 철거하고 가스 난방설비를 도입한다고 했으나 난방설비 설치가 늦어지고 가스 공급도 원활하지 않아 ‘가스 대란’이 벌어졌다. 일부 학교에서 햇볕이 들지 않는 교실 내 추위를 견디다 못해 운동장에서 수업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당 간부들은 이들의 고통을 이해하려고 하기 보다는 생색내기용 ‘순시’로 아이들의 추위를 외면할 속셈으로 보인다.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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