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광풍] 하루 수수료 30억원..비트코인에 웃는 한국 거래소들

이민아 기자 2017. 12.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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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고객센터. 60대로 추정되는 머리 숱이 듬성듬성한 남성 2명이 직원들에게 상담을 받고 있었다. 한 남성은 직원에게 고객센터 안에 비치된 컴퓨터로 빗썸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하는 절차를 도움 받았다. 직원은 그가 이메일로 본인 확인 메일 인증을 마치는 것마저 챙겼다. 그는 컴퓨터 이용이 능숙해 보이지는 않았다.

서울 광화문의 빗썸 고객센터와 서울 여의도의 코인원 고객센터 ‘코인원 블록스’. 전광판에 가상화폐 시세를 표시하고 있다./사진=이민아 기자

지난달 문을 연 빗썸 광화문 고객센터에는 이 같은 고객이 하루 평균 20~30명이 방문한다. 가상화폐 거래는 회원 가입부터 입출금까지 전부 온라인에서 진행된다. 이 때문에 지난 8월 거래소 고객센터가 생기기 전까지는 이용자들이 회사 관계자들을 만날 경로가 없었다. 빗썸은 올해 안에 부산 해운대에 3호점을 열 계획이다.

지난 8일 오전 11시 40분 2위권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이 마련한 고객 상담센터인 서울 여의도의 ‘코인원 블록스’는 한산했다. 고객 1명이 상담을 받는 중이었다. 이 고객센터에는 매일 50명 안팎의 이용자들이 다녀간다. 비밀번호 입력 오류나 입출금 계좌 오류를 해결하기 위한 고객들이 주로 찾는다. 상담센터 한 가운데 있는 대형 전광판에 가상화폐의 등락 추이가 표시되고 있었다.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락하며 롤러코스터를 타는 동안 가장 많은 수익을 낸 곳은 빗썸과 코인원 같은 거래소들이다. 시세 변동이 크면 가상화폐 매매량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거래소들은 가상화폐를 사고 팔 때 마다 거래금액의 0~0.15%정도의 수수료를 떼어간다. 빗썸 매출의 3분의 1 가량이 가상화폐 거래 수수료다. 이들 업체들은 거래 규모가 커지면서 인력 채용을 급격히 늘리고 대면 고객 센터를 설립했다.

가상화폐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 시세는 8일 전날 보다 29% 상승해 9시 45분 현재 1개당 2477만원을 넘어섰다가 오후 12시 30분 현재 2000만원 대까지 추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락을 하면서 이를 사고 파는 이용자들이 많아져, 거래금액은 폭증했다.

지난 7일 기준 우리나라 거래소 전체의 비트코인 하루 거래량은 11만4251비트코인으로 전년 동기(5713비트코인) 대비 20배로 늘었다. 비트코인 1개당 시세는 같은 기간 90만7882원에서 1994만8297원으로 22배로 늘었다. 단순 계산해서 7일 하루에만 약 2조2791억원어치 비트코인이 거래된 것이다.

여기에 비트코인캐시, 대시, 이더리움, 이더리움 클래식, 리플 등 다른 가상화폐들의 거래까지 감안하면 거래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거래량 기준 점유율 1위 업체 빗썸은 앞서 지난 6월 말 기준 재무실사 결과 보고서에서 부가세를 제외한 실질수수료율을 약 0.136%라고 밝혔다.

단순하게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들도 0.136%의 실질 수수료율을 적용한다고 가정하고 7일 기준 하루 비트코인 거래량 2조2791억원으로 계산해보자. 업체들은 비트코인 거래 수수료로만 약 30억9959만원정도를 가져간 것으로 추산된다.

◆ 넥슨 지주사에 인수된 점유율 3위 ‘코빗’ 912억원...빗썸·코인원은?

지난 9월 게임회사 넥슨의 지주사인 NXC는 국내 거래량 점유율 기준 3위 업체인 코빗의 지분 65.19%를 912억5000만원에 사들였다. 업계에서는 NXC가 코빗의 기업 가치를 약 1400억원 수준으로 본 것이라고 전했다. 향후 가상화폐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현재 가상화폐 시장은 점유율이 70% 내외인 1위 빗썸, 그리고 코인원(15~20%)과 코빗(10% 내외)이 3등분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3위권인 코빗보다 거래량이 6~7배 많은 빗썸의 기업 가치가 약 45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6월말 기준 빗썸의 자산총계는 21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순자산은 390억원 가량으로 추산됐다. 올해 1~7월 당기순이익은 3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억원)의 15배에 달한다. 영업이익률은 82.3%에 달했다.

당초 빗썸의 최대주주인 엑스씨피(XCP)는 지분 매각을 추진하다가 이를 돌연 철회하기도 했다. 일부 거래소는 상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빗썸은 동남아시아지역 진출을 위한 인력 채용에 나서는 등 사업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 꾸준한 사이트 마비 현상…“수수료 값 못 한다” 비판도

현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가상화폐의 급격한 시세변동으로 거래량이 폭증하면 사이트가 종종 마비된다. 이 때문에 정상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투자자들이 원하는 때에 가상화폐를 매도·매수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거래소들의 시스템 안정성 부족은 가상화폐 거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받는다.

8일 비트코인 시세가 2400만원을 돌파했다가 오후 12시 30분쯤 2000만원 대로 추락하자 빗썸, 코인원, 코빗 3대 거래소는 일시적으로 사용이 지연됐다. 빗썸은 지난 달 12일 오후 4시부터 서버 장애로 서비스를 1시간 30분 간 중단했다. 투자자들의 매도·매수 거래가 전면 차단됐다.

한 빗썸 이용자는 “급등락 시점에 매매를 하려고 홈페이지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당황스러웠다”면서 “서버를 증설해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말은 계속 나오는데 수수료 받아가는 값을 좀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빗썸·코빗·코인원·코인플러그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모여 구성한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이용자 보호 등의 내용을 담은 업권의 자율규제안을 마련하고 있다. 은행들의 의견도 반영해 거래소 운영 시 최소 자본금 요건 등을 정하는 등 가상화폐 거래소의 안정성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자율규제안은 ‘자율’적인 규제인 만큼 법적 강제성은 없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다음주 중으로 자율규제안을 공개할 예정”이라면서 “지난 달 말 발표 예정이었으나 은행권에서 좀 더 엄격한 규정을 정할 것을 요구해 수정 사항을 반영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시점이 조금 연기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차라리 일본처럼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 인가제를 도입하는 게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은 2013년 가상화폐 거래소 마운트곡스가 해킹으로 파산하면서 일정한 자격을 갖추도록 했다. ▲해킹 방지시설 ▲컴퓨터 용량 확보(다운 사태가 일어나면 안 되니까) ▲고객 신원 확인(불법적인 곳에 쓰이지 않도록 소유자 추적할 수 있어야)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등 4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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