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 이번 달까지만.." '7530원 고용절벽' 몰려온다

이동우 기자 2017. 12. 1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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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고용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 대학가 한 카페에서 일하는 이모씨(28)는 "인건비 때문에 다음 달부터는 지금 내 자리에 사장 가족이 들어온다고 들었다"며 "일할 수 없으니 최저임금이 오른 의미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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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00개 매장 점주에게 물어보니, 42% '고용 줄인다'.."이번 달만 일하래요"


#서울 양천구 한 생과일 주스 전문점에서 일하는 최모씨(22)는 이번 달까지만 일하기로 했다. 사장이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근무시간을 기존 8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이자고 제안하면서다.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최씨는 3시간 근무를 “그만두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최씨는 최저임금 인상 탓에 일자리를 잃어야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서울 신촌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씨(55)는 내년 본사와 재계약을 앞두고 고민이다. 급등하는 인건비에 편의점을 더 이상 운영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에서다. 직원 4명을 두고 있는 지금도 하루 14시간씩 나와 일하지만 역부족이다. 인근 편의점주와 우스개로 “직접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낫겠다”는 푸념도 나눈다.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고용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일자리 타격을 줄일 수 있는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머니투데이가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이틀간 서울 시내 주요 대학가·주택가·번화가의 편의점·커피숍·호프집 등 100개 매장을 직접 찾아 취재한 결과,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27개 매장이 ‘인력을 줄였거나 줄일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 단축을 했거나 계획 중’인 매장도 15개나 됐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축소와 직결된 비율이 42%에 달하는 셈이다.

이번 조사는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논의됐던 PC방·편의점·슈퍼마켓·주유소·미용업·일반 음식점업·택시업·경비업 등 8개 업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당장 다음 달 1일부터 적용되는 내년도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올해 6470원보다 1060원(16.4% 인상) 올라간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이래 역대 최고 인상액이다.

서울 종로구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근무하는 모습./ 사진=뉴스1


현장에서 느껴지는 자영업자들의 부담감은 상당했다. 감원이나 근로시간 조정 없이 ‘현상을 유지한다’고 답한 52개 매장도 처지는 다르지 않다. 인건비 부담은 매 한가지지만 더 인력을 줄일 여력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강남역 인근에서 편의점을 하는 김상식씨(47)는 “현재 5명을 고용 중인데 이 인원이 정상운영을 위한 최저수준이라서 더 줄일 수도 없다”며 “인건비로 매월 600만원 이상 나가는데 내년 100만원가량 더 늘어나면 사장이 아르바이트생보다 못 버는 경우도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기타 응답에 포함된 나머지 6개 매장은 판매하고 있는 상품의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었다.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는 프랜차이즈가 아닌 매장들은 이처럼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소비자에게 넘기는 방식을 고민하는 중이다.

자영업자들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정부의 속도전에 반감을 드러냈다.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에서 분식집을 하는 문상희씨(44)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잘 몰랐는데 알고 보니 당황스럽다”며 “몇백원도 아니고 1000원 이상 오르는 것은 자영업자들 모두 죽으라는 소리와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일자리를 잃어버린 사람에게는 최저임금 인상의 의미도 퇴색된다. 서울 대학가 한 카페에서 일하는 이모씨(28)는 “인건비 때문에 다음 달부터는 지금 내 자리에 사장 가족이 들어온다고 들었다”며 “일할 수 없으니 최저임금이 오른 의미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차등적용, 영세기업 지원 대책 등을 제안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임금 인상 폭이 크면 대개 고용이 감소하는데, 이번에는 16.4% 상승했기 때문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고용 여건, 지역,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다르게 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정부의 지원금 정책이 지속 가능한 것인지가 모호해 영세 사업주로서는 고용 유지를 망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을 감내할 수 있도록 영세기업의 역량을 높이는 입체적 정책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canelo@, 한민선 기자 sunnyday@mt.co.kr, 박치현 기자 wittgen@mt.co.kr, 유승목 기자 mok@mt.co.kr, 김영상 기자 video@mt.co.kr, 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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