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보스 정치'에 농락..전통 지지층도 할말 잃었다

더300, 정리=박소연 기자 2017. 12. 11.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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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보수의 몰락-①부끄러운 보수]몰락vs침묵

2017년 12월 현재 보수의 '몰락'은 진행중이다. 보수 정치권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보수 정당은 문재인 정부 집권 후 야당으로서 역할도 제대로 못한다.

김종배 정치평론가는 "보수 유권자가 망한 것은 아니지만 보수를 대변한다고 하던 정치권이 망가졌다"면서 "이회창, 이명박, 박근혜 등 1인 보스정치에 의존해온 보수늬 정치가 탄핵으로 무너지면서 사실상 몰락의 길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장관은 "사회에 대한 불만 등을 잘 받아들여 승화시켰어야 했는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모두 이런 노력이 부족했다"며 "보수 숫자가 많다고 판단하고 보수가 내세우는 주요 정책과 가치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보수정권 10년 '보수'가 혁신보다 과거로 돌아간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정두언 전 의원은 "이명박·박근혜 시대에 들어오면서 권위주의로 회귀했다"고 꼬집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보수 실패의) 근본적 책임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있다"며 "1인 중심체제, 권위주의로 정당과 국가 운영방식을 되돌려 민주화를 후퇴시켰다"고 밝혔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가치를 지키며 개혁을 통해 사회를 바꿔나가는 것이 보수인데 지금 보수는 그냥 기득권 세력"이라며 "박근혜 지지자와 이명박 지지자를 편의상 보수로 부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통적 보수 지지층의 냉소도 커져간다. '침묵'할 수밖에 없는 보수층은 스스로의 정치적 정체성마저 회의한다. 현재 보수의 위기는 단순히 지지율이나 특정 정치인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보수층을 지탱하고 있던 자존감과 자의식, 정체성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것이 위기의 핵심이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는 보수다'라고 밝히는 이들이 감소하는 흐름과 무관치 않다. 한국지방신문협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4월30일~5월1일 30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여론조사 결과 보수 우위였던 유권자 이념지형이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스로 진보성향이라 밝힌 응답자가 34.5%(이하 주민등록인구비율에 따른 보정)로 보수성향(25.9%)을 앞질렀다. 중도층은 24.4%였다. 18대 대선 직전인 2012년 11월26~30일 진행된 한국갤럽정기 여론조사에서는 보수층이 30.2%(이하 인구비율 보정 없음), 중도층 29.7%, 진보층 26.7% 순이었다. 갤럽에 따르면 지난해 총선까지 보수층이 우위였으나 최순실 사태가 알려지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스스로 진보라고 밝힌 응답자가 보수 응답자를 넘기 시작했다.

개인의 이념성향이 단기간에 바뀌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변화는 결국 각자가 느끼는 '부끄러움'의 결과란 분석이다. 가깝게는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크게는 한국 현대사의 대다수를 채워온 역대 보수정권들의 무능과 부도덕에 대한 실망감이 원인이다. 보수정권과 보수정당의 '보수 가치' 상실, 역할 모델 구축 실패와 보수의 상징자본 고갈, 중도보수·개혁보수의 확장성 한계 등이 보수층의 '부끄러움'을 자극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지금은 보수 지지층이 침묵하는 것"이라며 "보수들이 창피해서 무당층이라고 말하는 것인만큼 보수의 '몰락'이라기보다 '침묵'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엄밀히 말하면 보수세력이 사라진 게 아니고 보수정권과 보수정당이 실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수 가치'의 빈곤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의 보수 정치인들은 그간 국가,안보, 공동체, 가족, 법치주의 등 전통적 보수가치를 통해 승부를 벌이기보다 종북논란이나 지역감정 등 이념을 통해 입지를 지켜온 측면이 크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집권세력에 의한 범죄행위 등에 대한 반성을 하고 이 나라의 불평등이나 특권구조를 바꿔 나가겠다고 해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 보수는 70년전의 인식에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 기존의 보수 정치인들은 이념대결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급격히 외면당하고 있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정부가 잘 하지 못해도 보수가 잘하지 않으면 유권자들은 다시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수 정치인들이 진보가 실수하는 것을 기다려선 안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수가 혁신해서 다시 지지받지 않으면 재기할 수 없다"면서 "혁신하고 그 기반 위에서 통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80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보수는 몰락했다"

①고성국 정치평론가
<보수의 몰락> 현상적으로 보수의 몰락을 보여준다. 유권자들이 보수정당과 보수정치인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다만 무당층으로 남아있다고 본다. 단기적으로는 박근혜정권의 국정농단과 무능력에 대한 실망, 나아가 지난 70년간 보수정권들에 대한 총체적 실망이다. 사회적으로 존경대상도 되지 못하고 유능하지도 않았다. 그런 것들이 쭉 쌓여왔다가 실망과 분노로 표출된 것이다.

<보수의 미래>문재인정부가 잘 하지 못해도 보수가 잘하지 않으면 유권자들은 다시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보수 정치인들이 진보가 실수하는 것을 기다려선 안 된다는 뜻이다. 보수가 혁신해서 다시 지지받지 않으면 재기할 수 없다. 혁신 다음 통합이다. 자유한국당이든 바른정당이든 국민의당이든 혁신하고 그 기반 위에서 통합해야 한다.

②김종배 정치평론가
<보수의 몰락> 보수 유권자가 망한 것은 아니지만 보수를 대변한다고 하던 정치권이 망가졌다. 박근혜 이전 이명박, 이회창까지 1인 '보스정치'에 의존해 온 보수가 탄핵으로 '1인정치'가 무너지면서 사실상 몰락하게 됐다.

<보수의 미래> 서구처럼 포퓰리즘이 강화될 것이다. 당장 성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근본적인 지향점을 찾아가야 하는데 진정성있는 고찰없이 포퓰리즘 정책과 발언들을 지속하는 것이 우려된다. 자유와 시장, 성장을 중시하는 보수층은 여전히 존재하는데 이들을 어떤 가치로 묶어낼 지 그로부터 해법을 찾아가야 한다.

③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보수의 몰락>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휘둘린 외부적 요인과 극심한 소득 불균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불만이 보수의 몰락에 영향을 줬다. 군부독재에 항거하는 움직임이 흘러흘러 보수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영향을 줬다. 또 경쟁에 낙오해 저소득층으로 전락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들이 정부와 사회에 심각한 적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어 보수정권이 유지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보수의 미래>불만과 적대감을 잘 받아들여 승화시켰어야 했는데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모두 이런 노력이 부족했다. 그저 보수 숫자가 많다고 보수가 내세우는 주요 정책과 가치에만 집중했다.

④전계완 정치평론가
<보수의 몰락>지금 보수는 왜 몰락했는지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헤어날 길도 모른다. 몰락의 이유에 대해 진지한 성찰이 없으니까 여전히 헤매고 있는 거다. 이념적으로 국가주도주의의 한계를 인식하지 못한 채 과거의 가치체계에 빠져서 부패와 불법, 기득권, 비안보, 반애국으로만 가버리게 됐다.

<보수의 미래>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바른정당의 유승민, 국민의당의 안철수 모두 성공 못 한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의 실패로 인한 반사이익만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문재인정부의 실패를 기다리면 우리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는 관성적 인식에 사로잡혀있다.

⑤최창렬 용인대 교수
<보수의 몰락> 말이 보수지, 진정한 보수가 아니다.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가치를 보수하고 개혁을 통해서 사회를 바꿔나가는 것이 보수인데 지금 보수는 그냥 기득권 세력이다. 박근혜 지지자와 이명박 지지자를 편의상 보수로 부를 뿐이다. 그 세력이 자유한국당이다.

<보수의 미래>집권세력이었기 때문에 집권세력에 의한 범죄행위 등에 대한 반성을 하고 이 나라의 불평등이나 특권구조를 바꿔나가겠다고 해야 한다. 무조건 반문재인에 냉전주의로 가서야 되겠나. 이명박이 안보 얘기를 했다. 그게 언제적 얘기냐. 이승만이 안보위기 때문에 반민특위 해체해야 한다고 했다. 70년 전에서 발전하지 못한거다. 국민과 대중에게 설득되지 않는다.

◇"보수는 몰락하지 않았다"

①신율 명지대 교수
<보수의 '침묵'> 보수의 몰락 가능성은 제로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보수 지지층이 침묵하는 것이다. 이념성향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정당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아서일 가능성이 높다. 일단은 '몰락'이 아니라 '침묵'이다. 보수들이 '쪽팔려서' 지금 무당층이라고 얘기하는 거다. 현재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친박 등 물불 안 가리는 사람들에 대한 핵심 지지층의 수치지, 보수의 몰락이라 볼 수 없다.

<보수의 미래> 보수가 정말 자기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면 문제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천막당사나 과거 원희룡의 총선 불출마 같은 모습을 안 보이고 계속 상대방 욕만 하면 합리적 보수들은 지금 정치권을 절대 인정 안한다.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②정두언 전 국회의원
<보수의 '오해'> 이명박·박근혜 시대에 들어오면서 권위주의로 회귀했다. 태극기세력만 보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이 37%인데 그 중 다수가 보수다. 다만 지금 자유한국당 등을 보수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보수의 미래> 우리나라 정당은 상위 10%만 대변해왔다. 보수정당은 기업을, 진보정당은 귀족노조를, 둘 다 상위 10%만 옹호한다. 하위 90%를 대변해서 상위 10%가 가져가는 몫을 줄이고 내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대로된 개혁보수다.

③이종훈 정치평론가
<보수'정당·정권'의 실패> 엄밀히 말하면 보수세력이 사라진 게 아니고 보수정권과 보수정당이 실패한 것이다. 실패의 근본적 책임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있다. 1인 중심체제, 권위주의로 정당과 국가 운영방식을 되돌려 민주화를 후퇴시켰는데 경제성장마저 실패해 보수세력 전반이 낯 들고 다니기 민망한 상황이 됐다. 그러나 보수 가치를 지키려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고 보수 성향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보수의 미래> 보수 가치와 보수의 정치적 가치를 재정립하고 이것을 정책적으로 리빌딩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300, 정리=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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