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가족이 말려도 음식 밀어넣어.. 세월호 장례식장, 식비만 16억

권선미 기자 2017. 12. 11.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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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 들어가는데 "다 공짜"
"조문객 100명에 밥값은 350인분"
수의도 수백만원대 물품 판매.. 보통 3일장보다 장례비용 2배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단원고 학생·교사 250여명의 장례 때 장례식장 비용이 과도하게 집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해를 안산에서 화장장까지 운구했던 '장의(葬儀) 리무진' 비용이 중간에서 샜을 뿐 아니라〈11월 28일자 A10면〉, 식비·장례용품 등 장례식장 이용 때도 정부 예산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세월호 때 장례 비용은 경기교육청 예산으로 안산교육청이 실무적으로 집행했다.

본지가 안산교육청 예산 집행 내역을 확인한 결과 당시 장례를 맡았던 장례식장은 총 22곳이었다. 61건의 장례를 치른 K장례식장에 식비(음료·주류 제외) 명목으로 지급된 예산은 1건당 평균 520만원이었다. 당시 1인당 식비는 1만5000원. 약 350인분이 제공된 셈이다. 그러나 장례식장 한 직원은 "어린 학생 장례식이어서 조문객이 적어 빈소가 썰렁했다. 사흘간 빈소당 평균 100명이 채 안 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한 장의차 기사는 "조문객은 주로 학생들이었는데, 그 수가 많지 않았다"고 했다. K장례식장 측은 "조문 온 학생들이 밥을 많이 먹었기 때문에 식비가 많이 나온 것"이라고 했다.

A장례식장에는 식비와 음료·주류비로만 장례 1건당 약 920만원이 지급됐다. 한 장례식장 근무자는 "왁자지껄하게 술을 마시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 유가족이 '그만 줘도 된다' '너무 많다'고 하면 장례식장 측에서 '돈 내지 않아도 된다' '다 공짜'라는 식으로 계속 밀어 넣었다"고 증언했다. 이 장례식장 관계자는 "조문객이 적은 곳도 있었지만 많이 오는 곳은 300명까지 와서 평소보다 많이 나왔다"며 "일반 장례식 때 식비와 음료비를 합쳐 700만원까지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는 K와 A장례식장만의 일이 아니다. 당시 또 다른 장례식장에서 당직 근무를 했다는 한 사람은 "장례식장에서 제공하는 기본 음식 이외에 값나가는 홍어 등을 몇 박스씩 내놨는데 유족들은 정신이 없었고 공무원은 '최대한 지원해줘라'는 입장이라 확인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남은 음식을 다른 사람들이 그냥 가져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장례 258건의 평균 식비는 약 620만원이었다. 한국장례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일반적인 장례의 경우 식비는 평균 300만원 정도"라고 했다.

세월호 희생자 장례식 때 사용된 수의와 관(棺) 등 장례용품 비용은 1건당 평균 267만원이었다. 16건의 장례를 치른 한 장례식장에선 평균 380만원까지 나왔다. 한 장례업계 관계자는 "수백만원대 수의와 매장용 관을 판 사례가 있었다"며 "비싼 수의는 매장할 때 쓰고, 화장(火葬)할 때는 저렴한 것을 쓰는 게 일반적인데, 어떤 이유인지 당시에는 비싼 수의를 사용한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본지 기자가 세월호 참사 때 장례를 담당했던 장례식장에 비용 상담을 해보니 "100평 크기의 빈소를 빌릴 경우 3일장에 모든 비용을 합쳐 총 600만~800만원 정도 든다"고 했다. 그러나 세월호 때 이 장례식장에 지급된 비용은 장례 1건당 평균 약 1500만원이었다.

당시 예산을 집행했던 안산교육청 관계자는 "영수증을 받았을 때 돈이 지나치게 많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유족들에게 최대한 지원해주라는 방침이 있었고 워낙 처리해야 하는 비용이 많아 일일이 확인할 경황이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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