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②]김유석, 늘 새롭게 태어나는 배우 "연극은 스승, 영화는 애인"

정다훈 기자 2017. 12. 1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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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하고 러시아 유학파 1세대로 이름을 알린 김유석은 세계적인 연극 학교인 러시아의 셰프킨 국립연극대와 슈킨 국립연극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1987년부터 연극 배우로 활동해온 그는 1997년 홍상수 감독의 영화 ‘강원도의 힘’을 시작으로,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여 배역에 구애 받지 않고 폭넓은 연기를 선보였다. 언제나 영화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는 그는 7년 만의 스크린 복귀 작으로 ‘돌아온다’’(제작 ㈜꿈길제작소, 감독 허철)를 선택, 막걸릿집을 운영하며 남모를 사연을 가진 ‘변사장’ 역을 맡아 더욱 깊어진 내공을 선보인다.

배우 김유석 /사진=조은정 기자
그는 “연극은 스승 같고, TV방송 드라마는 파트너 같고 영화는 애인 같다. 이번 작품하면서 사랑하는 애인을 만난 듯한 감정을 갖게 되었다”고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 소감을 털어놨다.

극단 미추에서 8년간 연기 수업 강사로 활동하기도 한 그는 “연극은 늘 고향에 돌아가는 느낌을 준다”고 했다. “내 삶이 연극인데, 일상의 연극 무대에 늘 서지 않느냐?”고 너스레를 떨더니 곧 “늘 연극 무대에 대한 간절함이 있다. 연극을 하는 건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게 아니다. 힐링되고 치유되고, 부족한 걸 채워넣는 리프레시한 기분을 갖게 하는 곳이다”고 전했다.

오랜 만에 애인을 만난 기분이 이럴까. 김유석은 “돌아온다 촬영 현장은 매 순간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줬다”고 벅찬 감정을 털어놓았다.

“촬영을 하다보면 힘든 상황에 부딪친다. 그게 어려워서 좋았고, 하고 있는 게 행복한 순간이 있다. 이번 영화가 그랬다. 다 좋았다. 현장에서 뭔가 펑크가 나면, 더 해야 할 것 극복해야 할 게 생기게 된다. 어려운 장면을 찍을 때나 혹은 격한 장면을 찍을 때, 몸이 힘들고 지치기도 하지만, 집중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걸 못하는 배우들도 많으니. 난 선택해서 하고 있지 않나. 매 순간이 행복했다.”

강허달림의 ‘기다림, 설레임’이란 노래를 좋아한다고 한 김유석은 ‘배우’의 일은 기다림의 연속이다고 했다. 그럼에도 다른 일을 하고 싶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배우는 늘 기다리고 있어요. 캐스팅을 기다리고 무대에 올라가길 기다려요. 연습할 땐 상대방이 열리길 기다리고, 내가 이 인물로 열리길 기다려요. 이 기다림과 설렘이 불안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전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영화를 만들 수 있고, 인터뷰 하고 있는 이 순간. 모든 게 축복받은 거잖아요.”

30년간 배우로 살아온 그를 보며 우문이지만 ‘연기 잘 하는 비결’을 물었다. 인터뷰 현장에 함께 자리한 손수현 배우가 궁금해 했을 질문이기도 했다. 손수현은 “연기 관련 그런 질문들이 궁금한데, 선배들에게 여쭤보는게 부담스럽다”고 털어 놓은 것.

배우 손수현 김유석
배우 김유석
이에 입담 좋은 선배 김유석은 “어떻게 하면 여기를 잘 해요? 라고 직접적으로 선배에게 물어보면 ‘재미없지’”라고 대화를 주도했다.

“술 한 잔 먹으면서 ‘연기 하는 것 진짜 힘들다’ 라고 말하면서 ‘어떻게 해야 해?’라고 물어본다면 모를까. 그렇게 되면 ‘그게 나도 힘들다. 모르겠다.’ 라고 말하다가도, 술이 한잔 한잔 들어가다 보면 까먹고 있는 것도 다 나오더라. ‘요즘 내가 살아가는 게 힘들고, 뭔가 바뀌어야 하지 않나’고 이야기하다보면, 하나씩 툭툭 풀리는 게 인생이고 연기이지 않나.”

흔히 배우의 인간성이 연기에 반영된다고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30년간 연기를 하면서 그가 느낀 건 작업 현장에서 성질이 더러운 것과 인간성이 덜 된 배우는 다르게 바라봐야 한다는 것. 즉 전자는 연기에 미쳐 있어 열망이 높은 배우라면, 후자는 사악한 욕심이 덕지 덕지 붙어 있어 연기 열망 역시 높지 않은 배우라는 것.

“단순히 성격이 더럽다는 것과 인간성이 덜 돼 있는 건 다르다고 본다. 누군가 한 배우의 성격이 더럽다고 한다면, 작품 안에서 자신과 인물이 지랄 맞게 충돌이 돼서 그렇기도 하니까. 옆에서 보면 미쳐있는 거지. 연기에 미쳐있다는 건 필요하다. 그런 사람도 한두번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고운 결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반면 인간성이 덜 돼 있는 사람은 연기를 못한다는 건 확실하다. 미쳐 있는 상태와는 다른 의미다. 원래 성격이 더러운 사람은 사악한 욕심을 가지고 연기를 하기 때문에 캐릭터가 온전히 보이지 않게 된다. 누구나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김유석은 나이 50이 넘은 중년 배우이지만 나이를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동안이다. 이에 “늘 새롭게 태어나는 배우라 그렇다”고 농담도 건넨다. 그는 “배우 일을 하기에 늘 정신이 맑아질 수 있다”는 비법을 밝혔다.

“연기를 안했으면 어쩔 뻔 했을까?란 생각이 든다. 배우는 감정을 다루는 사람이다. ‘이 캐릭터로 하든, 저 캐릭터로 하든, 타성에 젖어서 써먹지 않는다.’ 이게 바로 나와의 약속이다. 그걸 30년 가까이 지켜왔다. 이 모습도 내 모습이고, 저 모습도 내 모습이다. 애인 앞에서 내 모습, 직장에서의 내 모습, 친구들 앞에서 내 모습, 결국 다 나이다. 내 감정을 쓰는 게 배우이다. 이번 ‘돌아온다’에서 변사장 역을 하더라도, 내 속에서 그리움의 근거를 찾아냈다. 내 감정이고 내 기억을 쓰다보니 응어리 진 게 풀리고 치유가 된다. 계속해서 배우 일을 할 수 있어서 정신병이 안 걸리고 맑아질 수 있는 것 같다.”

한편, 김유석은 16일 첫방송되는 OCN 오리지널 ‘나쁜녀석들: 악의 도시’속 서원지검 차장검사 반준혁 역으로 돌아온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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